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입맛 잃어 면역력 저하 우려…억지로 먹기보다 식욕 촉진 치료를”

[권선미 기자] 입력 2022.04.28 10.42

유병욱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어느새 햇수로 3년이 넘었다. 오미크론 변이의 빠른 확산으로 국내 누적 확진자도 1600만 명을 넘겼다. 국민 ‘3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체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라져도 미각·후각 이상, 식욕부진, 전신 피로 등 후유증이 지속하는 롱코비드(Long covid)를 겪을 수 있다. 식욕이 떨어지면 배가 고프지 않아 식사를 거르면서 영양 불균형이 생기기 쉽다. 결국 전신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 등 감염성 질환에 더 잘 노출된다. 잘 먹어야 건강한 이유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에게 식욕부진 대응법에 대해 들었다.

유병욱 교수는 “고령층은 극심한 식욕부진으로 식사량이 줄면서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근감소증이 생길 수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Q. 코로나19 이후로 미각·후각 상실로 맛을 느끼지 못해 식욕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
“짠맛·단맛·신맛·쓴맛·감칠맛을 느끼는 미각과 냄새를 맡는 후각은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감각이다. 그런데 코로나19를 앓고 난 다음에도 미각·후각이 회복되지 않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염증 반응으로 미각·후각 등 감각신경이 차단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추측된다.

  맛을 느끼지 못해 식욕이 감퇴하고 음식 섭취량이 줄면서 영양 상태가 불량해진다. 근육이 줄면서 전신 면역력이 떨어진다. 인플루엔자(독감)·폐렴 등 감염성 질환에 잘 걸리고 몸 상태 회복도 더뎌진다. 몸이 안 좋으니 입맛이 없고 더 몸이 나빠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잘 먹어야 빨리 낫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아플 때 식사를 잘 챙겨 먹어야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

Q. 굶어서 살을 뺄 수 있어 좋아 보인다.
“위험한 생각이다. 식욕부진이 장기간 지속하면 전신 건강관리에 취약해진다. 힘들이지 않고 굶어서 살을 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해다. 오히려 다이어트에 불리하다. 식사량이 극단적으로 줄면 몸이 비상사태로 인식해 몸속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출렁이는 뱃살을 차지하는 지방 대신 면역력의 근간인 근육부터 빠진다. 기초대사량이 줄어 요요가 잘 생기는 체질로 바뀐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근감소증이다. 몸을 지탱하는 큰 근육이 사라지면서 배가 볼록 나오고 팔다리는 가늘어진다. 등·엉덩이·다리로 이어지는 코어 근육이 부실해져 자세가 구부정해진다. 코로나19로 굶어서 체중이 줄었다면 근육이 사라진 것이다. 근육을 만드는 영양소인 단백질을 먹고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서 빨리 복구해야 한다.”

Q. 고령층은 입맛이 없다며 식사를 소홀히하기도 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코로나19 등 여러 이유로 집에서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면 실제 식사량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극심한 식욕부진을 많이 호소한다. 입맛이 없다며 3~4숟가락만 간신히 먹고 배가 불러 안 먹는 식이다. 식욕부진은 고령층에게 일반적인 증상이다.

  나이가 들면 혀의 미각세포가 퇴화해 맛을 덜 느끼면서 식욕부진을 경험한다. 만성질환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도 식욕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한다. 이외에도 우울·불안 같은 심리적 요인이나 은퇴·독거 같은 환경적 요소가 식욕부진을 부추길 수 있다. 부실한 식사가 근감소증으로 악화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Q. 식욕을 촉진하는 약을 쓰기도 하나.

“배가 고프지 않은데 억지로 먹는 것만큼 괴롭고 힘든 일이 없다. 이럴 땐 포만감을 덜 느끼도록 유도하는 식욕 촉진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삼진제약에서 판매하는 트레스탄이라는 일반의약품이 대표적이다.

  이 약은 포만감을 느끼는 중추신경에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결합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병적인 식욕부진을 개선한다. 호르몬 작용이나 내분비 대사 교란을 초래하지 않아 고령층, 암·독감·결핵 등 질병으로 식욕이 떨어진 사람도 복용할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식사 전에 먹으면 된다. 건강한 식사로 영양소를 보충한다. 잘 먹으니 체력이 좋아져 만성적인 전신 피로를 덜 느낀다. 식욕부진이 심하다면 담당 주치의와 상담해 식욕 촉진제 복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Q. 입이 짧은 유·소아도 복용할 수 있나.

“커야 할 때 잘 안 먹으니 걱정일 수 있다. 사실 아이가 잘 안 먹는 가장 큰 이유는 밥 대신 과자·젤리·인스턴트식품 등 고칼로리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불량한 식습관이다. 현재 식습관부터 점검하길 바란다. 그래도 영양 불균형이 걱정되고 키가 작아 고민이라면 저신장 클리닉 등에서 성장 관련 검사를 받은 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제한적으로 식욕부진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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