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걱정돼서, 증상 없어서 안약 치료 중단하면 '악화일로'

[김선영 기자] 입력 2022.04.29 10.57

#167 녹내장 치료제 바로 알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녹내장은 눈 속에 있는 시신경이 약해지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병입니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고도 불리죠. 녹내장이 발병하면 무조건 실명한다는 오해가 많습니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병이 더는 진행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습니다. 녹내장 치료의 첫 단계는 약물치료입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선 녹내장 치료제와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조금씩 약해지는 질환입니다. 주로 눈의 압력이 높아서 시신경이 압박을 받거나 눈으로 가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합니다. 안압이 정상이어도 시신경이 손상되면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환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한 해(2020년) 동안 녹내장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인원은 96만명이 넘습니다. 2016년 대비 19.5% 늘어난 수치입니다.
 
녹내장의 증상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안압 상승에 의한 증상과 시신경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증상인데요, 안압이 상승하면 눈이 충혈되고 물체가 흐리게 보입니다. 빛이 번져 보이고 눈과 머리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특히 안압이 갑자기 올라가면 새벽에 응급실을 찾게 될 정도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시신경이 약해지면 초기엔 막연히 흐리게 보이는 정도입니다. 그러다 병이 더 진행하면 물체를 볼 때 일부분이 잘 안 보이는 증상을 느끼고, 말기가 되면 일부분만 흐릿하게 보이다 결국 모든 시야가 어두워집니다. 녹내장은 안압 측정과 시신경 검사, 시야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습니다.  
 

안압 낮추고 시신경 보호 효과  
녹내장을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녹내장이 더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녹내장 때문에 약해진 시신경을 다시 튼튼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이죠. 녹내장이 있더라도 그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과 점점 나빠져 결국 실명되는 것은 삶의 질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녹내장 치료의 첫 단계는 녹내장 진행을 억제하는 약을 꾸준히 쓰는 것입니다. 안압은 방수의 생성과 배출의 균형에 따라 조정됩니다. 눈의 앞부분인 각막과 수정체 사이는 투명한 액체인 방수로 채워져 있습니다. 눈의 섬모체에서 만들어지는 방수는 대부분 홍채 가장자리의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고 일부는 포도막·공막으로 빠지죠. 이로써 안압이 유지되고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이 전달됩니다.  
 
녹내장 치료제는 기본적으로 방수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방수의 배출을 증가시켜 안압을 낮추는 약물입니다. 안압이 정상이거나 낮은 안압에서도 치료제나 치료 보조제로써 쓰입니다. 국내에 허가된 녹내장 치료제는 대부분 직접 안구에 적용하는 점안제(안약)입니다. 일부 경구약과 주사제가 있긴 하지만, 전신적인 부작용의 위험성이 있어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녹내장 치료제로는 탄산탈수효소 억제제가 있습니다. 이는 방수의 성분인 중탄산염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탄산탈수효소를 억제함으로써 방수의 생성을 줄이고 안압을 떨어뜨립니다. 종류는 경구용과 점안용 두 가지입니다. 방수 생성을 억제하는 경구약이 먼저 사용됐으나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장기간 사용할 수 없으며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둘째, 베타 차단제입니다. 교감신경의 베타 수용체는 눈에서 방수의 생성을 담당하는 섬모체 혈관에 분포해 있습니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섬모체 혈관이 확장돼 혈류가 늘고 방수의 생성이 증가하게 되죠. 베타 차단제는 이를 막아 방수의 생성을 억제해 안압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셋째, 알파-2 효능제입니다. 눈의 교감신경 알파-2 수용체에 작용해 방수가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고 방수가 포도막이나 공막으로 배출되는 양을 늘려 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넷째, 부교감신경 효능제입니다. 부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면 동공의 크기를 조절하는 섬모체근을 수축시켜 동공이 축소되면서 방수 배출이 증가합니다. 부교감신경 효능제는 동공 축소 효과를 통해 녹내장의 진단·치료에 쓰입니다.
 
마지막은 프로스타글란딘 제제입니다. 눈의 섬모체에서 프로스타글란딘 수용체에 결합해 섬모체근을 이완시켜 포도막·공막으로 방수 배출을 증가시킴으로써 안압을 낮추는 효과를 냅니다. 녹내장 치료는 한 가지 약물로 효과가 불충분하면 종류가 다른 2~3가지 약물을 함께 사용하기도 합니다. 단일제 성분의 약물을 두 종류 이상 투여하거나 두 가지 성분이 복합된 약도 쓰죠.  
 

녹내장 치료제는 약물마다 하루 투여량과 횟수가 다릅니다. 프로스타글란딘 제제는 점안 후 안압 강하 효과가 비교적 늦게 나타나므로 1일 1회 점안하는 경우 자기 전 저녁에 투여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1일 2회 점안하는 약은 12시간 간격으로 씁니다. 두 가지 이상의 녹내장 치료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5~15분 정도 투약 간격을 두고 사용할 것을 권합니다.  
 
녹내장 점안제를 사용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충혈과 눈 따가움입니다. 눈 주변의 피부에 염증이 생기거나 색깔이 변할 수 있고 속눈썹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대부분 약을 쉬거나 다른 약으로 바꾸면 해결됩니다. 따라서 부작용이 걱정돼 치료를 피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단, 베타 차단제는 심장 박동과 폐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심장이 좋지 않거나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 미리 주치의와 상의하는 게 좋습니다. 무엇보다 약물치료의 효과로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치료를 게을리하거나 임의로 안약 사용을 중단해선 안 됩니다.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점안  
점안제를 올바로 사용하는 것도 참 중요한데요, 우선 사용 횟수를 정확히 지키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점안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사용 전엔 깨끗하게 손을 씻고 아래 눈꺼풀을 아래로 당겨 벌어진 공간에 한 방울만 점안해야 합니다. 이때 눈에 점안제 용기의 끝부분이 닿지 않게 주의합니다. 눈 주위에 묻은 약은 살짝 눌러 닦아내고 점안 후에는 깜빡이지 말고 눈을 살짝 감는 게 좋습니다.  
 

다행히 많은 환자가 녹내장 안약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녹내장이 악화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면 레이저나 수술 치료를 고려할 수 있죠. 기본적으론 꾸준한 약물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안압을 높이는 행동을 피하고 시신경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항산화 식품을 잘 섭취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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