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 기능 떨어지면 의술도 무용지물, 늦지 않게 난임병원 방문해야"

[류장훈 기자] 입력 2022.04.20 14.41

서울마리아병원 구연희 진료부장

난임은 이제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현상에 가깝다.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아이를 갖게 되는 시기까지 늦춰진 데 따른 것이다. 아이를 임신하려는 부부라면 누구나 미리 대비·관리해야 하고, 정확한 진단과 함께 치료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그에 앞서 잘못된 지식과 인식은 바로잡아야 한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와 마리아병원이 함께하는 난임 극복 캠페인 '희망이 생명을 만든다'의 일환으로 서울마리아병원 구연희 진료부장을 만나 난임을 걱정하는 부부가 궁금해 하고 꼭 알아둬야 하는 정보를 들어봤다.  

-난임검사는 언제 해야 하나.  
"난임 검사는 임신을 시도하는 기간에 따라서 언제 할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여성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만 35세 미만인 경우에는 1년 정도, 만 35세 이상인 경우에는 6개월 정도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해주시는 게 좋다. 간혹 피임하진 않았지만 배란일을 정확하게 맞춘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배란일을 제대로 맞춘 기간을 잡아야 하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배란일을 딱 맞추지 않았더라도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한 기간 자체가 그 기간에 계산되는 거니까 그 기간으로 계산해서 어느 일정 기간에 (임신이) 되지 않았다면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최근에는 만 40세 이후에도 임신 시도를 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여성의 난소 기능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임신 시도를 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바로 병원을 방문해주시는 게 좋다."  

-난임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에 몇 번 정도 방문해야 하나.  
"난임 검사는 생리 주기에 따라서 진행을 하게 된다. 생리 2~3일째는 난소 기능을 보기 위한 호르몬 검사를 혈액 검사로 하게 되고 생리가 끝난 직후에는 나팔관이 잘 뚫렸는지 보기 위해서 나팔관 조영술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배란기에 배란 초음파를 보면서 배란이 잘 되고 있는지 배란 시기에 자궁 내막 두께는 괜찮은지 보게 되고, 남편의 경우는 부인의 생리 주기와 상관없이 편할 때 방문하면 된다. 그래서 정액 검사를 위해 오게 되는데, 대략 금욕기간이 2~5일 정도 있으면 좋다. 보통은 그렇게 한 번 검사하고 종료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재검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정액 검사를 한 이후에 인공 수정이나 시험관을 하게 될 때 그때 검사했던 거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진 않다. 검사를 위해 한 번 시술할 때는 시술할 때마다 한 번씩 다시 오게 된다. 시술 날짜에 맞춰서 정확하게 방문이 어려운 경우에는 정자를 미리 냉동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임신 준비를 위해 어떤 생활 습관을 지니면 좋을까.  
"좀 식상한 대답이 될 수도 있는데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마치 '공부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교과서를 잘 보면 된다' 같은 대답 같긴 한데, 사실 이게 가장 간단하지만 정말 진실이고 그만큼 또 지키기 어렵다. 지켜야 할 생활 습관 중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건데, 정상 체중을 한 번  계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집에서 간단하게 계산해 볼 수 있는 걸로 체질량 지수를 계산해 보면 된다.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누는 건데, 이 지수가 보통 25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한다. 아시아인에서는 기준이 좀 달라져서 한국인 기준으로 체질량 지수가 18.5 이상 23 미만이면 정상이라고 본다. 자신의 체질량지수를 계산해 봤을 때 이 범위 안에 들어있다고 하면 체중을 유지하면 좋고, 그보다 너무 낮거나 높은 경우에는 정상 체중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줘야 한다. 23 이상인 경우에는 식이 조절하면서 운동을 하는 게 도움된다. 운동이 너무 과하면 임신에 오히려 방해가 될까봐 걱정하기도 하는데, 주 3회 한 번에 한 시간씩 땀이 배어날 정도의 격렬한 운동이 오히려 임신에 도움되니까 걱정 말고 운동해도 된다. 체질량 지수가 18.5 미만인 경우에는 몸무게를 좀 늘리는 방향이 도움되는 생활습관이다. 무슨 운동을 하면 좋을까보다는 지금 하는 활동량, 운동량을 좀 줄이고 식사량을 늘리는 게 오히려 도움된다. 각자 상황에 따라 권장되는 생활습관이 달라지니 나에게 맞는 건 어떤 것인지 체질량 지수를 계산해 보는 게 좋다."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영양소가 있나.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엽산이다. 많이들 알고 있어서 잘 드시고 계신데  엽산은 400㎍ 이상 드시면 괜찮다. 약국에서 임신 준비 중이라고 말씀하시고 사시면 대부분 다 400㎍ 이상 함유돼 있다. 400㎍, 600㎍, 800㎍ 함량 다 괜찮다. 간혹 엽산만 들어 있는 게 좋은지, 아니면 엽산과 다른 게 이것저것 섞인 게 좋은지 고민인 경우도 있는데 둘 다 괜찮다. 임신 준비 중이라고 맞춰져 있는 영양소라면 종합영양제든 단일 제제든 상관없다. 근데 일반인용 종합영양제에 엽산이 포함된 걸 보고 그걸 드시는 경우가 있는데 충분한 용량이 들어있지 않은 경우도 많고 오히려 과량 복용하면 안 되는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어서 반드시 임신 준비용 영양제를 사서 드시는 게 좋다. 엽산 말고도 비타민D나 유산균 같은 걸 드시는 경우도 있는데 드셔도 되고 안 드셔도 된다. 오메가3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오메가3는 원료가 큰 생선이 아닌 것만 확인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작은 생선, 멸치나 정어리 추출한 오메가3 같은 건 괜찮다. 석류, 복분자, 달맞이꽃 종자유를 드시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그런 것들은 별로 추천해 드리지 않는다. 보통 여성에 좋다고 하는데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들어있어서 폐경 여성에 좋다는 경우가 많다. 에스트로겐을 고용량 복용했을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이 배란 억제다. 음식이나 달맞이꽃 종자유를 고농도까지 드시긴 힘들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드실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비슷하게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식품이 대두로 만들어진 두부, 두유 같은 것들이 있는데  매일 약처럼 드시는 건 별로 권해드리지 않고, 이런 음식들로 고용량까지 가기는 힘드니까 적당히 균형 잡힌 식단 안에서 맛있게 드시는 정도는 상관없다."

-건강한 임신을 위한 필수 준비 사항에는 무엇이 있나.  
"진료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분들이 너무 늦게 병원에 방문하신 분들이다. 난소 기능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감소하기 마련이고 다 떨어져서 오면 우리도 뭘 더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시험관 시술이라는 게 있지만 시험관이 만능은 아니고 난소 기능이 정말 다 없어진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난자 공여를 받는 방법도 있긴 하다. 근데 그런 경우에는 본인의 유전적 친자는 아니다. 그래서 너무 늦지 않게 병원을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나이 기준으로 만 35세 미만인데 1년 정도 임신을 시도해 봤다면, 만 35세 이상이면 6개월 정도 시도해 봤다면 병원에 오시는 게 좋다. 혹은 예전에 자궁이나 난소에 수술을 했다거나 골반염이나 결핵을 앓은 적이 있다거나 하면 좀 더 일찍 방문해 주는 게 좋다. 또 최근엔 만 40세 이상인 경우에 시도하는 경우도 많은데, 시도하면서 내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라도 병원에 오는 게 좋다. 병원에 온다고 무조건 시술하지는 않는다. 검사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바로 시술하기도 하지만 좀 가능할 것 같다고 하면 자연 임신 쪽을 혹은 시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자연 시도를 좀 더 원하는 경우엔 가능한 범위 안에서 되도록 맞춰드리려고 하고 있으니 부담 갖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난임으로 고생하는 분들께 한 말씀 덧붙인다면.  
"난임이라는 게 참 힘든 일인 것 같다. 진료하면서 많이 힘들어하는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물론 임신율을 높이는 것 자체도 당연히 목표지만 그 과정에서도 각자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게 교과서대로만 가지는 않지 않나. 다만 임신으로 가는 과정에서 너무 힘들지 않고 같이 행복하게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드릴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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