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닿으면 두드러기 생기던 20대 어떻게 치료했나 봤더니

[권선미 기자] 입력 2021.10.08 10.12

오말리주맙 4차례 주사했더니 목욕 가능할 정도로 호전

국내에서 오말리주맙(상품명 졸레어)으로 수인성 두드러기를 성공적으로 치료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수인성 두드러기 치료에 오말리주맙을 활용한 국내 첫 증례 보고다. 수인성 두드러기는 물 접촉만으로 콜린성 두드러기와 유사한 피부 병변이 발생하는 증상이다. 물의 온도나 종류에 관계없이 물에 닿으면 20~30분 이내 1~2㎜크기의 특징적인 모낭 주위 두드러기가 나타나다. 운동·땀·열 등에서는 유발되지 않는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내과 하예진·이성근·박찬선, 피부과 정소영 교수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수인성 두드러기를 오말리주맙으로 4주 간격으로 4차례 치료했더니 일상적 물 접촉뿐만 아니라 목욕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됐다고 밝혔다. 이번 증례는 대한내과학회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22세 남성은 병원에 방문하기 3년 전부터 물에 피부가 닿으면 그 부위가 가렵고 피부 병변이 생겼다. 생수, 끓인 물, 음료수, 국 등 액체 형태로 섭취하는 모든 종류의 음식과 땀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생수 등 물이 포함된 주사제에 대한 이상반응도 없었다. 하지만 샤워·수영 등 수분이 수십분 동안 피부에 닿는 상황에서는 해당 부위가 가려워지면서 팽진했다. 빠르게 세수하고 물을 닦으면 괜찮지만 일상생활 불편감이 큰 상황이었다. 개인병원 피부과에서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복용 중이었지만 증상은 지속됐다. 만성 비염 이외에는 특이 소견은 없었고 병원에 왔을 때도 발적, 두드러기 등 이상소견은 없었다.

피부 유발검사에서는 0.9% 생리식염수, 포도당액을 각각 적신 거즈를 전완부에 4분간 접촉했으나 피부 병변은 유발되지 않았다. 실온의 수돗물을 피부에 15분 동안 담그는 물 담금 검사에서는 물에 담근 직후 전완부 발적이, 5분 후에는 4*4㎜ 크기의 팽진·홍반이 생겼고 가려움증을 호소했다. 

수인성 두드러기로 진단받은 이 남성은 항히스타민제를 하루 2회씩 복용토록 처방했으나 주기적으로 내원하지 않아 추적관찰이 소실됐다가 2년 후에도 여전히 일상 생활이 불편하다고 호소해 외래에 다시 방문했다.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해도 불편감을 호소했고 증상 악화가 반복돼 오말리주맙 치료를 시도했다. 

연구팀은 오말리주맙 150㎎을 4주 간격으로 피하 주사했다. 3차까지는 증상 호전이 뚜렷하지 않아 항히스타민제를 규착적으로 투약했다. 오말리주맙 치료 4차 주사 후에는 항히스타민제를 하루 2회에서 1회로 감량했고, 일상적 물 접촉과 목욕이 가능해졌다. 치료 12개월 후 오말리주맙 투약을 중단했다. 일상 불편감은 없지만 샤워 후 가끔 두드러기 증상을 보여 필요할 때만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며 경과를 관찰했다. 그런데 치료 중단 6개월 후 항히스타민제 복용 횟수가 늘고 가려움증·두드러기가 악화해 오말리주맙 치료를 다시 시작했다. 9개월 동안 5주마다 주사해 증상 호전을 보였지만 결국 경제적 문제로 치료를 중단했다. 

연구팀은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로 쓰이는 오말리주맙이 사이토카인이나 두드러기 활성 매개체의 분비를 억제해 수인성 두드러기 증상도 완화한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2016년 미국에서도 오말리주맙 300㎎를 28일 주기로 2회 주사했더니 수인성 두드러기 증상이 완전히 소실됐다는 증례보고도 있다. 수 년간 수영을 해도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고, 항히스타민제 복용도 중단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항히스타민을 사용해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던 수인성 두드러기 환자도 오말리주맙 치료로 약 사용량이 줄어드는 등 치료 반응이 좋았다”며 “오말리주맙이 수인성 두드러기 치료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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