“점점 어려지는 궤양성 대장염…반복적인 복통·설사 꾀병 아닙니다”

[권선미 기자] 입력 2022.05.20 16.30

[J 인터뷰]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미진 교수

소화기관에 만성 염증· 궤양이 반복해 생기는 염증성 장 질환은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영양소의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소화기관의 안쪽 점막에 염증이 끊임없이 생겨나 복통·설사·혈변 등이 일상화한 상태다. 만성적 염증으로 장 점막이 헐고 낫기를 반복하다 장 점막세포가 변해 대장암으로 진행하거나 장이 막히거나 구멍이 뚫리는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염증성 장 질환의 발병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 염증성 장 질환 중 대장 점막에만 염증이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치료받는 환자의 25%는 소아·청소년이라는 보고도 있다. 소아청소년의 궤양성 대장염은 성인과 달리 염증의 범위가 더 넓고 광범위하게 분포해 첫 진단부터 중증인 경우가 많다. 질병 경과도 빠르고 합병증으로 키 성장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미진(소화기 영양분과) 교수에게 소아청소년의 궤양성 대장염 치료 전략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 질환의 발병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던데.


“사실이다. 최근에 내가 진료한 환자는 고작 만 5세였다. 주로 10대 후반 무렵에 처음 진단받는데, 요즘엔 점점 어려지고 있는 추세다. 염증성 장 질환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인 소아청소년 환자의 비율도 25%로 높다. 스트레스가 심해서라든가 꾀병으로 생각해 무심코 지내다 치료 시점을 놓칠 수 있어 걱정스럽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어렸을 땐 증상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커서도 심각해질 때까지 내색하지 않는다. 만약 별다른 이유없이 아이가 반복적으로 복통을 호소하고 설사·혈변으로 힘들어한다면 궤양성 대장염·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하고 감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질환은 발병 연령이 어릴수록 소장 침범이 많고 재발률도 높아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Q2. 어릴수록 증상이 더 심한가.

“그렇다. 같은 궤양성 대장염이라도 성인의 70~80%는 대장 점막 일부에만 궤양이 존재하지만, 소아청소년은 대장 전체에 궤양이 번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질병 자체의 중증도도 높다. 합병증으로 인해 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는 의미다. 궤양성 대장염 치료가 늦으면 반복된 염증·궤양으로 장 점막 손상이 누적돼 결국 대장을 절제하는 소아청소년 환자가 무려 40%나 된다. 게다가 영양소의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소화기관인 장 점막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탓에 성장 장애 우려도 크다. 더 적극적으로 장 점막을 보호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소아청소년기의 궤양성 대장염이 발병하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인스턴트 식품 등의 섭취가 늘고,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면서 면역 발달을 저해하는 것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일반적으로 염증성 장 질환은 염증이 생기는 범위에 따라 염증이 입에서 식도·위·소장·대장·항문으로 이어지는 소화기 전체에 생기면 크론병, 대장 점막에만 국한돼 있다면 궤양성 대장염으로 구분한다.

Q3. 소아청소년의 궤양성 대장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성인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성장기인 점을 감안해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장 점막에 생긴 궤양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양 공급에도 신경써야 한다. 최근엔 성장 장애를 초래하는 스테로이드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염증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양괴사인자(TNF)의 과도한 작용을 막는 생물학적 제제(인플릭시맙)를 적극적으로 투약한다. 바로 탑 다운 치료다. 치료 초기 단계부터 대장 염증을 조절해 임상적 증상이 사라지는 상태인 임상적 관해를 빨리 그리고 오랫동안 유지한다. 이를 통해 궤양성 대장염의 재발을 낮춰준다. 그만큼 장을 잘라내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

저를 포함한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중증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탑 다운 치료가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점진적 약물치료보다 효과가 훨씬 우수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실제 점진적 약물치료군의 재발률은 47.6%였지만 탑 다운 치료군의 재발률은 17.4%에 불과했다. 관해 상태가 유지된 기간도 탑 다운 치료군이 24.3개월로 점진적 약물 치료군(17.3개월)에 비해 길었다. 다만 나이가 어린 탓에 성인에 비해 쓸 수 있는 약이 제한적인 점이 아쉽다.”

Q4. 궤양성 대장염은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아도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하던데.


“난치성 질환으로 불리는 이유다. 궤양성 대장염·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은 몸 속에 숨은 불발탄이다. 염증 관리에 실패했을 때 여파는 치명적이다. 장에서 생긴 염증이 장벽을 넘어 간·신장·관절·눈·피부 등으로 퍼지면서 온 몸을 망가뜨린다. 지속적 염증으로 장 점막 세포가 변해 대장암으로 악화하거나 장에 구멍이 뚫리는 응급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결국 장 조직의 구조 변화로 더는 회복이 불가능해 장 일부를 잘라내야 한다. 증상이 나아졌다고 자의적으로 약물치료에 소홀하면 위험하다. 꾸준한 치료·관리로 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최대한 억제해 상태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Q5. 소아청소년이 쓸 수 있는 더 많은 약 개발이 필요할 것 같다.

“공감한다. 소아청소년은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도 성인과 달리 한 종류밖에 없다. 게다가 탑 다운 치료에 활용하는 생물학적 제제는 ▶처음부터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내성 등으로 약효가 사라지거나 ▶작용 기전 상 전신 면역을 억제해 결핵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안전성 문제 등으로 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투약 용량 등을 결정할 때도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또 증상이 가벼운 경증부터 중등도 증상일 때 주로 쓰이는 약인 5-ASA 계열 치료제(펜타사 등)는 아무리 어려도 만 6세부터 투약할 수 있다. 점점 발병 연령이 어려지는 시점에서 치료 현장에서 사용하는 무기인 약(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다행히 최근 임상시험 등에서 장 염증을 유발하는 백혈구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해 장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베돌리주맙)을 소아청소년에게도 사용하려는 시도가 있다. 이 약은 미국보다 먼저 한국 삼성서울병원에서 처음으로 소아청소년에게 투약됐다. 전세계 최초다. 아직 초기 단계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지만 성인에게 사용했을 때 유효성·안전성 등이 입증된 만큼 용량 조절 등을 통해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소아청소년의 베돌리주맙 임상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만 2~17세 중증 궤양성 대장염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몸무게에 따라 투약 용량 등을 달리해 최장 54주까지 투약 후 임상적으로 증상이 얼마나 호전됐는지, 관해 도달률은 어느 정도인지, 위·대장 내시경으로 소화기 점막을 살폈을 때 염증이 사라졌는지 등 치료 효과와 2년의 장기 추적관찰을 통한 안전성을 확인한다.

Q6. 평소 식단관리도 중요한가.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등 영양소 균형에 맞춰 골고루 잘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집밥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유치원·학교에서 나오는 급식을 먹어도 된다. 아무래도 또래 집단은 같이 먹으면서 친밀감을 쌓는다. 뭐는 먹을 수 있고 이건 안되고 이렇게 하다보면 교우 관계가 어려워지고 스트레스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장의 염증을 악화·호전시키는 특정 음식은 없다. 다만 패스트푸드나 식품 첨가물이 든 인스턴트 식품, 가공육 등은 삼간다. 먹고나서 복통·설사·더부룩함 등 증상을 경험했던 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다. 사람마다 맞지 않는 음식은 다 다르다. 오늘 하루 무엇을 먹었고 어땠는지 등을 기록하는 식단 일기를 쓰면 음식에 따른 나의 증상을 파악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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