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인공관절…정확도 높고 비용 부담은 적어

[김선영 기자] 입력 2021.11.02 09.13

연세사랑병원, 말기 퇴행성관절염 치료

최근 쌀쌀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면서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금처럼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가을에는 근육·혈관이 수축하고 염증·통증이 심해지면서 병원에 퇴행성관절염이 악화한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퇴행성관절염이 말기에 다다르면 연골이 완전히 닳아 뼈끼리 마찰하며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말기에는 약물치료나 주사요법도 들지 않기 때문에 인공관절 치환술을 택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인공관절 수술은 말 그대로 손상된 관절 대신 인공 삽입물을 넣는 수술이다. 50년 전 개발돼 이미 효과나 안정성이 입증된 치료법이다.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로 수술 시간 단축
문제는 ‘어떤 수술을 택하느냐’다. 인공관절은 수술의 효과나 안정성이 이미 입증됐지만, 어떤 수술을 택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거나 수술 후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수술, 로봇을 이용한 수술,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PSI)를 이용한 수술 등이 등장했다. 이 세 가지 수술법은 결국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개인의 해부학적인 정확한 정보를 입력해 수술을 진행한다.

먼저 내비게이션 수술의 경우 3차원(3D) 위치 센서를 부착해 관절의 절삭 위치를 파악하는 수술법이다.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이상적인 수술 각도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고식적인 수술보다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지만, 센서를 부착하는 과정에서 골절이나 염증 등이 생길 위험이 있다. 로봇을 이용한 수술의 경우 로봇이 관절을 절삭하기 때문에 실수·오차 발생 가능성이 작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로봇을 다루는 의료진의 테크닉에 따라 수술 후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또 기존 인공관절 수술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PSI’는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를 사용한 수술로 비용적인 측면과 안정성 면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환자 개인 무릎 형태와 하지 정렬에 적합한 수술 도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PSI를 활용한 수술은 먼저 환자 정보를 확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MRI로 무릎 형태를 확인한 후, 별도의 프로그램에 등록해 무릎 모양을 구현하고 가상 수술을 통해 절삭 부위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 무릎 모양에 맞는 PSI를 제작해 사용하는 것이다. 절삭 부위를 정확히 알 수 있고 하지 정렬도 미리 계산됐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짧은 편이다.

PSI를 이용한 3D 시뮬레이션 인공관절 수술은 2010년 미국과 북유럽에서 먼저 개발됐다. 국내에서도 도입을 시도한 병원은 많았으나 활성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기술적·비용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한국에서 PSI를 제작하기 위해선 외국에 제작 의뢰를 해야 했고 완성품이 국내로 배송되기까지 최소 6~7주의 시간이 걸렸다.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았다. PSI 한쪽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약 1000달러 소요되는 데다 MRI 등의 검사 비용은 따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3세대 디자인 인공관절 결합해 만족도 높여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

연세사랑병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2년간 연구한 끝에 외국에서 개발된 기존 모델보다 개선된 형태의 PSI를 개발하면서 국내화에 성공했다. 환자의 관절을 감싸는 굴곡형의 브릿지 구조를 추가해 하지 정렬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작 기간 역시 단축했다. PSI를 개발하는데 발생한 연구·제작 비용은 모두 병원에서 감당한다. 최신 의료 혜택을 환자에게 돌아가게 하고 좋은 결과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병원의 원칙 때문이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이 의사이자 경영자로서 고수해온 이런 원칙은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많은 환자가 찾기 시작했다. 2014년 3D 시뮬레이션 인공관절 수술을 도입한 이래 1만2000명이 넘는 환자가 해당 수술법으로 치료했으며 최근에는 선제적으로 도입한 ‘3세대 디자인 인공관절’을 결합해 더 높은 만족도를 도출하고 있다.

3세대 디자인 인공관절은 2010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해 최근 국내에 들어온 기술이다. 50년 전에 나온 자동차의 디자인이 현재 나온 자동차의 디자인과 다르듯 환자의 만족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인공관절의 디자인을 세분화하며 발전시켰다. 무릎의 굴곡도와 회전 중심축, 내측과 외측의 차이, 두께와 크기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것을 골라 사용할 수 있다.

3세대 인공관절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널리 쓰이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대학병원을 제외하면 사용하는 곳이 드물다. 비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아서다. 2세대 인공관절에 맞춰진 수술 장비를 3세대 인공관절로 변경하는 데에도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3세대 인공관절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연세사랑병원에서는 기존 3D 시뮬레이션 인공관절 수술에 3세대 디자인 인공관절을 결합하기 위해 PSI 개발도 마쳤다. 새로운 세대의 인공관절을 더 했지만, 환자에게 비용을 더 부담하고 있지 않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은 “3세대 디자인 인공관절은 해부학적으로 더 정교해졌기 때문에 기존 2세대 인공관절에서 볼 수 있던 슬개골 탈구 등의 위험도가 확연히 줄었다”며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다. 4~5년 후에는 완전한 맞춤형 인공관절 제작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술 후 만족도를 위한 연구도 지속한다. 이미 연세사랑병원은 인공관절센터, 줄기세포연구센터 등 자체연구소를 통해 임상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이 현재까지 발표한 인공관절 관련 논문은 총 96편이다. 100편에 육박하는 인공관절 관련 논문은 병원이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높은 수준의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고용곤 병원장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전문병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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