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뜬 대변은 췌장암 신호. 담도 막으면 황달로 나타나요

[정심교 기자] 입력 2021.09.03 16.37

#43.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태윤 교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애플의 공동창립자 스티브 잡스, 성악가 파바로티, 배우 김영애,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각자의 분야에서 큰 별로 평가받는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췌장암’입니다.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생존율이 낮고 초음파 검사에서도 발견하기 쉽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립니다. 예방과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최근엔 췌장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췌장의 이웃사촌인 ‘담도’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실제로 췌장암이 생기면 담도가 막혀 황달이 생길 수 있고, 담도 속 돌이 췌장 내 췌관을 막아 췌장염을 일으키곤 합니다. 췌장과 담도 모두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닥터스픽에선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태윤 교수의 도움말로 췌장암과 담도 질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외할머니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엄마와 저도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을까요? 가족력이 있나요?
췌장암을 유발하는 위험요인 중 하나가 가족력입니다. 서양에서는 ‘1차 친족’ 중 췌장암 환자 수에 따라 췌장암에 걸릴 확률을 추정합니다. 여기서 1차 친족이란 부모와 형제·자매·자녀가 해당하는데요. 우리로 따지면 1촌(부모, 자녀)과 2촌(형제·자매)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이 범위에 해당하는 사람 가운데 췌장암 환자가 이미 1명이 있으면 향후 ‘내’가 걸릴 확률은 4배 높아지고, 2명이면 6배, 3명이면 32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췌장암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를 지목할 수는 없지만, 췌장암 환자 가족 수에 비례해 본인의 발병 위험성이 증가하는 건 사실입니다. 미국 일부에서는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으면 만 50~55세부터 매년 한 번은 췌장암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당뇨병이 췌장암을 일으킬 수 있나요? 당뇨병약을 장기간 복용했는데 췌장암이 걱정됩니다.
당뇨병 중 제1형 당뇨병은 선천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내 베타세포가 파괴된 것이고, 제2형 당뇨병은 비만, 내장 지방 등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 상태입니다. 1형이든 2형이든 당뇨병이 있으면 췌장암 발병 위험도가 2배 증가합니다. 반대로 췌장암이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췌장암 세포에서 분비하는 아드레노메둘들린이라는 특수 성분이 베타세포를 무력화해 인슐린 분비를 방해하고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췌장과 당뇨병의 관계는 밀접합니다. 췌장암의 주요 원인에 당뇨병도 해당하는 이유입니다. 당뇨병약을 규칙적으로 먹어 혈당을 관리해야 하며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합니다. 근육은 포도당을 소모해 혈당을 낮춰주므로 근육을 강화하는 무산소 운동도 중요합니다. 금연은 필수입니다.

 

▶급성 췌장염을 앓은 적 있습니다. 급성 췌장염이 췌장암으로 진행할 수 있나요?
급성 췌장염이 췌장암으로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급성 췌장염이 반복하는 만성 췌장염이면 췌장암 발생 위험도가 5~10배 높아집니다. 급성 췌장염이 발병하면 췌장이 붓고 주변에 염증이 생기며 염증 물이 고이고, 심하면 췌장 조직 일부가 괴사합니다. 하지만 췌장암처럼 종괴가 형성되지는 않습니다. 이와 달리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과 병변상 비슷한 소견도 있습니다. 췌관이 막히면서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또 췌관을 막는 돌이 있으면 염증이 생기며, 일부에서는 종괴를 형성합니다. 이럴 경우 암인지 판별하기 위해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한 세침흡인술로 조직 일부를 떼어 검사합니다. 급성 췌장염이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하는 주원인은 과음입니다. 급성 췌장염을 앓은 적 있다면 금주·절주가 필수입니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다는데 생존율도 낮다고 해서 무섭습니다. 증상은 어떤 게 있나요?
췌장은 위(胃) 뒤, 척추 앞에 있습니다. 그중 췌장의 머리는 명치 쪽, 췌장 꼬리는 왼쪽 윗배에 있습니다. 명치를 기준으로 왼쪽 윗배 통증과 등의 방사통이 췌장암의 대표 증상입니다. 췌장암 초기에는 상복부가 불편한 증상이 있고, 드문드문 평소와는 다른 통증이 반복합니다. 명치 부위와 왼쪽 상복부, 등이 동시에 아프고 통증 기간이 오래되면 진행된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요통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한 번쯤 CT(컴퓨터 단층 촬영),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로 췌장을 보는 게 좋겠습니다. 원인 모르게 체중이 빠지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도 있습니다. 췌장암 종괴(덩어리)가 담도를 막아 황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췌장 기능이 망가지면 지방 분해 효소가 나오지 않아 기름이 둥둥 뜨는 변을 볼 수 있습니다.

 

▶가족력 때문에 췌장암이 걱정됩니다. 검사 방법과 예방법을 알려주세요.
췌장은 위(胃)와 간(肝)의 뒤쪽에 숨겨져 있습니다. 몸속 가장 깊은 곳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죠. 복부초음파의 경우 췌장 꼬리 부분이 장관 내 가스에 가려 진단 정확도가 낮습니다.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복부 CT·MRI가 권장됩니다. 이상 소견이 있는데 CT·MRI 검사 결과가 불충분할 땐 의사 소견에 따라 초음파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흡연, 비만, 운동 부족, 포화지방산 등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서구식단은 췌장암을 부르는 생활습관입니다. 금연은 필수이며, 식사량을 제한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합니다. 하루 1만 보(약 7.8㎞)를 숨 가쁠 정도로 주 3회 이상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포화지방산이 많은 붉은 육류는 섭취를 줄이고 오메가3가 풍부한 들기름·연어 등의 식품을 챙기는 게 좋습니다.

 

▶어머니께서 췌장의 이상 소견으로 췌담도 내시경을 받았습니다. 췌담도 내시경으로 발견할 수 있는 질병은 무엇인가요?
췌담도 내시경은 ‘진단용’과 ‘치료용’으로 나뉩니다. 우선 진단용으로는 췌장의 종괴가 암인지 확인하기 위해 내시경에 가느다란 침을 달아 조직을 떼는 ‘초음파 내시경 유도 하 세침 흡인술’입니다. 치료용으로는 ‘ERCP’라는 내시경 역행 담췌관 조영술이 있습니다. 췌장암 종괴나 돌(결석)로 인해 막힌 담도를 배액하는 치료입니다. 내시경을 십이지장의 중간까지 집어넣으면 담관과 췌관에 도달하며, 담도내로 기구를 넣은 뒤 조영제로 병변을 보며 막힌 담도를 확장하거나 배액합니다. 막힌 담도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재질의 스텐트를 넣어 배액하며, 황달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 시술은 만성 췌장염으로 인한 췌석(췌관 내 돌)을 없애고 췌관협착 시 췌관을 넓혀주는 목적으로도 시행합니다.

 

▶과체중이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습니다. 최근 소화도 잘 안 되고 복부팽만이 있습니다. 혹시 담도에 결석이 생긴 건 아닐까요?
담도 결석(담석)은 5가지 특징을 보입니다. ▶응급실에 실려 올 정도로 통증이 극심하고 ▶이런 통증이 15~20분간 지속합니다. ▶아픈 부위가 명치와 오른쪽 상복부(담낭·담도)이며 ▶등 통증도 함께 나타납니다. ▶위(胃)의 문제가 아니므로 제산제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진통제 복용 시 호전을 보입니다. 독자분의 사례는 담도결석이 아닐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그 대신 위내시경과 복부초음파 검사를 권합니다. 복부초음파 검사는 간·담낭·담도와 췌장 일부를 볼 수 있습니다. 담석이 있다면 초음파 검사만으로도 90% 이상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담석이 담관에 생기면 고열·황달·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급성 담관염일 수 있어 종합병원에서 ERCP로 돌을 빼내야 합니다. 방치하면 담석성 췌장염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담도 폐쇄증,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은 자가면역성 질환이라고 합니다. 이들 질환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담도 폐쇄증은 ‘자가면역성 췌장염’이 원인 질환일 수 있습니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체내 면역균형이 깨지면서 췌장의 머리만 국소적으로 붓는 게 특징이며, 초음파·CT·MRI 검사 등에서 종괴는 보이지 않지만 혈액 검사에서 IgG4(면역글로불린 4번)가 많이 상승한 경우 자가면역췌장염에 의한 담도 폐쇄증으로 진단합니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은 담관(담도)에 발생한 염증으로 담도와 간이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원인 중 하나가 면역 반응 이상입니다. 이로 인해 담관 세포가 파괴되면서 발생합니다. 혈액 검사에서 간 기능 지표인 ALP(알칼리포스파타아제)가 정상보다 1.5배 이상 높고 항미트콘드리아 항체가 양성이면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으로 진단합니다. 환자가 피로감·가려움증으로 내원했는데 영상에서는 뚜렷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을 때 혈액 검사로 이들 질환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담도암은 보통 몇 살에 나타나나요? 담도질환 수치가 35로 낮은데 문제가 있나요?
담도암의 호발 나이는 남녀 모두 만 72세입니다. 하지만 술·담배와 가까울수록 담도암 발병 시기가 앞당겨집니다. 술·담배를 즐기는 60대 남성에서 담도암이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담도암을 막으려면 술·담배부터 멀리해야 합니다. 간 내 담석(간 안의 담도에 생긴 돌)도 위험인자입니다. 이를 방치하면 염증이 암세포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간 내 기생충인 간흡충도 담도암의 원인입니다. 독자분이 언급한 담도 질환 수치라 하면 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첫째는 ‘CA19-9’(췌장·담도암 종양 표지자)입니다. 이 수치는 37 미만이 정상입니다. 37 이상이면 담도암이나 췌장암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는 ‘감마지티’입니다. 담도가 막힐 때 올라가는 수치로, 이 두 수치 모두 낮을수록 좋습니다.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