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장내시경 검사 꺼려 조기 검진 놓치는 환자 증가

[이민영 기자] 입력 2021.09.02 10.12

대한대장항문학회, 개복 필요한 수술과 인접 장기 침범 유의미하게 증가

2020년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대장암을 예방하는 백신인 '대장내시경 검사' 건수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2019년 233만건이었던 대장내시경 검사가 2020년에는 221만건으로 약 12만건(5.6%) 줄었다. 

이러한 감소는 2020년 2월에서 4월까지 집중된 것으로, 당시 코로나 공포로 의료기관 방문을 회피하던 국민 정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증상이 없는 건강한 일반인들이 수검하는 대장암 검진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A대학병원 검진센터의 대장내시경 검진은 2019년 7825건에서 2020년에는 3578건으로 54% 감소했다.

대장내시경검사는 내시경을 대장에 삽입하여 대장 전체를 직접 관찰하는 검사로 대장암 조기 발견에 가장 정확한 진단 방법이다. 전문의가 직접 대장 내부를 관찰할 수 있고, 동시에 조직 검사와 암을 일으키는 용종 제거도 가능하다. 대장내시경 검사의 대장암 발생률 및 사망률 감소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엄준원 이사장(고대 안산병원 외과 교수)은 “이번 학회 연구 데이터의 대장암 검진율 감소는 코로나 감염에 대한 공포로 병원 방문 자체를 꺼려 대장암의 조기 진단을 놓치는 분들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대장암 수술받은 환자들을 분석해보면, 이런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소재 B대학병원의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대장암 수술 환자는 예년 대비 5% 감소했다. 이러한 수준의 수술 감소는 지방의 주요 거점병원에서도 비슷하게 체감되고 있다. 진행성 대장암인 3기 이상의 비율이 해당 기간 동안 41.9%에서 47.0%로 5.1% 증가했고, 수술 후 보조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52.2%에서 65.4%로 13.2%의 의미 있는 증가를 보였다. C 대학병원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후 개복이 필요한 대장암 수술이 12%에서 18.8%로 증가했고, 인접 장기 침범으로 다른 장기를 동반 절제한 경우도 2.8%에서 5%로 증가했다. 이는 진단 지연으로 인해서 대장암이 늦게 발견되어 진행성 대장암의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데이터 발표를 주도한 조용범 교수(삼성서울병원 외과)는 “국내외적으로 코로나 대유행기의 대장대시경의 감소가 대장암 수술 환자의 병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장암 검진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유증상자는 전문의 진료 후 나이와 관계없이 대장내시경을 적극적으로 검사받고, 증상이 없는 분들은 45세 이상에서 대장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대장항문학회는 대장암 예방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9월 한 달을 대장암 바로 알기 캠페인 기간으로 잡고, 올해는 '코로나 시대 대장암 백신은 대장내시경'을 주제로 골드리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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