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샘암은 암세포 전이를 막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권선미 기자] 입력 2021.11.26 14.09

[J인터뷰]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서성일 교수

영국 등에서는 매년 11월이면 면도를 하지 않는 남성이 많다. 전립샘암·고환암 등 남성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모벰버(Movemver) 캠페인이다. 모벰버는 콧수염을 뜻하는 'mustache'에 11월(Novemver)를 합친 말이다. 한국에는 낯설지만 콧수염을 기르면서 자신의 건강을 되새기자는 의미다. 대표적인 것이 전립샘암이다. 전립샘암은 국내에서만 한 해 1만 6000여 명 이상이 새롭게 진단받는다. 위암·폐암·대장암에 이어 네 번째로 남성이 많이 걸린다.

전립샘암은 다행히 조기 발견하면 10명 중 9명이 5년 이상 생존한다. 10년 생존율도 92%로 높다. 전립샘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암세포가 전이되면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다른 장기로 전이된 전립샘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45%에 불과하다. 특히 전립샘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은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샘암'으로 진단받았어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2년 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서성일(사진·대한전립선학회 회장) 교수에게 전립샘암 최신 치료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전립샘암은 전이를 억제하는 치료가 중요해 보이는데.


“그렇다. 전립샘암 환자의 90%는 전이가 없는 국소 병변일 때 진단받는다. 긍정적인 일이다. 암이 다른 부위로 퍼지지 않은 비 전이성일 때 치료법은 전립샘암 증식에 영향을 주는 남성 호르몬 분비를 차단한다. 호르몬 치료다. 남성 호르몬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기름 같은 역할을 한다. 기름을 떨어지면 차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남성 호르몬을 최대한 억제해야 전립샘암 증식을 막을 수 있다. 과거 내시 등 거세한 남자는 전립샘암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호르몬 치료에 내성이 생겼을 때다. 점차 약에 내성이 생기면서 다시 암세포가 증식하고, 전립샘암을 가늠하는 종양 표지자인 PSA(Prostate Specific Antigen) 수치가 조금씩 높아진다. 사실 이론적으로 호르몬 치료만으로는 전립샘암 전이를 막을 수 없다. 당장은 전이가 없더라도 90% 이상의 확률로 결국 전이가 생길 수 있다. 많지 않지만 처음부터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다행히 최근엔 호르몬에 반응하지 않는 전립샘암 환자를 위한 약(뉴베카)도 나왔다.”

Q2.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샘암으로 진행하면 어떻게 되나.

“생존율이 뚝 떨어진다. 전립샘암의 5년 평균 생존율은 90%이상이다. 하지만 전이성으로 진행하면 5년 생존율이 45% 수준으로 줄어든다. 어떤 암이든 퍼지면 예후가 나쁘다.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전립샘암이라도 예외는 없다. 삶의 질도 빠르게 나빠진다. 전립샘암은 림프절, 뼈로 잘 전이된다. 특히 뼈로 암세포가 전이되면 통증이 심하고 그 부위가 잘 부러진다. 통증이 너무 심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국소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거나 마약성 진통제를 쓰기도 한다.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들고 환자의 고통도 크다. 가능한 비전이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 최신의 치료 트렌드이기도 하다.”

Q3. 비전이 상태에서 전립샘암을 치료 중이라면 전이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도 있나. 

“물론이다. PSA 검사를 통해서다. 전립샘암으로 진단·치료 받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PSA 수치를 추적 관찰한다. PSA 수치 변화 양상을 보면서 전립샘암 전이 고위험군을 예측할 수 있다. 다만 PSA 수치는 해석이 까다롭다. 단순히 PSA 수치가 높다고 전립샘암으로 생각하거나 전이 고위험군으로 봐서는 안 된다.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삼성서울병원에서는 PSA 3 정도까지는 정상으로 본다. 이 정도 수치면 전립샘암 발현 비율이 22~23%수준이다. 대개 PSA 수치가 10 이하면 저위험군으로 볼 수 있다. 

전립샘암으로 확진된 다음에는 암 전이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는데 PSA 수치를 주로 활용한다. PSA 수치가 높은 것도 위험하지만, 얼마나 빠른 속도로 PSA 수치가 높아지는지도 살펴야 한다. 일반적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 치료 효과가 잘 유지되고 있다면 PSA 수치가 1이하로 낮게 유지된다. 호르몬 치료 1~2달만에 거의 0에 가깝게 떨어진다.”

Q4. 호르몬 치료로 떨어졌던 PSA 수치가 높아지는 것 자체가 전이 위험 신호라는 건가.

“그렇다. 만약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는데 PSA 수치가 슬금슬금 올라간다면 전이 가능성을 염두해둬야 한다. CT 등에서 전이 병변을 발견하지 못했어도 PSA 수치가 올라간다는 건 호르몬 치료에 내성이 생겼고 결국 전이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거세저항성 전립샘암 자체가 전이 위험 신호다. 암세포 전이가 없는 상태로 호르몬 치료를 받는 전립샘암 환자의 30% 이상은 2년 내 다른 부위로 암세포가 전이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샘암으로 진행한다는 보고도 있다.”

Q5. 최근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샘암 환자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제가 나왔다고 들었다.


“고위험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환자의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뉴베카라는 약이다. 지난해 5월 국내 도입됐다. 전립샘암이 전이되지는 않았지만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고위험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샘암 환자에게는 어떤 치료를 해도 생존 기간을 늘리는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뉴베카는 ARAMIS 임상연구를 통해 비전이 단계의 치료 목표에 맞춰 평균 무전이 생존 기간을 40.4개월 늘렸다는 것을 확인했다. 위약군은 18.4개월인 것과 비교해 확실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사망 위험률도 31%나 줄이면서 전체 생존기간을 늘렸다. 이 외에도 위약군 대비 통증 진행기간, 세포독성 화학요법 시작 시점, 골격 관련 증상 첫 발현 시기 등이 현저히 늦어졌다. 임상적으로 생존과 관련된 긍정적인 효과가 일관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암 환자라도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 실제 임상시험에서 약물 선호도를 조사했더니 신체적·감정적 측면에서 뉴베카 복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스스로가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느끼는 것이다.”
호르몬 치료 받아도 내성 생길 수 있어
거세 저항성 전립샘암은 전이 위험 신호
암 전이 막는 치료 필요…신속한 급여 기대

Q6. 실제 뉴베카로 치료받은 환자의 반응은 어떤가.


“굉장히 좋았다. 임상 시험을 통해 뉴베카의 효과를 확인한 케이스다. 2010년 초반에 전립샘암으로 진단받고 적극적 추적관찰을 하다가 2012년부터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그런데 2016년 말 경, PSA 수치가 높아지면서 남성 호르몬 차단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거세저항성 양상을 보였다. 호르몬 치료가 대략 4년 정도 유지된 것이다. 

마침 새로운 전립샘암 치료제가 국내 도입을 준비하면서 ARAMIS 임상 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무작위 배정이라 나중에 알았지만 이 환자는 위약군에 배정됐다. 사실 PSA 수치가 여전히 높아 위약군일 것으로 짐작은 했다. 이후 오픈 라벨로 임상 시험 연구가 바뀌면서 뉴베카를 복용했다. 약 복용 전에는 30까지 치솟았던 PSA 수치가 뉴베카 복용 후 0.01까지 급격히 줄었다. 현재 3년째 후속 연구에 참여하고 있고 현재도 잘 관리되고 있다. PSA 수치도 여전히 0.0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비슷한 기전의 약을 사용했어도 PSA 수치는 떨어졌겠지만, 현재보다 더 좋은 상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Q7. 약물 상호 반응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 대부분 비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샘암 환자는 60세 이상인 고령이다. 전립샘암뿐만 아니라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병행 치료해야 한다. 각각의 약만 쓰면 문제가 안되는 상황도 약끼리 상호 작용으로 위험할 수 있다. 뉴베카는 주요 CYP 효소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비슷한 기전의 다른 약보다 전립샘암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 효과가 우수하다. 뇌혈관장벽(BBB) 침투율이 낮은 것도 강점이다. 전임상 약동학 모델에서 아팔루타마이드(상품명 얼리다)와 비교해 BBB 침투율이 무려 10배나 낮았다.” 

Q8. 좋은 약이지만, 임상 현장에서 적극 권하기는 어렵다고 들었는데.

“효과적인 약인만큼 비전이 단계인 초기에 빨리 쓸수록 전립샘암 생존율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전이성 단계에서는 급여가 되는 약이 존재하지만 비전이 단계에서 쓸 수 있는 뉴베카는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약값 부담이 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환자만 쓴다. 임상적 유용성이 확실한데도 쓸 수 없는 현실이 굉장히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선별급여라도 단계적으로 적용되면 좋을 것 같다.”

Q9.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전이가 됐다고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지금도 더 좋은 치료 효과를 입증한 신약이 개발돼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검진도 중요하다. 전립샘암은 남성에게 네 번째로 많이 발병한다. 아직까지 국가검진에 전립샘암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립샘암은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국가검진이 되면 좋지만 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남성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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