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후 바로 헹구지 마세요, 3~5분간 놔둬야 약효 냅니다

[김선영 기자] 입력 2021.12.31 10.17

#159 샴푸형 비듬 치료제 올바로 쓰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이맘때면 비듬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흔히 비듬은 가려움증을 동반해 긁다 보면 흉터가 생기거나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만성 탈모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하죠. 얼굴이나 몸 못지않게 두피 건강에 신경 써야 할 때입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선 사용이 간편한 샴푸형 비듬 치료제의 약효와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봅니다.
 

비듬은 두피에서 각질 세포들이 쌀겨 모양으로 탈락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두피의 각질 세포와 피부의 지방 성분, 각종 피부의 세균들로 구성되죠. 사실 모든 피부의 각질 세포는 일정 기간 지나면 스스로 떨어져 나갑니다. 일정량이 지속해서 탈락하므로 옷을 갈아입거나 일상적인 목욕 등을 통해 충분히 제거할 수 있죠. 근데 두피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면 덩어리가 져 육안으로 뚜렷하게 보입니다. 비듬은 은근하고 지속적인 가려움증을 유발해 계속 신경 쓰이게 합니다. 또 미관상 문제를 유발하죠. 겨울철엔 어두운 계열 옷을 많이 입는데, 어깨에 떨어진 작고 하얀 비듬이 청결하지 못하단 인상을 심어주기 쉽습니다.

 

비듬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주 다양합니다. 두피 피지샘의 과다 분비, 호르몬의 불균형, 두피 세포의 과다 증식, 곰팡이인 말라세지아균의 과다 증식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두피에는 땀샘과 피지샘이 분포하고 있어 피지를 먹이로 하는 말라세지아균이 성장하기 쉬운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말라세지아균은 오랫동안 피부에 서식해 피부 표면에 감염을 일으키곤 합니다. 그러면 비듬을 비롯해 두피염과 지루 피부염, 습진, 탈모, 여드름 등을 유발할 수 있죠.
 
비듬 발생은 두피에 건성 또는 기름기가 있는 작은 각질 조각이 생기는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가려움증을 동반합니다. 비듬약은 각질 세포를 정상화하고 곰팡이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해 비듬 발생을 정상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흔히 쓰이는 성분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케토코나졸입니다. 이 성분을 1% 함유한 제품은 비듬에, 2% 함유한 제품은 비듬·지루 피부염·어루러기 등에 쓰입니다. 이는 과다 증식한 말라세지아 진균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필수 물질인 에르고스테롤의 합성을 방해해 비듬을 조절하는 원리입니다.

 

둘째, 시클로피록스입니다. 이 역시 말라세지아균을 억제해 비듬 완화 효과를 냅니다. 시클로피록스 성분은 항진균 효과뿐만 아니라 염증 매개 물질의 합성을 억제하는 항염증 작용도 가능해 두피 점막이 붉게 변하는 발적이나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셋째, 아연피리치온입니다. 말라세지아로부터 분비된 지질분해 효소는 피부의 지질층을 공격하고 피부 조직을 숙주로 삼으며 감염시킨 세포막으로부터 영양분을 얻어 생존합니다. 아연피리치온은 말라세지아 진균 세포 내에 아연을 과도하게 축적함으로써 진균에 독성을 야기하고 말라세지아 진균이 인체 두피에서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지질분해 효소의 발현을 억제합니다.

 

샴푸형 비듬 치료제는 엄연한 의약품이므로 용법·용량을 지켜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머릿결과 두피를 손상할 수 있으므로 사용 설명서에 따라 일주일에 2~3회 쓰고 증상이 개선되면 횟수를 줄여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머리를 물에 적신 뒤 약을 바르고 거품을 내면서 두피를 마사지해줍니다. 이때 바로 헹궈내면 접촉 시간이 짧아 약효를 제대로 보기 어려우니 약 성분이 두피에 잘 적용되도록 3~5분 기다렸다가 헹굽니다. 머리를 감을 땐 손톱 끝이 아닌 손가락으로만 오래 문질러 거품을 내야 합니다. 손톱을 사용해 비듬을 억지로 긁어내면 할 땐 후련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두피가 손상돼 결국 염증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일부 샴푸형 비듬 치료제는 장기간 사용 시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일정 기간 이후엔 다른 성분의 비듬약으로 바꿔 사용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샴푸형 비듬 치료제는 상처 또는 심하게 짓무른 부위엔 사용하지 않습니다. 또 처음 사용하면 가려움·화끈거림·홍반과 같은 일시적인 자극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무작정 참지 말고 의사·약사와 상담하길 바랍니다. 비듬 치료제를 수 주간 사용했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의사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피부과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원인과 상태에 따라 추가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이땐 경구 치료를 하거나 항생제, 국소 스테로이드제, 부신피질호르몬제 등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듬을 완화하고 비듬 발생을 예방하려면 평소 두피를 청결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피나 모발이 자주 기름진 사람은 그만큼 머리를 자주 감아야 합니다. 머리를 감을 땐 너무 뜨거운 물보단 미온수를 사용하고 깨끗이 헹궈야 합니다. 머리가 오랫동안 축축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말려주는 것도 중요하죠. 두피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지나친 음주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하며 고지방·고탄수화물 음식을 적게 먹으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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