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골머리 ‘재발성 방광염’ 치료 실마리 풀릴까

[김선영 기자] 입력 2022.05.02 16.20

순천향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단, 방광 내 새로운 미생물 생태계 구성 밝혀

국내 연구진이 여성에게 흔한 재발성 방광염은 방광 내 미생물 생태계가 한 종류가 아닌 세 종류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항생제 내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 재발성 방광염 치료에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순천향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단(단장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의학과 김영호 교수)은 이 같은 사실을 담은 연구결과를 최근 SCI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했다고 2일 밝혔다. 순천향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단은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의학과 김영호·김웅빈 교수, 소화기내과 유정주·유창범 교수, 진단검사의학과 신희봉 교수, 대장항문외과 신응진 교수 등 다학제 연구진으로 구성돼 있다.

(좌측부터)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의학과 김영호·김웅빈, 소화기내과 유정주 교수.

방광염은 세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 내에 침입해 생기는 배뇨장애 질환이다. 여성은 요도가 짧고 요도와 항문의 거리가 가까워 세균이 쉽게 침입할 수 있어 방광염 발생이 흔하다. 대부분 원인균을 알아낸 다음 항생제나 항균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문제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자라 치료해도 잘 낫지 않거나 재감염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방광염은 ‘정상 소변에는 균이 없다’는 기존 학설에 따라 주로 장 등 외부로부터 균이 역주행해 생긴다고 여겨왔다. 이는 방광염의 주원인 축을 ‘장-방광 축(gut-bladder axis)’으로 보는 관점으로 현재의 항생제 내성 문제나 재발률 문제를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순천향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단은 장-방광 축이 아닌 ‘장-방광-질 축(gut-bladder-vagina axis)’을 통해 균주가 이동하므로 방광 내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가 전혀 다르게 구성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크게 ▶장에서 넘어온 ‘대장균(Escherichia)’이 우세 균주를 이루는 생태계 ▶질에서 질염을 주로 유발하는 ‘가드넬라 질 균(Gardnerella vaginalis)’이 우세 균주를 이루고 있는 생태계에서 ‘대장균’과 상호 작용(Quorum Sensing) ▶‘유산균(Lactobacillus)’이 우세 균주를 이루는 생태계 등 세 종류다.

요로감염은 폐렴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한 재발성 요로감염과 항생제 내성은 국가마다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김영호 연구단장은 “현재 요로 병원체의 약 80%가 최소 두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균(MDR)으로 항생제 가이드라인에 따른 처방에도 여성 환자의 25~30%에서 방광염이 재발한다”며 “항생제 가이드라인도 국가 간에 이견이 있지만, 병리 생태학적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국제적 협의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단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질염 균이 방광에 들어가서 직접 병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에 알려진 방광염 균과 상호 작용해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며 “이는 기존 장-방광 축의 세균을 치료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광범위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과 퀴놀론 계열에 내성이 생겨 잘 치료되지 않던 환자가 줄어들고, 항생제 가이드라인의 국제적 협의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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