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여성 삶의 질 향상을 위해…골다공증 관리, 산부인과가 나섭니다"

[박정렬 기자] 입력 2021.11.19 10.44

[인터뷰]채희동 대한폐경학회장

노화는 나이와 비례해 진행한다? 당연한 듯 여겨지지만 사실 인간에게는 일생동안 몇 차례의 큰 '건강 고비'가 찾아온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의 폐경이다. 단순히 여성 호르몬이 줄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겉으로는 홍조, 발한 등 전에 없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속으로는 고혈압·고지혈증으로 혈관 건강이 악화하며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급증한다.

특히 폐경기 여성이 주의해야 하는 건강 위험이 바로 골다공증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일반적인 건강검진으로는 파악하지 못해 더욱 문제다. 폐경 전과 동일하게 생활하다간 사소한 충격에도 뼈가 부러져 병원 신세를 져야 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여성 건강에 집중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골다공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이다. 채희동 대한폐경학회장(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폐경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골다공증의 예방·치료를 위한 학회 차원의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채희동 대한폐경학회장이 폐경 여성의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폐경 여성에게 골다공증이 위험한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보다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가 더 강해져 골다공증 위험이 커진다. 특히 여성은 폐경기가 되면 파골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이 줄면서 조골세포와 파골세포의 불균형이 심화하는데,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와 겹치면서 뼈 건강이 급속히 악화한다. 50대 이후 10년 이내에 평생 잃을 뼈의 양의 30% 이상이 소실될 정도로 폐경기는 골 감소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시기다.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느낄 수 있는 자각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쉽게 들었던 물건을 들어 올리다가 허리뼈가 부러지거나,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다가 혹은 지하철역에서 지나가는 사람과 툭 부딪혀 살짝 넘어졌는데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내년이면 대한폐경학회가 설립된 지 30주년이 된다. 초기에는 여성 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얼굴이 달아오르고 땀이 나는 등 여성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증상과 우울증, 관절통, 삶의 질 저하 등에 호르몬 치료의 효과와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폐경 후 여성 건강에 관한 연구가 쌓이면서 여성 호르몬 부족이 비단 갱년기 증상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이나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연구, 홍보해야 한다는 데 학회의 의견이 모였다. 북미폐경학회(NAMS)에서도 최근 10년 만에 개정된 ‘폐경기 여성의 골다공증 관리’ 성명을 발표하며 골다공증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한폐경학회도 기존의 골다공증 치료 가이드라인과 다른 폐경 이후 여성의 골다공증 치료에 집중한 새 가이드라인을 내년에 발표할 계획이다."

-북미폐경학회의 성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의학적으로 골다공증은 ‘Cure(치료)’가 아닌 Care(관리)를 하는 병’이다. 골밀도 검사를 했을 때 수치가 -2.5 이하이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하는데, 북미폐경학회에서 성명서를 통해 가장 강조하는 점은 골밀도 수치가 -2.5에서 개선되더라도 여전히 골다공증 환자로 보고 꾸준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혈압약을 먹고 혈압이 조절돼도 여전히 고혈압 환자이고, 당뇨병약을 먹으며 혈당이 잘 조절돼도 당뇨병 합병증 관리에 힘써야 하듯 골다공증 환자 역시 골밀도 수치가 -2.5에서 -2.3이 된다고 골절 위험이 없어졌다고 할 수 없다. 골절 위험이 높은 골다공증 환자에서는 1차 치료제로 데노수맙과 같은 약을 쓰는 것이 좋다는 설명도 포함됐는데 데노수맙은 10년간 지속해서 골밀도가 개선됐다는 장기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렇다 할 증상이 없어 약에 대한 거부감이 클 것 같은데.
"골다공증은 장기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나 역시 골다공증 환자의 골밀도 수치가 -2.5에서 -2.3이 되더라도 약 복용을 계속 권고하지만 거부하는 환자가 없지는 않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골밀도 수치가 -2.5 이하에서 치료를 받아 다시 좋아졌을 때도 급여를 중단하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2.5를 초과하는 수치가 되면 보험급여에 해당이 안 돼 약값이 비싸진다. 앞서 내원할 땐 골밀도 수치가 -2.5라서 급여 처방받았던 약을 복용 후 뼈가 좋아졌다는 이유로 비싸게 써야 하니 환자가 항의한다. 골밀도 수치가 좋아지지 않는다며 치료를 포기하려는 환자도 종종 본다. 나이가 들면 여성 호르몬은 줄고 뼈 건강은 계속 나빠지는데, 약을 먹는다고 갑자기 30대 시절의 튼튼한 뼈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환자에게는 ‘골밀도가 작년과 비슷하게 유지가 된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수치가 나빠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것이니 계속 치료하자’고 설득한다."
    
-그렇게까지 골다공증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
"골다공증은 스펀지처럼 뼈가 부슬부슬 약해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만큼 뼈가 부러지기 쉬운데, 한 번 골다공증 골절 경험 환자는 이미 뼈가 굉장히 약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부위가 추가 골절될 위험이 매우 높다. 척추에서 골다공증 골절이 발생할 경우 다시 척추가 부러질 확률은 약 20%, 고관절의 경우 15%의 확률로 반대쪽도 골절이 발생한다. 골절을 경험했든 하지 않았든 치료해야 할 정도의 골다공증 환자를 방치하는 것은 ‘뼈 부러진 뒤 봅시다’ 하고 돌려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골다공증 골절이 발생하면 누워서 생활하거나 거동을 위한 여러 보조기구를 사용하게 되는 등 환자 본인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병간호해야 하는 가족들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도 크다. 사회경제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꼽는다면.
"골밀도 수치가 -2.5 이하에서 치료 후 개선되더라도 급여를 계속 적용해주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지금은 열심히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여전히 골다공증 위험은 있지만, 골밀도가 좋아져 이제 이 약은 급여로 쓸 수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북미폐경학회의 성명서와 다른 나라의 권고안처럼 골다공증 수치가 -2.5보다 높아졌다고 해도 대다수가 여전히 골다공증 치료가 필요한 환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계속해서 급여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미 골절을 경험했거나, 골밀도 값이 -3.0~-3.5인 골절 초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치료다. 이런 환자는 로모소주맙과 같은 골형성촉진제나 부갑상샘 호르몬제를 사용하는데 급여 적용을 받으려면 ▶1년 이상 골흡수억제제 사용 이후에도 반응이 없으면서 ▶골절이 발생해야 한다. 데노수맙 치료를 하다가 로모소주맙을 쓰고 싶더라도 뼈가 부러지지 않으면 급여 적용이 안 된다.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채희동 대한폐경학회장이 폐경 여성의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골다공증 치료 시 고려하는 점은. 

"골다공증은 1~2년 치료하고 끝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가 앞으로 얼마나 약을 사용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약물의 순응도나 환자의 편의성을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골절 위험이 높은지, 이미 골절 경험이 있는 골절 초고위험군 환자인지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1차 약제를 선택하고, 이후 치료 반응과 효과를 살피며 약물을 변경한다. 대부분 골밀도 수치가 -2.5 이하인 골다공증 환자는 1차 치료제로 데노수맙과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를 사용한다. 이보다 골밀도가 높은 환자는 증상에 따라 여성호르몬 또는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와 같은 약을 써 볼 수 있다. 주사제 등 다양한 골다공증 치료제가 개발됐고, 10년 이상 사용해도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된 약도 있기 때문에 장기 치료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폐경 여성은 언제부터 골다공증 관리를 시작해야 하나.
"폐경 여성은 나이와 관계없이 골다공증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사 입장에서는 40대 중반이 넘으면 갱년기가 시작되고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기 시작하니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도 본인의 건강을 위해 골다공증 검사를 받았으면 한다. 현재 골밀도 검사의 급여기준은 65세 이상의 폐경 여성과 50세 이상의 여성 중 골다공증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 즉 과거의 골절 경험, 가족의 골다공증 골절 여부, 흡연력, 너무 마른 저체중이 있는 경우다. 단, 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골밀도 검사를 받는다면 골절을 효율적으로 예방하지 못할 수 있다."

-골다공증이라면 미세 골절이라도 골절에 준해 치료해야 하나.
"그렇다. 골다공증에 의한 미세 골절인지를 여러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만약 골다공증이 원인이라면 당연히 치료해야 한다. 미세골절 의심 환자에게 ‘크게 넘어지거나 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 전혀 없었다고 하면 외상성 골절이 아닌 골다공증 골절일 확률이 높다. 명백히 골다공증에 의한 미세골절의 경우 역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또 다른 곳에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80대 이상의 고령 여성에게도 골다공증 치료를 권하나.
"폐경과 관련이 없는 남성도 골다공증이 있다면 치료를 받는 것처럼 폐경과 관계없이 여성이 골다공증이 있다면 치료를 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골다공증 골절은 합병증과 가족들의 간병,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치료나 검사에 쓰는 비용에 인색한 경향이 있다. 훨씬 더 비싼 건강보조식품은 선뜻 구매하면서도 ‘골다공증 검사하세요’ ‘골다공증 약을 드세요’ 라고 하면 ‘왜 이렇게 비싸요?’ 라는 말이 나온다.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겠지만, 모든 국민이 골다공증에 대한 홍보를 통해 골다공증 치료제와 검사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도록 계속 설득하고 강조할 계획이다."

-폐경 후 여성의 골절 예방과 골다공증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을 소개해준다면.
"칼슘과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을 가까이하고 과도한 음주나 카페인, 탄산음료 섭취, 흡연은 피해야 한다. 주간에 낮은 산을 오르거나 관절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운동하는 것은 비타민D 생성과 근력 강화 모두에 도움된다. 전에 없던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거나 폐경을 경험했다면 골다공증의 위험이 증가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병원을 방문해 본인의 뼈 상태에 대한 검사와 의료진의 상담을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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