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과식 습관 못 버리면 약물치료 효과 빛바래

[김선영 기자] 입력 2021.11.19 14.07

#156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바로 알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최근 현대인의 고질병 중 하나로 급부상한 것이 ‘역류성 식도염’입니다. 위 내용물이나 위산의 역류로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유발되는 질환이죠. 야식이나 혼술(혼자 술 마시기)을 즐기고 기름지거나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심해야 할 병입니다. 특히 재발이 잦아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효율적인 약물치료가 반드시 동반돼야 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선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종류와 사용 시 주의점을 알아봅니다.

 

식도와 위 사이에는 식도괄약근이 있어 위의 내용물이 거꾸로 식도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정상적으로는 음식을 삼킬 때트림할 때만 식도괄약근이 열리죠. 근데 식도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약하거나 부적절하게 열리면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게 됩니다. 식도로 거슬러 올라온 위산 탓에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유발된 상태가 역류성 식도염입니다.

 

식생활이 서구화하고 비만·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역류성 식도염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름지고 매운 음식, 탄산음료, 카페인 음료의 과다 섭취와 야식·과식·과음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급증한 영향이 크죠.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면 신물이 넘어오거나 가슴 쓰린 증상이 전형적으로 나타납니다. 이 밖에도 마른기침, 잦은 목쉼, 목 이물감 등이 비전형적으로 발생할 수 있죠.

 

합병증 유발하는 위산 막는 약물치료
역류성 식도염의 치료는 약물이 근간입니다. 전형적인 증상을 반복해서 호소하는 환자에게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반응을 보이면 다른 검사를 하지 않아도 역류성 식도염으로 추정 진단하죠. 반대로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거나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다면 다른 이상일 수 있어 감별해야 합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 역류로 식도 하부 점막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 약물로 치료합니다. 위산이 원인이므로 대부분 위산분비 억제제를 투여하죠.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약물은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입니다. 양성자 펌프는 세포막을 가로질러 양성자를 이동시키는 단백질의 총칭입니다. 위산의 분비는 여러 가지 신경 물질이나 호르몬의 자극에 따라 조절됩니다. 위산 분비 자극이 위벽 세포로 전달되면 최종 단계에서 공통으로 양성자 펌프 활성화가 이뤄집니다. 양성자 펌프가 활성화해야 비로소 위산 분비가 이뤄진다는 말이죠. PPI는 이 마지막 과정인 양성자 펌프의 활성화를 방지함으로써 빠르고 강력하게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의 PPI 제제는 장에서 녹아 흡수되도록 만든 제형이므로 씹거나 부숴 복용하지 않도록 합니다. 보통 양성자 펌프는 식사 중에 활성이 잘 되므로 식전에 복용하면 식사 중 약효가 나타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나 역류성 식도염의 정도에 따라 1~2개월 초기 치료를 시행하면 대개 1~2주일 내로 좋아집니다.
 
문제는 PPI가 뼈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PPI로 소장의 산성도가 떨어지면 칼슘 흡수가 방해돼 뼈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결과(2018)에 따르면 PPI를 1년 이상 복용한 환자는 골절 발생 위험이 42% 증가했습니다. 골절 위험이 높은 고령층이나 골다공증, 만성질환 환자는 누적 복용 기간을 알아두고 평소에 골절 예방과 골다공증 관리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기 복용자라면 가능한 한 매일 약을 먹기보다 증상이 심할 때 며칠간 복용하고 증상이 사라지면 중단하는 복약법을 추천합니다.

 

또 다른 위산 분비 억제제는 ‘히스타민 수용체 차단제’입니다. 히스타민 수용체는 위장의 위액 분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히스타민과 경쟁적으로 작용해 위산의 분비를 억제하는 약입니다. 대부분 신장에서 배설되므로 콩팥 장애가 있는 경우 용량을 감량해야 하죠. 복용 후 어지럼증이나 졸음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이럴 땐 운전이나 위험한 기계 조작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이 밖에도 증상에 따라 손상된 식도 점막을 보호하는 알긴산, 수크랄페이트 등의 약물이 쓰입니다. ‘알긴산’은 해조류에 포함된 다당류의 하나로, 위산으로부터 식도 점막을 보호하고 출혈 시 지혈 작용을 돕습니다. ‘수크랄페이트’는 손상된 궤양 부위에 부착돼 보호막을 형성함으로써 궤양 부위를 보호하는 작용을 하죠. 알긴산과 수크랄페이트는 변비 또는 설사, 구역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약 투여 후 경과를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위산을 중화해 위산 역류에 의한 통증을 완화하고 점막 손상을 막는 ‘제산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주로 다른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와 복합해 사용되는 약입니다.

 

재발 시 약물 용량 줄여 유지요법 실시
역류성 식도염의 치료 약물은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는 것이 아니고 한때 강하게 위산 분비를 억제해 식도염을 치료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약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위산 분비가 증가해 식도염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로 증상이 사라지면 약을 끊고 관찰하지만, 증상이 재발하면 치료약물의 용량을 줄여 유지요법을 실시하죠. 그러므로 재발의 위험성을 줄이려면 약물치료와 함께 식습관, 생활습관 개선이 꼭 필요합니다.
 
 
 
기름진 음식, 카페인·커피·초콜릿, 술과 담배, 탄산음료, 귤·파인애플·포도 등 신 과일류 등을 먹었을 때 증상이 악화한다면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잠자기 전 3시간 이내 식사를 하거나 과식하는 식습관도 속 쓰림과 역류 증상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야간 역류 증상이 심한 사람은 잘 때 상체를 높게 유지하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되고 좌측으로 눕는 것이 우측 또는 똑바로 눕는 것보다 위산 역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참고하면 좋습니다. 무엇보다 역류성 식도염은 증상의 악화·호전이 반복되기 쉬우므로 생활습관 개선이 흐트러지거나 약물치료에 소홀하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랍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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