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오한·두통 있다고 다 코로나19? 증상 비슷한 ‘이것’ 조심해야

[김선영 기자] 입력 2021.09.01 09.20

증상 유사해 놓치기 쉬운 질병

두통·발열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은 일반 감기와 비슷하다.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단순 감기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말라리아나 뇌수막염의 초기 증상도 코로나19 증상과 유사하다. 이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중증으로 빠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고열·오한·무기력증 나타나는 말라리아

이번 여름은 폭염으로 모기 수가 줄면서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경기도 파주에서 올해 첫 말라리아 모기가 발견됐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리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주로 휴전선 접경 지역인 인천, 경기·강원 북부 지역에서 5~10월 많이 발생한다. 


국내에서 주로 발병하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짧게는 14일, 길게는 1년 이상 잠복기가 지속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고열과 오한, 무기력증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48시간 또는 72시간 주기로 발생하고 이후 두통이나 구역, 설사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말라리아는 신속 진단 키트로 검사를 받으면 20분 내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조기에 의료기관에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치된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고령자, 만성질환자는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커 주의해야 한다. 중증이 되면 황달 이나 응고장애, 신부전, 간부전, 쇼크, 의식장애 등 급성 뇌증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의심된다면 보건소나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말라리아는 아직까지 백신이 없어 예방이 중요하다.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야간(밤 10시~새벽 4시)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시 밝은 색 긴팔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모기 기피제나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된다. 부득이하게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 방문해야 할 경우 전문의와 상담 후 항말라리아제 등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의정부을지대병원 감염내과 정경화 교수는 “말라리아는 면역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감염됐던 사람도 다시 감염될 수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한다”며 “사람 간 직접 전파는 이뤄지지 않으므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현재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뇌수막염 초기 증상은 고열과 심한 두통

뇌수막염(뇌막염)은 뇌를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발열이나 두통, 오한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하게 시작한다. 이후 구토, 복통 등의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안구 통증이나 목을 앞으로 굽힐 때 뒷목이 뻣뻣해지고 통증으로 고개를 숙이기 힘든 ‘수막자극징후’가 나타나고, 증상이 심한 경우 의식 저하와 함께 뇌신경 마비, 경련, 발작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바이러스성(무균성) 뇌수막염이 가장 흔하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엔테로바이러스,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이다. 대부분 대증적인 증상 완화 치료로 1~2주 안에 회복되지만,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의 경우 바이러스가 뇌실질을 침범하면 바이러스뇌염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진행해도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높고, 방치하면 사망할 확률이 70%에 달한다. 일반적인 뇌수막염 백신은 특정 세균에만 예방 효과가 있으므로 유행 시기에는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증상이 심하고 발병 후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수 시간 내 사망할 수 있는 질병이다. 세균성 뇌수막염이 의심되면 즉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원인균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0~14일간 치료가 요구되며 완치된 후에도 인지기능장애, 뇌 손상, 신경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현재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뇌수막염은 감염자의 입이나 코에서 나오는 호흡기 분비물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했을 때 전염된다. 대체로 비말(침방울), 콧물, 가래, 대변과 같은 분비물을 통해 면역력이 약한 만성질환자, 영유아, 고령자에게 전염이 잘 된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1~2일 전부터 증상을 보인 지 10일 후까지 전염력이 지속된다. 따라서 감염된 사람이 만진 물건을 건드리거나 악수를 한 뒤 코나 입, 눈 등을 비비는 행위는 삼가고 수시로 손을 씻으며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엔테로바이러스는 대변에 많다. 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영유아는 놀이방이나 유치원 등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는 뇌수막염 유행 시기에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외출 후엔 반드시 아이의 손을 깨끗이 씻겨야 한다. 주변에서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했다면 전염되지 않도록 세면도구, 수건, 식기 등을 따로 사용하고 신체 접촉을 피해야 한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신경과 윤지은 교수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신체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고 감염 원인에 따라 전염력이 강할 수 있다”며 “초기엔 코로나19와 증상이 비슷한 만큼 검사 결과가 음성일지라도 안심하지 말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하며 만약 고열과 함께 심한 두통이 동반된다면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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