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홍보이사] 입력 2021.10.08 09.02
이승룡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홍보이사
하루 24시간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우리의 폐. 외부 환경에 바로 노출되는 피부나 눈·코·귀보다 더 민감한 상피세포를 가진 장기다. 정상 성인의 경우 하루에 들여 마시고 내쉬는 공기의 양이 무려 7500L나 된다. 그 많은 공기 속에 다양한 유해물질을 걸러내고 깨끗한 산소를 우리 몸속으로 전달하는 장기가 폐다.
60~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하던 업무상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와 같았던 흡연이 이제는 COPD와 폐암이라는 무시무시한 질병의 부메랑이 돼 흡연자들의 목 끝을 겨냥하고 있다. 최근에는 담배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다양한 형태의 담배가 출시되면서 다른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고들 한다. 그렇다고 유해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미 건강을 해치는 유해한 수준을 넘긴 상태다. 액상이나 전자담배와 같은 유사 담배가 우리의 폐 건강을 지켜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담배 하면 같이 따라다니는 질환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폐암이다. 폐암은 전체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악명 높은 질환이다. 한번 걸리면 그 힘듦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물론 최근에는 신약이 많이 나오면서 치료 성적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수술할 수 없는 진행성 폐암의 경우 치료가 잘되더라도 항암 치료를 꾸준히 지속해야 하고 치료하면서도 혹시 내 병이 악화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항상 마음에 안고 살아가야 하니 그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대부분의 암이 그렇듯 폐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를 바라볼 수 있다. 이미 30갑 년 이상 흡연을 오래, 많이 한 경우(하루에 담배 한 갑씩 30년간 흡연한 경우, 1갑x30년=30갑 년)라면 국가에서 시행하는 국가 폐암 검진을 해보는 것도 폐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흡연이나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물질 말고도 우리의 폐는 신종 감염병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신종플루와 메르스 바이러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 등이 그렇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로 어느 때보다 폐 건강이 주목 받는 시기다. 유례 없는 사태로 생활의 갑갑함은 있지만 손 씻기 운동과 더불어 마스크 착용으로 우리의 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팬데믹 상황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 한 공간에서 함께하던 삶이 각자의 공간에서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2003년부터 매해 10월 둘째 주 수요일에 폐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폐의 날’ 행사를 진행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형식으로 학회 공식 유튜브 채널인 ‘건강한 숨, 행복한 삶’을 시청함으로써 주요 폐 질환을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또 코로나 시대에 폐 질환 전문의들이 추천하는 7가지 폐 건강 수칙을 통해 일상에서 폐 건강을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제시했다.
서로의 폐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온라인 걷기대회 이벤트도 펼친다. 전국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환자·보호자·일반인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동참할 수 있는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100세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폐 건강이야말로 행복한 삶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필수 조건이 아닐까 싶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면서 오늘도 폐 건강을 위해 걷고 오르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작은 실천을 실행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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