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 없는 부모님, 갑자기 한쪽 다리 붓고 아프시면 심부정맥혈전증 의심하세요

[박정렬 기자] 입력 2021.09.17 13.37

#44.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이재환 교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혈전(피떡)은 우리 몸의 어느 혈관에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뇌졸중이나 급성 심근경색처럼 동맥 질환은 잘 알려졌지만, 상대적으로 정맥 혈전증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죠. 하지만 최근 의료계에서는 정맥 혈전증, 그중에서도 '심부정맥혈전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체 혈전증의 90%에 달할 만큼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다, 진단·치료 시기를 놓치면 평생 하지 부종·통증을 안고 살거나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닥터스 픽에서는 세종 충남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이재환 교수의 도움말로 심부정맥혈전증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을 알아봅니다.
 

▶최근 어머니께서 심부정맥혈전증을 진단받으셨습니다. 얼마 전 무릎 관절 수술을 받으셨는데 관계가 있을까요?
심부정맥혈전증은 다리 깊숙한 곳(심부·深部)에 있는 정맥이 혈전으로 막히는 병입니다. 혈관 속에 혈전이 발생하는 기전은 크게 3가지로 혈관 내막 손상, 혈류 속도 저하, 혈액의 응고 성향 때문입니다. 이 중 심부정맥혈전증은 주로 혈류 속도가 느려지며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맥혈류는 동맥보다 매우 느려 혈전이 쉽게 생기는데요, 특히 다리 정맥은 중력에 역행해야 하기에 혈액이 고이면서 혈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걷기 등 운동으로 종아리 근육이 수축·이완하면 혈류 흐름이 개선되며 혈전을 예방할 수 있지만, 질문자의 어머니처럼 무릎 수술을 받고 장기간 누워 계셨다면 종아리 근육 운동이 이루어질 수 없어 심부정맥에 혈전이 생기기 쉽습니다. 심부정맥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떨어져 나가 폐동맥을 막는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폐동맥 색전증(폐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기에 치료·관리를 시작해야 합니다.

 

▶오래 앉아 있어도 혈전이 생길 수 있다고 하던데 맞나요?
심부정맥혈전증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첫째, 혈류 속도 저하로 인한 심부정맥혈전증은 뇌졸중·치매·파킨슨병·하지 마비 등으로 거동이 불편해 침상 생활만 하는 환자, 수술 혹은 사고로 인해 오랜 시간 누워 있어야 하는 경우, 장거리 비행이나 사무 업무로 장시간 앉아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큽니다. 둘째, 혈액 자체의 응고 성향도 심부정맥혈전증을 일으키는 데 피임약 복용, 일부 암 환자 및 자가면역질환자가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은 빠른 고령화와 운동 부족, 질병 등의 영향으로 매년 인구 1000명당 1명 정도에서 발생할 만큼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평소 자신의 혈관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으로 혈전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심부정맥혈전증도 백신 이상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드물게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몸속 어느 혈관에나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뇌정맥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고 다음으로 심부정맥에서 잘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은 혈액 흐름의 정체와 혈관 손상, 혈전 생성·조절 인자의 불균형으로 나타나지만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은 백신에 의한 일종의 자가면역반응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심부정맥혈전증과 달리 출혈성 경향이 강한 점도 차이로 꼽힙니다.
 

▶요즘 들어 다리가 자주 아프고 잘 붓습니다. 하지정맥류인 것 같아 압박스타킹을 신고 생활하는데 심부정맥혈전증일 수도 있나요?
심부정맥혈전증과 하지정맥류는 모두 다리가 붓고 통증이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원인과 치료법이 전혀 다릅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의 혈액이 만성적으로 역류하면서 정맥압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혈관이 점차 늘어나는 병입니다. 피부 밖으로 정맥 혈관이 돌출되며(정맥류) 부종·통증이 동반하는데 이런 증상이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거쳐 진행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심부정맥혈전증은 혈류 속도 저하 등으로 만들어진 혈전이 정맥을 갑자기 막기 때문에 급성기와 만성기 증상이 뚜렷이 구분됩니다. 혈전이 정맥을 막은 직후에는 급격한 통증과 발열, 다리가 붓고 피부가 빨개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특히 한 쪽 발에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심부정맥혈전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다만, 증상이 심하지 않아 방치할 경우 만성화하면서 하지정맥류와 구분이 어려운 만큼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특별히 심부정맥혈전증을 주의해야 할 사람이 있나요? 심부정맥혈전증을 예방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심부정맥혈전증은 나이가 많은 사람, 직업적으로 오래 움직이지 못하거나 질병 등으로 침상 생활을 하는 경우, 전에 심부정맥혈전증을 앓은 환자, 암 환자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비만·가족력·임신, 심장 수술, 항암·호르몬 치료도 심부정맥혈전증의 위험인자로 꼽힙니다. 정맥 건강을 지키려면 몸을 꾸준히 움직여주는 게 좋은데요, 1시간마다 5~10분은 걷거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질병 등으로 장시간 누워있어야 한다면 혈류가 정체되지 않도록 자주 체위를 교체하고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혈액 순환 증진을 위해 짠 음식을 멀리하고 TV나 책을 볼 때 혹은 잠을 잘 때 다리를 높은 곳에 두는 것도 심부정맥혈전증을 예방·관리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이 의심되면 어느 진료과를 가야 하나요?
심부정맥혈전증은 초음파 혹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다리 정맥에 혈전을 파악하면 진단할 수 있습니다. 동네 병·의원에서도 진단은 가능합니다만, 혈전의 원인과 위험성 등을 평가하고 적합한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한 종합(2차) 병원 이상의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증상 발생 후 2~4주 이내의 급성기 심부정맥혈전증 환자는 혈전용해술 투약과 혈전제거술 결정, 폐색전증의 평가·치료도 이뤄져야 하는 만큼 가능한 혈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심장내과, 순환기내과, 혈관외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합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을 먹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나요? 
혈전증은 혈관 속에서 혈액이 굳으며 발생합니다. 심부정맥혈전증도 혈액 응고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항응고제로 뭉친 혈액을 풀어줘야 합니다. 종전에는 와파린이라는 경구용 항응고제를 썼지만 최근에는 복용이 편리하고 출혈 등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항응고제 ‘NOAC(Novel Oral Anti-Coagulant)’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급성기라 해도 나이가 많거나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항응고제를 먹으면서 운동·생활습관 관리 등을 병행하는 보존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항응고제는 최소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합니다.
 

▶혈전제거술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심부정맥혈전증이 발생했다고 모두 혈전제거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의 증상이 심하고 해부학적으로 시술 적용이 가능한 경우에만 혈전제거술을 시행합니다. 수술을 통한 혈전제거술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출혈 등 합병증 우려가 큰 편이라 보통 절개 없이 혈관에 카테터를 집어넣어 시행하는 중재적 치료를 적용합니다. 혈전을 제거하는 방법은 혈전용해술과 혈전제거술이 있는데, 전자는 이름처럼 혈전 용해제를 투약해 혈전을 녹여주는 치료이고 후자는 혈전을 물리적으로 잘게 부수거나 빨아들여 없애는 치료입니다. 혈전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이 두 가지 치료법을 동시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전제거술은 카테터 등을 통해 혈전을 없애는 치료인데요, 과거에는 한 번의 시술로 혈전 전체를 제거하기 어려워 몇 시간 혹은 1~2일에 거쳐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환자의 체력적인 부담이 따랐고 혈전 용해제의 반복적인 투여로 인해 출혈 위험이 컸습니다. 하지만, 최근 'Angiojet' 등의 혈전 제거 기기가 도입되면서 이런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혈관 내부로 생리식염수를 고속으로 분사해서 카테터 안팎으로 생기는 압력 차이를 이용해 혈전 조각을 부수고 뽑아내는 장치입니다. 한 번에 처치 가능한 혈전 부위가 넓어 혈전 용해제의 투입량과 시술 시간이 대폭 단축됐습니다.
 

▶심부정맥혈전증도 조기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나요?
심부정맥의 혈전을 방치하면 혈전이 조직화해 쪼그라들고 단단해집니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처음에는 피가 나고 부드러운 가피로 덮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가피가 단단해져 딱지로 변해 쉽게 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심부정맥혈전증 발생 후 약 4주가 지나면 정맥 속에서 혈전이 단단해지고 위축되기 때문에 혈전용해술과 혈전제거술을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즉, 혈전용해술과 혈전제거술은 초기 2~4주 이내의 환자에게만 적용 가능한 시술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단단히 자리 잡은 혈전으로 인한 통증·저림·부종·만성궤양 등의 ‘혈전 후 증후군(postthrombotic syndrome)’ 증상을 평생 안고 지내셔야 합니다. 중재적 치료는 혈전으로 인한 증상을 빠르게, 그리고 강력히 호전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이 의심될 경우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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