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폐암은 말기 암이 아닙니다

[임정욱 교수] 입력 2022.04.28 10.35

임정욱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폐암센터 호흡기내과 교수

진료현장에서 폐암 진단받은 지 얼마 안 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설명하면 꼭 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폐암이 많이 진행됐는지, 그리고 몇 기인지다. 전이 병소가 있거나, 악성 흉수 등이 동반돼 4기라고 말하면 대부분 크게 실망한다. 숫자 1부터 4 중 가장 큰 수가 가져오는 심리적 장벽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향후 치료 계획에 대해 주저하는 사람도 많다.

폐암에서 4기란 주로 비소세포폐암의 기수를 얘기하는 것으로 1~4기 중 가장 진행된 기수를 말한다. 상대적으로 진행이 덜 된 1~3기에 비해 쉽지 않은 예후를 갖는 것은 사실이다. 주로 폐 외에 다른 장기에 전이된 소견이 있거나, 다른 장기에 전이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악성 흉수, 반대편 폐에 암 병소 등이 있을 때 4기로 분류된다.

이전 비소세포폐암 항암 치료의 유일한 치료수단인 백금 항암제는 진단 후 생존 기간이 1년을 넘기 쉽지 않았고 그마저도 치료 중간에 많은 환자가 포기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4기 폐암을 ‘말기 폐암’으로 생각하고 아예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도 다수다.

그러나 폐암, 특히 비소세포폐암은 최근 눈부실 정도로 많은 치료법이 개발됐다. 비소세포폐암 진단 시 표적 항암치료제 사용 대상이 될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동시에 진행한다. 검사 소견상 EGFR, ALK, ROS1 등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동반된 것으로 나올 경우 이에 맞춰 혈압약처럼 매일 먹으면서 치료하는 항암제를 처방받을 수도 있다. 경구로 복용하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치료 반응률이 높을 땐 4기 폐암이더라도 좋은 예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진료 중인 환자 중에서도 2년 이상 치료받으면서 잘 지내는 사람도 있다.

또한 환자 본연의 항암 면역 작용을 항진시키는 면역항암제 사용도 더 활발해지고 있다. 전술했던 표적 항암치료제 대상이 아니더라도 적응증이 된다면 백금 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치료도 가능해 좀 더 나은 치료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아직 보험이 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표적치료제 및 더 나은 치료 반응을 위한 면역항암제 치료법도 개발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4기 폐암이라도 전이 병소의 숫자와 위치에 따라 그 예후가 달라진다. 뇌나 뼈, 간 등에 전이된 암 병소에 대해서 국소적인 치료를 하면 하지 않을 때 비해 그 예후가 더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이 병소에 대한 방사선 치료, 수술적 절제 등 적극적인 치료로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4기 폐암은 말기 폐암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폐암 치료는 발전을 거듭해왔다. 차세대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치료 수단을 쓸 수 있게 된 현실에서 쉽게 절망할 필요가 없으며, 최선의 치료 성적을 얻기 위해 의료진과 긴밀하게 협조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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