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터샷' 전 챙겨야 할 아세트아미노펜,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정심교 기자] 입력 2022.01.14 14.11

#160 해열진통제 바로 알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해열진통제는 대표적인 가정 상비약으로 꼽힙니다. 두통·치통·생리통·근육통 등의 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인데요.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스터 샷 접종까지 맞물려 타이레놀과 같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습니다.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국내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 제제는 70개가 넘습니다. 제품을 선택할 때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어떤 효능의 약이고, 이 성분을 넣은 오리지널·제네릭 의약품의 차이에 대해 알아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통증을 가라앉히고, 열을 떨어뜨리는 ‘해열진통제’입니다. 이 성분은 중추신경계 내에서 통증 감각을 향상해 몸이 통증을 느끼게 하는 생리활성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억제합니다. 이를 통해 몸이 통증을 느끼는 기준치를 높이게 하는 방식으로 진통 효과를 냅니다. 속 쓰림, 소화불량 등 위장 장애를 유발하기 쉬운 소염진통제와 달리, 아세트아미노펜은 위 자극을 유발하지 않고, 신장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아 위·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도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습니다. 임산부·수유부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복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입증됐습니다.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도 아세트아미노펜을 비교적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인 당뇨병·고혈압 치료제와 약물 상호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데다, 심혈관 질환자가 복용하는 저용량 아스피린의 항혈전 작용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심장협회는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거나 고위험군의 통증 1차 치료제로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을 권장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복용 후 생체이용률(일정량의 약물이 나타내는 생리적인 효과)이 60~80%로 체내 잘 흡수되며, 복용 1~2시간 이내에 체내에서 최대치의 농도에 도달했다가 간에서 황산염·글루쿠로나이드와 결합해 비활성화하며, 신장을 통해 아세트아미노펜의 대사체가 배설됩니다.
 

1955년 타이레놀로 세계 첫 상용화
아세트아미노펜은 언제 발견됐을까요. 아세트아미노펜은 19세기 말, 한 프랑스 의사가 본래 나프탈렌을 처방하려고 했다가 약국의 실수로 약이 잘못 오는 바람에 유기화합물의 합성원료인 아세트아닐리드(acetanilide)로 처방하면서 우연히 진통 효과가 발견돼 알려졌습니다. 이후 독일의 과학자인 칼 메르너는 아세트아닐리드가 체내 대사작용을 통해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이어 미국의 생화학자인 줄리어스 액설로드와 버나드 브로디는 아세트아닐리드의 체내 대사산물인 '아세트아미노펜'이 아세트아닐리드와 똑같은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1940년대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아세트아닐리드를 진통제 중 하나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오심, 구토, 위 자극, 저혈압 같은 부작용이 잦았고 심하면 패혈증, 메트헤모글로빈증(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져 청색증을 유발하는 질환), 저체온증, 황달 등을 유발할 위험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아세트아미노펜의 합성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독일의 의사·생리학자인 요제프 폰 메링은 세계 최초로 아세트아미노펜의 합성에 성공했고, 1955년 미국 맥닐 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아세트아미노펜을 ‘타이레놀’이란 브랜드로 상용화하며 공급됐습니다. 맥닐 연구소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약사 출신인 로버트 맥닐과 그의 아들 로버트 링컨 맥닐이 설립한 곳으로, 그해 타이레놀 1호 제품으로 어린이용 타이레놀을 선보였습니다.
 
다시 말해 아세트아미노산 제제의 최초 제품인 타이레놀은 '오리지널 의약품'입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이하, 오리지널 약)이란, 한 제약사가 특정 성분으로 개발해 처음 출시한 신약을 일컫습니다. 말 그대로 '원조' 의약품인 셈이죠. 반면 오리지널 약과 성분, 함량, 제형, 용법·용량 등이 같으면서 오리지널 약 이후에 출시된 제품이 '제네릭 의약품(이하 제네릭 약)'입니다. 그렇다면 아세트아미노산 제제의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 약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우선 오리지널 약은 신약 개발을 위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필수로 거칩니다. 이러한 연구를 거쳐 안전성·효능을 입증한 자체 결과를 갖고 있습니다. 제네릭 약은 안전성·효능이 입증된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듭니다. 단, 동물실험·임상시험 대신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을 통해 그 유효성을 판단합니다. 생동성 시험은 '몸에 미치는 영향이 동등한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수단입니다. 제네릭 약은 이 시험을 통해 해당 약이 인체에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해야 허가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생물학적 동등성은 오리지널 약의 생체이용률을 100%로 볼 때, 제네릭 약의 생체이용률이 80~125% 구간에 속하는 경우 인정됩니다. 여기서 생체이용률은 몸에서 해당 성분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만큼의 혈중 농도를 유지하느냐의 개념입니다. 제네릭 약은 ‘유효성과 안전성이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수준이면서 값은 저렴하다’는 게 강점이죠. 현재 국내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제네릭 약은 ‘이지엔6 에이스,’ ‘펜잘 8시간 이알서방정’ 등 종류만 70가지가 넘습니다.

 

67년 임상 데이터로 약효 꾸준히 입증
그렇다면 오리지널 약의 강점은 뭘까요. 오리지널 약의 독점 공급이 허가되는 기간에 힌트가 있습니다. 이 기간은 약 20년으로, 제네릭 약보다 실제 복용자의 데이터를 그만큼 더 많이 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발·출시한 의약품에 있어서 축적된 역사와 안전성 입증 데이터는 자산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의 오리지널 약인 '타이레놀'의 경우 1955년 1호 제품인 ‘어린이용 타이레놀’이 출시된 이후 1959년에 맥닐 연구소가 미국 존슨앤드존슨사에 매각되면서 미 FDA(식품의약국)에 의해 처방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 승인됐고 복용 대상자가 확대됐습니다. 타이레놀은 현재까지 67년간 간 질환이 있는 환자도 하루 최대 복용량인 4000㎎을 복용해도 괜찮다는 연구 결과 등 실제 복용자의 데이터를 토대로 다수의 임상시험을 통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꾸준히 입증해왔습니다.
 
그 예로, 중증도와 원인이 다양한 간 질환 환자에게 타이레놀을 투여했을 때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한 독성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알코올 중독 환자가 최대 5일 동안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경우 간 기능 수치 중 하나인 ALT(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 값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간 기능이 떨어진 환자도 타이레놀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67년간 쌓은 데이터를 통해 입증한 것이죠.
 

한국에서는 존슨앤드존슨의 계열사인 한국얀센을 통해 '타이레놀 500㎎', '어린이 타이레놀 현탁액' 등이 나오면서 1994년부터 아세트아미노펜의 오리지널 약이 판매됐습니다. 현재 타이레놀은 종합 감기약인 '타이레놀 콜드에스정', 지속적인 통증 완화에 효과적인 '타이레놀이알서방정', 여성 생리통 전문 진통제인 '우먼스 타이레놀정' 등이 추가돼 종류가 더 다양해졌습니다.
 
통증 유형에 따라 아세트아미노펜 제품을 선택하면 효과적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통증의 종류에 따라 속방정과 서방정으로 구분합니다. 속방정은 두통·생리통·치통처럼 통증을 빨리 가라앉혀야 할 때, 서방정은 근육통, 허리 통증, 관절통 등 오래가는 통증을 장시간 가라앉혀야 할 때 권장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의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 약은 약국과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감기’, ‘어린이’, ‘생리통’ 등 증상·연령대에 맞게 복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형으로 나와 있어 가정상비약으로도 권장됩니다. 의약품을 선택할 때는 의사·약사 등 전문가의 의견과 함께 약의 효능·효과, 용법·용량, 이상반응, 주의사항 등 다양한 기준을 고려해야 합니다.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 약은 주성분·제형·함량이 동일하지만 안전성 데이터나 가격 등이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어 다양한 기준을 참고삼아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도움말: 믿음약국 손수희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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