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라면 당당하게 인슐린 치료 받으세요”

[권선미 기자] 입력 2021.12.22 16.37

[J인터뷰] 김성래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

혈당이 높은 상태인 당뇨병은 불과 100년 전만해도 죽음의 병으로 불렸다. 특히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1형 당뇨병은 치료가 불가능해 고작 진단 1달만에 사망하기도 했다. 인류가 불치병의 공포에서 벗어나 관리 가능한 질병으로 만든 기적의 약이 바로 인슐린이다. 올해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프레더릭 밴딩 박사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처음 발견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인슐린 치료는 혈당을 직접 끌어내려 당뇨병 합병증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하지만 스스로 주사를 찔러야 한다는 두려움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성래(사진·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총무이사에게 인슐린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인슐린 치료가 왜 필요한가.

“약해진 췌장 기능을 보완해주기 위해서다. 특히 췌장 이상으로 몸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치료가 절대적이다. 2형 당뇨병 환자도 진단 당시 이미 인슐린 생산·분비 기능이 50%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당뇨병 초기엔 먹는 약으로 췌장을 자극해 부족한 인슐린을 채운다. 하지만 한계가 존재한다. 

당뇨병은 진행성 질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약한 췌장 기능은 더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췌장 기능 저하로 인슐린 생산·분비가 줄어든다. 당뇨병 진단 6년 후에는 남아 있는 췌장 기능이 25% 정도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다. 부족한 인슐린을 직접 보충하는 인슐린 치료를 받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슐린 치료로 적극적인 혈당 관리가 가능해져 각종 당뇨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Q2. 인슐린 치료는 당뇨병 말기에 최후의 방법으로 시도하는 것 아닌가.
“대표적인 오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심리적 거부감이 커 인슐린 치료가 활발하지 않을 뿐이다. 당뇨병 치료에서 인슐린은 절대적이다. 먹는 약으로 목표 혈당 관리에 실패하면 가능한 일찍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약을 먹어도 혈당 조절 목표(당화혈색소 6.5% 미만)에 도달하지 못하면 조기 인슐린 치료를 권고한다. 이 외에도 당뇨병 첫 진단 때 중증 고혈당으로 심한 당독성(Glucotoxicity) 노출 기간을 줄여 췌장의 자기 인슐린 생산 능력을 보존하거나 임신·수유 등으로 먹는 당뇨병 약 복용이 어려울 때도 인슐린 치료를 고려한다. 

인슐린 치료는 혈당 조절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당뇨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가 1% 증가하면 뇌졸중·급성심근경색증 등 심뇌혈관 합병증 사망률이 40% 증가한다. 당뇨병학회에서도 인슐린 발견 100주년을 기념해 당뇨병 환자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어디에서나 당당하게 인슐린 치료 등을 적극 권하고 있다.”

Q3. 학회 차원에서 유튜브 활동도 활발하던데.

“공신력 있는 당뇨병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당뇨병은 온 몸의 혈관을 서서히 망가뜨린다. 혈당이 높은 상태로 지내면 끈적한 혈액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결된 혈관을 타고 돌면서 속부터 곪는다. 눈의 망막에 연결된 혈관이 막히면 시력을 잃고, 가느다란 모세혈관 덩어리인 콩팥이 제 기능을 못해 투석을 하기도 한다. 국내 당뇨병 환자 10명 중 7명은 여전히 혈당 조절에 실패하고 있다. 혈당에 좋다는 것을 먹고 상태가 더 나빠지는 사람도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 많았지만 진료실에서는 시간에 쫓기다보니 세세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웠다. 대한당뇨병학회를 주축으로 당뇨병 치료뿐만 아니라 운동·식단 등 전반적인 정보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학회 유튜브 채널 ‘당뇨병의 정석’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의학 자문을 맡은 이재혁 교수님도 직접 출연해 인슐린과 관련한 에피소드 구성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으로 인슐린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을 없애는데 노력하겠다.”

Q4. 온라인 박물관인 인슐린 100주년 뮤지엄도 개관했던데.
“기억에 남는 활동 중 하나다. 인슐린 발견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싶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고심 끝에 당뇨병 환자나 가족은 물론 일반인도 비대면으로 안전하면서 올바른 인슐린 정보른 습득할 수 있도록 인슐린 100주년 뮤지엄(https://www.insulinmuseum.co.kr/)을 오픈했다.

총 4개의 가상현실 전시관에서 당뇨병의 역사와 인슐린 개발에 힘쓴 여러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관람할 수 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등장한 당뇨병과 인슐린에 관한 문헌, 대한당뇨병학회 의료진이 알려주는 당뇨병과 인슐린 교육 영상, 창립 53년의 대한당뇨병학회의 발전 역사와 다양한 활동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내년 10월까지 PC·모바일을 통해 접속 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인슐린 100주년 뮤지엄을 통해 인슐린에 대해 정확하게 알길 기대한다.”

Q5. 현재 준비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일상에서 당뇨병 관리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당당케어’라는 프로그램이다. 앱을 통해 12주 동안 단계별로 스스로 심리 상태를 돌볼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을 길러주면서 당뇨병 자가관리 습관을 기르도록 지원한다. 당뇨병학회 공식 유튜브 채널인 당뇨병의 정석 영상과 연동해 다양한 당뇨병 정보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9월 서울특별시 은평구와 MOU를 체결하고 은평구에 거주하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2022년 초 전국에 공식 배포할 예정이다.”

Q6.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당뇨병은 게으르고 자기 관리를 못해 걸리는 병이 아니다. 인슐린 치료 역시 마찬가지다. 췌장 기능이 약해지면 결국엔 인슐린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중독성도 없다. 몸에서 필요한 만큼만 보충할 뿐이다. 자동차를 운행할 때 장거리를 운전하면 당연히 더 많은 휘발유가 필요하듯 체내 인슐린 요구량에 따라 인슐린 투여량이 달라질 뿐이다. 

막연히 인슐린 치료가 두렵다는 이유로 먹는 약만 고집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상황에 맞는 치료가 중요하다. 스스로 당당하게 당뇨병 치료에 임해야 한다. 일반인 역시 당뇨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당뇨병학회에서도 당뇨병이라는 질병과 인슐린 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을 지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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