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장기지속형 주사 치료로 재발 방지 기대

[신승철 원장] 입력 2021.11.09 10.04

블레스병원 신승철 원장

블레스병원 신승철 원장.

국내 정신건강 분야에서 주로 거론되는 화제는 크게 두 가지다. 정신질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과 중증정신질환자 관리를 위한 국가 정책 마련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최한 ‘근거 중심 정책개발을 위한 정신질환자 의료이용 실태 심포지엄’에서도 이런 내용이 다뤄졌다.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증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 수는 2013년 14만3000명에서 2019년 17만5000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날 발표를 맡은 연구위원도 설명했듯 환자 수가 늘어난 것은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확실히 우리 사회는 변하고 있다. 이전에는 막연하게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포감을 갖는 경향이 있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널리 퍼진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숨기거나 피해야 하는 병에서 현대인이 관리해야 하는 병으로 변한 것만큼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로 정신질환자를 나와 같은 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 인지하는 것이다.

중증정신질환 중 대중에게 제일 많이 알려진 조현병을 예로 들어보겠다. 해외의 조현병 치료는 환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하나의 역할을 하며 타인과 자연스럽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복귀를 주요 목표로 삼는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더욱 주목받게 된 개념이 정신질환의 재발 방지다.

조현병의 재발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약물치료를 시작해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조현병은 첫 발병 후 3~5년간의 초기 치료에 따라 치료 결과가 결정된다. 이 시기에 약물치료를 중단하게 된 환자의 80% 이상이 재발했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조현병은 유독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아 발생하는 ‘약물 비순응’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치료 옵션이 ‘장기지속형 주사제’다. 이름 그대로 약물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치료제로 한 달에 한 번 또는 석 달에 한 번 투여하면 혈중 약물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약물 비순응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환자가 임의로 투여를 중단할 염려가 없어 의료진도 환자의 치료 상태를 더욱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국가 관리 시스템 통해 ‘사회 복귀’ 도모 
올해 정부는 조현병 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개정해 선보였다. 의료진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특히나 반가웠던 소식은 조현병 의료급여 외래 환자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처방 치료 부담을 10%에서 5%로 줄인 개정안이었다. 또한 7월부터는 치료비 지원 대상이었던 중위소득 기준이 80% 이하에서 120%까지 대폭 확대되기도 했다. 최초 진단을 받은 지 5년 이내에 해당하는 발병 초기 정신질환자들의 치료 중단 문제에 국가가 개입해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국가가 나선 덕분에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환자들의 사회 복귀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차츰 갖춰지고 있다. 우리 병원이 정부의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발병 5년 이내에 해당하는 조현병 환자의 초기 치료에 집중하고 있으며, 장기지속형 주사제 전용 클리닉을 마련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정신질환자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제공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국가 관리 방안, 그중에서도 환자의 사회 복귀를 위한 직업 훈련, 사회 재활·적응 등에 대한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도 조속히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정신질환자를 치료 대상으로 보는 구조에서 벗어나 그들을 ‘우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환경이 하루빨리 자리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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