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의 건강 토크] 췌장암을 둘러싼 오해와 최신 검사법

[김연석 교수] 입력 2022.01.27 09.52

김연석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1. 김연석 교수가 짚어주는 췌장암의 오해와 진실  

Q 췌장에 혹이 있으면 다 암이다?

X 최근 췌장에 혹이 있는 질환 즉, '낭성 종양(낭종)'이 꽤 많아졌다. 낭종은 혹의 일종인 물혹이다. 많은 환자가 췌장에 혹이 있으면 췌장암이 아닐지 걱정해서 검사를 요구한다. 하지만 췌장의 낭종은 암도 아닐뿐더러 암으로 발전할 위험성도 굉장히 낮다. 그래서 대부분은 수술 없이 추적 관찰한다. 췌장에 낭종이 있는 환자 가운데 수술을 해야 하는 대상인 ‘수술 적응증’은 전체 낭종 환자의 5% 미만에 불과하다. 낭종 외에 암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는 양성 종양이 있으나 이 역시 수술로 제거할 수 있으며, 수술할 경우 완치 가능성은 100%에 가까울 정도로 예후가 좋다.  

Q 췌장암은 불치병이다?

X 한번 진단되면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가장 높은 암이 췌장암인 건 맞다. 췌장암에 대해 막연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2018년 국내 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은 인구 10만 명당 14.8명 정도 발생하는데, 이는 갑상샘암을 제외하고 전체 암 가운데 8번째로 높다. 대표적인 암인 위암·대장암·유방암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췌장암은 일찍 발견할수록 생존율이 높다. 췌장암 크기가 1㎝ 미만인 1기에 발견하면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선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암 크기가 0.5㎝ 미만이면 수술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췌장암 4기 말기라 하더라도 3%에서는 5년 생존율을 보인다. 췌장암에 진단됐다고 해서 모두 다 사망하는 건 아니다.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위암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국가에서 조기 발견을 위한 검진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췌장암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조기 발견을 위한 검진 방법이 없다. 가족력이 있다면 검진을 챙겨 받는 게 좋다. 가족 가운데 췌장암 환자가 2~3명 있다면 췌장암 예방 차원에서 검진을 받아볼 수 있다. 부모·형제·자매 가운데 췌장암 환자가 1명이면 췌장암 발병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가량 높고, 2명이면 4~5배, 3명 이상이면 10배 이상 췌장암 발병 위험이 높다.  

Q 췌장암은 모두 유전 때문에 생긴다?

X 췌장암의 위험인자 1위는 흡연이다. 담배 성분 중 발암물질이 췌장을 계속 자극해서다. 술은 술 성분 자체보다는 술로 인한 만성 췌장염이 췌장암의 원인이다. 췌장에 계속해서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켜 일반인보다 췌장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이다. 비만도 췌장암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만세포가 췌장 내 섬유화 세포를 활성화해 췌장을 딱딱하게 하고, 이 가운데 일부는 암으로 발전한다. 당뇨병을 오래 앓아도 췌장암 발병률을 높인다. 췌장암을 잘 일으키는 특수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있다. 이 유전자를 찾는 검사법이 있긴 한데, 만약 발견되면 불안감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극심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특수 유전자를 가진 경우 6개월 혹은 1년에 한 번은 췌장암 검사를 시행하고는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췌장암 관련 유전자 검사를 대규모로 실시하고는 있지 않다. 

Q 등이 아픈 증상의 대표 질환이 췌장암이다?

X 췌장암이 발병하면 등이 아플 수는 있다. 하지만 등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질환 가운데 췌장암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자세로 인한 척추 문제, 근육 문제이거나 장 기능 나쁠 때도 등·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등이 아파서 이것저것 검사했는데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췌장암 검사를 시행해볼 수는 있지만, 췌장암의 대표 증상은 ▶황달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 ▶수 주간 원인 모르게 이어져 온 복통·소화불량이다. 이 가운데 황달을 빼고는 비정형적인 증상이다.
황달은 대부분 췌장 머리부위의 암이 있을 때 나타나며, 오히려 황달 증상으로 인해 췌장 몸통이나 꼬리 부위의 암보다 빨리 발견되기도 한다. 황달은 대개 췌장암 2기 이상에서 나타난다. 체중 감소의 경우 췌장암이 아주 많이 진행했어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췌장암 초기에 나타나기도 한다. 밥을 먹고 나면 복통이 생기는 바람에 불안해서 식사를 기피해 체중이 줄기도 한다. 또 췌장암 자체가 커지면서 암세포가 영양분을 빼앗아 체중이 줄기도 한다. 복통은 췌장 중에서도 암 덩어리의 위치에 따라 빨리 나타나거나 늦게 나타난다. 췌장의 꼬리쪽에 암이 생기면 췌장암이 거의 다 퍼진 상태에서야 복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소화불량도 마찬가지다.  

Q 췌장암은 항암치료에도 효과가 없다?  

X 과거 췌장암 항암제가 처음 나왔을 때는 6개월 시한부 환자가 항암치료로 7~8개월 사는 정도로 환자 입장에서는 항암치료로 인한 차이가 크지 않았다.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최근엔 6개월 생존 예상이던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고 1년 넘게 생존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졌다. 항암제의 효과가 좋아졌고 식욕부진, 구역질, 다른 장기에 미치는 악영향 등 부작용을 줄이는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보존적 치료 기법도 개발돼 항암치료를 잘 이겨내도록 도와준다. 항암치료 부작용에 대한 대처법도 개선됐다. 그 결과 식욕부진이나 구역질이 꽤 많이 줄었다. 

Q 췌장암은 수술받으면 더 빨리 나빠진다?  

X 과거엔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진단 기기의 정확도가 떨어져 췌장암 병기를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는 전이됐는데 전이 상태를 못 보고 수술을 진행하기도 했다. 병이 국소적으로 진행했는데도 수술 후 1개월 또는 2개월 이내에 재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노년층 가운데 '수술하면 빨리 죽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아직 많다. CT나 MRI 등을 포함한 진단 방법의 발전으로 수술전 거의 정확하게 병기를 판정할 수 있다. 암은 국소성 암, 국소 진행암, 애매한 경우, 전이된 경우 등으로 병기를 나눈다. 췌장암 부위가 주변 혈관을 침범하지 않고 국소적일 때 수술을 진행한다. 췌장은 여러 혈관과 근접해 있는데, 이 혈관은 주변 장기를 먹여 살린다. 만약 국소 부위여도 큰 혈관을 침범해 있다면 수술을 하지 못할 수 있다. 혈관을 잘라냈다간 장을 포함하는 주변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어 사망에 이르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병변이 혈관을 침범하긴 해도 심각하지 않을 땐 항암-방사선 치료(선행 항암 치료 혹은 선행 항암-방사선 병합 치료)를 시행해보고 효과가 좋으면 수술할 수도 있다. 췌장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수술을 하지 못하고 항암 치료를 시행한다. 췌장암 수술 후 당뇨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특히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부위의 암인 경우 췌장의 60~70%정도를 절제하게 되는데 당뇨병 발생 위험성이 더 높다. 인슐린 분비 세포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2. 김연석 교수가 알려주는 췌장암 예방법

담배, 잦은 음주로 인한 만성 췌장염, 비만(BMI 30 이상)은 대표적으로 알려진 췌장암 위험인자다. 올바른 생활습관이 췌장암 예방에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고지방식, 가공육은 췌장에 해로운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육류, 특히 붉은색 고기를 구워 먹거나, 이 붉은색 고기를 한 번 더 가공하는 가공육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췌장암이 발생하면서 당뇨병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뚜렷한 비만이 없이 중년의 나이에 당뇨가 생긴다면, 특히 가족력 없이도 당뇨병이 생겼다면 췌장암에 대한 검진이 필요하다. 현재까지의 연구를 보면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오래될수록 췌장암 발병 위험성이 정상인보다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을 진단받은 후 약 10년이 지나면 췌장암 위험도가 약간씩 증가하며, 20년 정도 됐을 땐 췌장암 위험도가 가장 높은 시기라고 보고한 연구결과도 있다. 당뇨병을 잘 조절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기간 당뇨병을 앓는 환자 가운데 꾸준히 조절해오다가 혹시라도 갑자기 당 조절이 안 된다면 췌장암 검사를 받아보는 게 안전하다.  

3. 김연석 교수가 알려주는 췌장암 검사법

췌장암을 발견하기 위한 대표적 검사는 영상검사다. 복부 초음파, 복부 CT 검사, 복부 MRI 검사 등이다. 각각의 검사는 장단점이 있어 검사 시 담당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는 게 좋다. 이 가운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복부 초음파 검사가 췌장암 진단과 병기 설정을 위한 기본 검사로 가장 많이 활용되며 그다음 단계로 복부 CT 검사가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내시경 검사로는 초음파 내시경(EUS), 담췌관 조영술(ERCP)이 대표적인 검사법이다. 최근 들어 초음파 내시경(내시경 초음파라고도 함) 검사를 많이 사용한다. 이는 위내시경 검사 방법과 거의 동일하다. 내시경 장비 끝에 초음파라는 기계가 달려 위 또는 십이지장까지 기계를 넣어 췌장을 관찰한다. 췌장암 부위는 초음파 화면상 색깔이 어둡고 주변 조직은 밝게 나온다. 대부분 수면 마취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확도가 높고 필요하다면 검사하면서 바로 '세침흡입술'이라고 하는 일종의 조직검사를 같이 시행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특수 약물을 사용해 진단율을 더 높이는 '조영 증강법' 역시 최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췌장암이 의심되는 경우 주진단법으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론 복부 CT나 복부 MRI 등과 함께 검사하면 더 세밀하게 진단할 수 있다. 

'담췌관 조영술'은 췌장암 진단 목적으로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으나 진단이 애매할 경우, 초음파내시경 세침흡입술 외에 추가적인 조직생검이 필요한 경우, 췌장암으로 인해 황달 같은 합병증이 있을 때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다.

핵의학 검사인 'PET-CT' 검사는 진단을 위한 일차적 검사로 사용되지는 않으나 진단이 애매한 경우 확진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원격 전이(다른 장기까지 암이 퍼진 상태)를 포함한 병기 설명에 유용하며, 치료 후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데도 유용하다. 췌장암은 모든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나 아직 조기 발견의 검사에 대한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위암·폐암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췌장암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 왜냐하면 췌장암의 발생빈도가 상당히 낮고, 어떤 검사가 조기 발견에 가장 유용한 검사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어서다. 하지만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과 같은 명확한 유전성 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췌장염이 있거나 병적 비만, 당뇨병을 오래 앓고 있는 경우, 유전성 질환 가족력은 없으나 직계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추천한다. 어떤 검사를 통해 정기적인 추적을 해야 할지는 담당 전문의와 상의하며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혈액검사의 일종인 종양 표지자 검사를 시행할 수 있으나 현재까지는 조기 발견을 위한 선별검사(screening)목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암 치료효과 확인이나 재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특정 세포에서 특정 항원을 혈액 속으로 내보내면 이것을 측정해 일정 수치 이상 증가했을 때 암을 의심해 볼 수 있는데, 췌장암의 경우 'CA 19-9'라는 종양 표지자 수치가 대표적이다. 이 표지자는 췌장암뿐 아니라 폐기종, 난소 물혹 등 양성 질환에서도 올라간다.

최근 선별 검사 목적으로 사용할 때 CA 19-9 단일 검사보다 여러 가지 다른 종양 표지자 검사를 함께 시행하면 진단율을 좀 더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많다. 그러나 종양 표지자 검사의 경우 정상으로 나와도 췌장암 4기인 경우가 있고, 정상의 10배, 20배 이상 높아도 췌장 건강이 정상일 수 있다. 건강 검진시 CA 19-9가 높았던 그룹에서 단지 1~2%에서만 암을 포함하는 췌장 종양이 있다는 국내의 연구결과도 있다.
 

4. 가장 기억에 남는 나의 환자

최근 1~2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불과 몇 달 전에 돌아가신 50대 초반의 여성 환자다. 이 환자는 타 병원에서 40대 초반에 위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받았다. 또 힘든 항암 치료 기간도 거쳤다. 다행히 5년이 지나고 완치 판정을 받아 행복한 세월을 보냈는데, 지난해 황달이 생겨 우리 병원에서 검사했고 췌장암 3기로 진단받았다. 췌장암이 하필이면 중요한 혈관을 건드렸다.

암 크기는 작지만 수술할 수는 없었다. 환자의 좌절감이 너무 컸다. 이전에 위암에 대한 항암 치료로 겪은 고통과 정신적 트라우마가 너무 끔찍한 데다 주변에서 췌장암에 대한 최악의 이야기만 들은 터라 췌장암에 대한 치료를 아예 포기했다. 첫 몇 달간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았지만 6개월 정도 지나면서 몸은 쇠약해졌고 약 1년 가까이 됐을 때 눈에 띄게 약해졌다. 

집을 떠나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 가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던 중 췌장암 진단 1년여 뒤인 올해 늦봄에 돌아가셨다. 그분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 무엇이 가장 후회가 없는 선택인가를 끊임없이 생각나게 하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만 받았어도 암 크기를 줄이고, 수술까지도 가능했을 것이다.

췌장암을 진료하는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췌장암 환자에게 송구한 마음이 늘 있다. 의사는 췌장암 치료법이 많이 개선됐다고 환자에게 설명하지만, 실제로 환자가 느끼는 것은 그렇지 못하다는 괴리감을 진료실에서 많이 경험한다. 수십 년 동안 의학은 획기적으로 발전했지만, 췌장암 정복은 요원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 송구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감히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더디지만, 췌장암 치료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항암제가 독하고 효과는 낮아 의사 입장에서도 권유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항암제 부작용이 줄어들고 효과는 더 좋아졌다. 그러기에 환자-의사가 ‘원팀’으로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게 췌장암을 이겨내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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