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은 일생 한번이면 충분, BRCA 변이 있으면 난소난관 절제

[이민영 기자] 입력 2022.01.07 17.06

#52. 조현웅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자궁경부암·자궁암·난소암은 여성의 생식 기관에 발생하는 '부인암'입니다. 백신 개발과 유전자 검사의 발달로 예방이 가능해진 암이기도 하지만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암이 상당히 진행한 후에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닥터스픽에서는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조현웅 교수와 함께 부인암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실제 예방률과 성생활 이후의 백신 접종은 의미 없는지 궁금합니다.
적정 연령에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 자궁경부암 발생이 70~9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는 9~26세 사이에 접종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현재 국가 백신 사업으로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백신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에서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성생활 이전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성생활 이후여도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백신 효과가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발병과 관련된 고위험군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여러 종류입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본인이 감염되지 않은 타입의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에는 백신을 통한 예방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중년 이후의 여성에게는 백신의 예방 효과가 작기 때문에 강력히 권고하지는 않습니다.

 

-남성들이 가다실9를 맞을 경우에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 예방백신은 남성들에게도 항문암이나 첨형 콘딜로마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16~26세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백신을 접종 받은 남성은 항문 전암병변 (항문 상피내종양 2,3) 발생이 50~70% 감소하였고, 흔히 사마귀라고 하는 첨형콘딜로마 또한 60~90% 감소했습니다.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습니다. 이런 연구결과를 근거로 대한부인종양학회는 9~26세 남성에게 인유두종바이러스 예방백신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 자문위원회에서도 13~21세 남성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 호주에서는 국가 백신으로 접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몇 년 주기로 맞는 것이 좋을까요?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은 일반적으로 3회 접종을 원칙으로 하며, 9~14세에서는 2회 접종을 권고합니다. 접종 간격은 3회 연속 접종의 경우 1차 접종 후 1~2개월 후에 2차 접종을, 1차 접종 후 6개월 후에 3차 접종을 합니다.  최소 간격은 1차와 2차 사이에 4주, 2차와 3차 사이에 12주, 1차와 3차 사이에 5개월입니다. 더 짧은 간격 후에 백신 접종을 하는 경우 가장 최근 접종 후 최소 간격이 경과한 후 다시 접종해야 합니다. 백신 2차나 3차 접종을 시기에 맞춰 하지 못하고 중단한 경우에 백신 접종을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백신 접종을 마친 이후에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재접종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궁경부암은 유전 가능성이 낮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자궁경부암과 유전의 관련성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대부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원인입니다. 그러므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거나 조기 진단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과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입니다. 백신 접종과 선별검사를 통해 대부분의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 또한 자궁경부암 예방에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년마다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무료 국가검진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70세 정도까지는 받는 것을 권합니다.

 

-자궁근종이 자궁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나요?
자궁암이라고하면 주로 자궁암의 90~95%를 차지하는 자궁내막암을 뜻합니다. 이와 별개로 자궁육종이라는 암이 있는데 양성 종양인 근종과 구분이 어려운 악성 종양으로, 자궁암의 2~6%를 차지하는 드문 암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이용한 제 연구에서 근종 진단을 받고 수술을 시행한 후 조직검사에서 육종을 진단받은 환자는 0.2%로 빈도가 매우 낮았습니다. 근종이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근종이 자궁육종으로 발전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궁근종과 육종은 초음파상 구분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수술해 조직검사를 하기 전에는 진단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자궁육종은 이전의 방사선치료 병력, 유방암으로 인한 호르몬 치료(타목시펜)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0세 이후 폐경 여성에서 잘 발생하며 출혈이 자주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에 해당하면서 초음파상 근종이 관찰되고, 근종이 최근 1~2년 사이에 급격히 커진 경우엔 부인종양 전문의와 상의하시길 바랍니다.

 

-유방암 환자는 난소암·자궁암으로 재발할 우려가 높나요?
유방암 환자라고 해서 모두 다 난소암·자궁암 발생 위험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유방암 환자 중 난소암 또는 자궁암의 위험성이 높은 대표적인 경우는 BRCA 1·2 변이가 있는 것인데,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합니다. 40세 이전에 유방암 진단, 60세 이전에 삼중음성 유방암 진단, 남성 유방암 등 인자를 가지고 있으면 BRCA 변이를 가지고 있을 수 있으므로 검사대상에 해당합니다. 본인이 BRCA 검사대상에 해당하는지 전문의와 상의하시길 바랍니다. 또 유방암 환자분들 중 대다수는 호르몬치료(타목시펜)를 받게 되는데, 약물치료로 인해 자궁내막이 두꺼워질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BRCA 유전자 변이인 경우 예방적 유방 절제가 유방암·난소암 발병을 막을 수 있나요?
BRCA 변이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DNA 복구기능에 장애가 생겨 암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유방암은 생애에 발생할 확률이 41~90%, 난소암은 8~62%입니다. 예방적 유방절제술은 유방암을 약 90%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유방암의 경우 MRI 등 정기 검진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므로 꼭 수술이 필요한지는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BRCA 변이가 있을 때 예방적 난소난관 절제술은 매우 중요합니다. 난소암은 정기검진을 통한 예방이 어려우므로 예방적 난소난관 절제술을 권고합니다. 예방적 난소난관 절제술을 통해 난소·난관 및 복막암 위험을 약 80%, 유방암은 약 50%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예방적 난소난관 절제술을 권고하는 연령은 브라카 변이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BRCA 1은 위험이 높아서 35~40세에 수술하는 걸 권고하며 BRCA2는 좀 더 늦게 발병하므로 40~45세에 수술하는 것을 권합니다.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출산 이후 최대한 빠르게 수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방적 수술을 원하지 않거나 하기 어려운 경우는 골반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CA-125)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경구 피임약 복용 등 난소암 위험도를 다소 낮출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난소암은 나이와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그렇습니다. 난소암은 상피성난소암과 비상피성난소암(생식세포종양, 성기삭간진성 종양)으로 분류됩니다. 비상피성 난소암은 10~20대에 호발하며,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난소암의 90% 이상은 상피성 난소암으로 대부분 50세 이상에서 호발합니다. 하지만 30~40대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국가암등록자료에 따르면 최근 30대에서 증가율이 높은 추세입니다. 난소암 위험인자 중 하나는 생리를 길게 하는 것입니다. 출산하지 않거나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는 경우, 서구적인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 등으로 30대에서 증가하는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궁암 초기증상은 출혈이라는데 이 외에 특별한 증상이 있을까요?
자궁내막암은 초기에 비정상적 질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가 아닌데 질 출혈이 있거나 생리가 불규칙한 경우, 몇 개월 동안 무월경이 지속하다가 많은 출혈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폐경인데 갑자기 피가 비치는 증상이 나타나면 자궁내막암을 강력히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있는 경우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봐야 합니다.
 

-자궁경부암을 의심할수 있는 확실한 증상은 없을까요?
자궁경부암은 대부분 초기에 무증상이지만, 성관계 후 출혈 또는 비정상적인 출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확실하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증상은 없습니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거나 조기 진단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과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입니다. 백신 접종과 선별검사를 통해 대부분의 자궁경부암 예방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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