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과 함께 심한 통증 느껴지면 '이 질환' 의심

[이민영 기자] 입력 2021.09.15 08.53

대상포진, 치료 후에도 신경통 남을 수 있어 예방이 최선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대상포진 환자가 증가한다. 대상포진은 ‘통증의 왕’으로 불린다. 생명을 위협하진 않지만,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어린 시절 수두를 앓은 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대상포진이 언제든 발병할 수 있다.

수두는 낫더라도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고 인체 내에 숨어 있다. 그러다가 피로가 쌓이고 스트레스가 악화한 틈을 타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 이때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번식하면서 신경세포를 망가뜨리고 타는 듯한 통증을 일으킨다. 신경이 분포한 길을 따라 피부까지 침범하면서 얼굴·몸의 한쪽에 띠 형태의 울긋불긋한 발진이 생긴다.

대상포진의 가장 큰 고통으로 꼽히는 통증은 피부 발진이 회복된 후까지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에 의한 발진이 생긴 다음, 한 달 후에도 통증이 지속하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발진이 있었던 부위가 따갑고 쓰라리며 지끈거리고 타는 듯한 화끈거림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옷자락만 스쳐도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작은 접촉이나 마찰에도 심한 통증이 오고 옷을 입거나 목욕을 하는 가벼운 일상생활조차 힘들다.

통증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우울감, 수면장애, 변비, 피로감 등이 발생하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기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민정 교수는 “피부 발진 이후 생기는 통증은 바이러스로 신경이 손상됐기 때문”이라며 “젊은 환자보다는 나이가 많거나 당뇨 등의 지병이 있는 환자나 대상포진 발생 초기에 피부발진이나 통증이 심할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기 쉽다”고 덧붙였다. 주 발병 층인 50대 이상은 치료하더라도 신경에 상처가 남아 신경통이 후유증으로 남는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신경차단술은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팔신경얼기 차단, 척추 옆 신경 차단, 갈비 사이 신경차단, 경막외 차단 등이 있고, 교감신경차단술을 하기도 한다. 김민정 교수는 “통증클리닉의 통증전문의가 시행하는 반복적인 신경차단술에도 통증이 지속하면 약물이나 고주파를 이용해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을 파괴하거나, 수술적 방법으로 체내 척수 자극기를 삽입해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을 차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발진이 없더라도 감기 기운과 함께 일정 부위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 대상포진의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인 갱년기에선 예방이 최선이다.   고령이면서 만성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유의한다. 꾸준히 운동하고 영양가 있는 식단에 신경을 쓴다. 스트레스와 과로는 발병위험을 높이므로 평소 잘 관리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상포진의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대상포진이 생겼다면, 항바이러스제를 포함한 약물치료를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상포진 발생 초기부터 신경차단술과 같이 통증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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