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톰한 다시마, 가을 무만 골라 감칠맛·단맛 참치액 만들죠"

[정심교 기자] 입력 2022.04.11 13.55

[인터뷰] 이정웅 한라식품 총괄실장

한 숟갈만 사용해도 음식의 감칠맛을 돋우는 게 바로 소스다. 그중 일본의 쯔유와 비교되는 소스 제품이 참치액이다. 훈연 참치(가쓰오부시)를 사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참치액은 한식에 더 어울리게 다시마·무·소금·설탕 등을 배합해 감칠맛을 올렸다는 점에서 ‘한국식 쯔유’로 평가받는다. 국내 최초로 참치액을 개발·출시한 곳이 한라식품이다. 현재까지도 참치액 시장의 1·2위를 다툰다. 이정웅(39) 한라식품 총괄실장에게서 참치액의 개발 뒷 이야기와 특장점을 들었다.  
     
응답 :
 질의 :참치액은 어떻게 만드나.
응답 : “ 예로부터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사용돼 온 대표적인 액상 조미료가 간장과 액젓이다. 생선을 소금에 절이고 숙성·발효한 것이 액젓이라면, 참치액은 훈연 참치(가쓰오부시)와 무·다시마를 넣은 다음 소금·설탕을 추가해 끓여 농축·추출한 제품이다. 여기에 사용하는 참치는 참치 중에서도 참다랑어·황다랑어가 아닌 가다랑어(가쓰오)다. 가다랑어는 고등어보다 약간 크며, 삼치와 몸 크기가 비슷하다. 머리·꼬리·내장을 제거한 다음, 한 번 삶는다. 자숙한 후 참나무에 16회 정도 훈연시킨다. 그러면 수분·기름기가 빠지면서 크기가 원래의 5분의 1로 줄어든다. 굉장히 딱딱한 고깃덩어리가 된다. 이 덩어리를 얇게 깎아낸 게 가쓰오부시다. 이 가쓰오부시를 추출해 만든 게 참치액이다.”

 질의 : 참치액의 개발 배경이 궁금하다.
응답 : “과거엔 일본에서 보따리상 등을 통해 들여온 가쓰오부시를 고급 식당이나 호텔 등에서 사용하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 조부인 한라식품 선대 회장께서 일본에서 가쓰오부시 만드는 기술을 배워 한국에 들여왔다.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한라식품 쿠킹클래스 스튜디오에서 이정웅 총괄실장이 참치액 개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정심교 기자]

제주도에서 참치를 훈연해 가공한 제품을 주변 호텔과 식당에 납품한 것이 국내산 가쓰오부시의 시초다. 그런데 가쓰오부시를 육수로 활용하려면 무·다시마 등을 넣고 끓여 우려내야 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이것저것 재료를 넣어야 하고 다시 덩어리를 건져내는 등의 과정이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다. 이에 이 작업을 우리가 대신해서 소비자가 가정에서 가쓰오부시를 좀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액상 제품으로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1호 제품이 '한라 참치액'이다. 한라식품은 99년 전국의 대형마트를 통해 '한라 참치액' 제품을 선보이며 참치액이라는 새로운 제품 유형을 개척했다.”

 질의 : 일본산 제품과는 어떻게 다른가.
응답 : “일본산 가쓰오부시가 들어간 맛간장이 '쯔유'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일본에서 콩으로 만든 간장이 '소유'이고, 소유에 미림·가쓰오부시 등을 가미한 제품이 쯔유다. 쯔유는 맛이 굉장히 달고 들큼하다. 일본에서 조림·국물류나 밥을 할 때 쯔유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너무 달기 때문에 한국인의 일상 속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단맛보다는 짭조름하게 간을 맞추는 용도가 한식에 많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참치액은 쯔유에서 단맛을 줄이고 짠맛을 높였다. 여기에 감칠맛을 더 내면 좋겠다고 생각해 무·다시마를 부재료로 추가했다. 쉽게 말해 쯔유를 우리 입맛에 맞게 변형한 '한국식 쯔유'가 참치액인 것이다.”
 질의 : 한라식품 시장 점유율은.  
응답 : “한라식품의 '한라 참치액'은 국내 전체 액상 조미료 시장에선 약 10%(2020년 기준)를, 참치액 시장에서는 40%를 차지한다. 참치액의 원조이다 보니 초창기엔 당연히 참치액 시장의 100%를 차지했지만 이후 참치액의 인기로 여러 식품 대기업에서 참치액 제품을 출시해 시장점유율이 40%까지 줄어든 것이지만, 매출은 매년 증가해왔다. 다시 말해 전체 참치액 시장(현재 400억~500억원대)의 파이가 커진 것이다. 지난해 한라식품의 연 매출은 150억원을 기록했다.”

 

완도산 다시마에 장마 전 수확한 무 사들여
 질의 : 타사 제품과의 차별점은.  
응답 : “국내 참치액 시장은 커졌지만 훈연 참치의 추출 시간, 재료 배합 비율 등의 생산 노하우는 단언컨대 차별화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한라식품은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자사 공장에서 무·다시마·감초·표고 원물을 들여와 직접 추출한다. 한라식품의 참치액엔 완도산 다시마와 국내산 가을 무가 들어간다. 다시마는 얇지 않고 약간 도톰한 것을 쓴다. 얇은 다시마는 튀각·고명으로 적합하지만 끓이면 진액(알긴산)이 너무 많이 나와 감칠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다시마는 부산시 기장군과 전남 완도군에서 많이 나는데, 연구해보니 기장산보다 완도산 다시마를 넣었을 때 맛이 더 났다. 그래서 완도산 다시마를 사용한다. 장마가 지나면 다시마가 눅눅해질 수 있어 장마 전에 다시마를 사들인다.” 
 질의 :무와 참치의 매수 과정도 궁금한데. 
응답 : 무는 사계절 중 가을에 수확한 것으로만 쓴다. 여름 무는 추출하면 맵고 쓰다. 반면 가을 무는 단단하고 수분이 많으면서 달다. 한라식품은 10월부터 2월까지 수확한 무를 경북 상주시 부근, 농수산시장 등에서 사들여 1년 치를 추출한다.

이정웅 총괄실장. [정심교 기자]

여기에 소금을 넣어 염 처리를 한 다음 보관해 제품 생산에 사용한다. '한라 참치액'은 국간장 정도의 염도를 띤다. 자체 염도가 높으므로 따로 보존료나 화학적인 산화방지제를 쓰지 않는다. 참치는 지구온난화로 국내에서 잡히지 않아 2005년 태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고, 태국·필리핀에서 수확한 참치를 이 공장에서 훈연한다. 훈연한 참치 덩어리를 국내 들여오면 얇게 써는 작업을 시작한다. 다시 말해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의 손질부터 추출·배합까지 직접 진행한다.

 질의 : 참치액을 활용한 요리책을 만든 배경은. 
응답 : “요리할 때마다 참고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질려 하지 않고 더 쉽고 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북이 필요했다. 제품과 이 레시피북만 있으면 365일 밥상 걱정 없게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쉬운 레시피를 우선순위로 엄선하고, 가정에서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재료로 구성했다. 요리 과정을 줄이기 위해 조리법이 4~5번이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 메뉴를 선정하고, 우리 제품을 요리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요린이(요리+어린이)’나 ‘혼밥족’도 쉽고 편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레시피로 구성했다.”

 질의 : 향후 사업 계획은.  
응답 : “일단 소스류의 제품군을 지금보다 더 많이 늘리려고 기획·개발 중이다. 개발한 소스를 이용한 밀키트·가정간편식(HMR) 제품도 기획단계에 있다. 유통 판매사와의 협업 제품도 만들 예정이다. 식품 소스 회사에서 시작했지만 식품 종합기업으로 규모를 키워 나가는 게 최종 목표다. 온·오프라인 시장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정웅 총괄실장이 지난해 10월 출간한 『이지 레시피 50』(중앙북스)을 들고 있다. 이 책은 참치액 등 소스 제품을 활용해 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담았다. [사진 한라식품]

☞이정웅 총괄실장은…
한라식품 창업주의 손자이고, 경북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후 2006년 한라식품에 입사해 제품의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 회사 제품 3가지를 활용한 레시피북
이지 레시피 50(중앙북스)을 출간하고, 서울 연남동의 쿠킹스튜디오에서 참치액을 활용한 요리를 강의하고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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