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있는 오십견 치료에 한방이 효과적인 이유

[정원석 교수] 입력 2021.09.03 09.53

[한방 명의 칼럼]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정원석 교수

오십견은 별다른 외상없이 어깨가 아프고 움직임이 제한되는 질병입니다. 오십견을 다른 말로는 동결견 또는 유착성 관절낭염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깨관절을 둘러싼 조직에 염증이 생기고 유착되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어깨는 견갑골·쇄골·상완골로 이루어져 있는 관절이며, 가동범위에 따라 척추까지 연합하여 움직이는 복잡한 관절입니다. 좁은 의미에서의 어깨관절은 견갑골과 상완골 사이에 이루어지는 관절을 의미하는데, 상완골의 움직임이 어깨의 움직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오십견은 바로 이 관절을 이루는 관절낭에 염증과 유착이 생기는 질병입니다. 일반적으로 50대가 되면 근력이 줄어들기 시작하며 관절에 누적된 충격과 퇴행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하는 시기여서 어깨관절의 질환인 50견도 이때 주로 발생합니다. 하지만, 어깨의 외상이나 과용으로 인한 구조물의 손상이 시작되어 염증과 유착으로 진행하여 오십견이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꼭 50대에만 발생한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40세 전에도, 50대 후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십견은 의외로 흔한 질환으로, 전 인구의 약 2~3%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오십견은 통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엔 작은 어깨 통증이 점차 진행하면서 움직이거나 밤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심해져 수면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또 통증이 심해지면서 어깨의 운동범위가 줄어들게 되는데, 운동범위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나서야 오십견인 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하게 진행이 되면 운동범위가 심하게 제한이 되면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통증도 줄어들게 됩니다. 

추나요법으로 가동 범위 회복

오십견의 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오십견은 초기 통증만 있는 단계에서는 치료와 예방이 쉽지만, 일단 가동범위 제한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이 늦어지게 됩니다. 어깨의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오십견 뿐만이 아니라 근 파열 또는 건파열, 건염, 건증을 포함한 회전근개 손상, 염좌, 점액낭염 등 다양하기 때문에 초기에 정확히 진단하여 적절한 처치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오십견은 뚜렷한 원인이 되는 사건 없이 시작하기 때문에 초기에 대수롭지 않게 무시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하여 가동범위 제한이 발생하기 쉬워지므로 어깨에 이상이나 통증이 발생하였다면 가볍게 여기지 마시고 전문의와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초기 오십견은 어깨의 통증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들과의 감별이 필요합니다. 방사선 검사나 초음파 검사, MRI 검사와 더불어 관절 가동범위 검사나 관절의 끝 느낌을 확인하는 등의 진찰이 필요합니다. 오십견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통증과 가동범위 제한이 뚜렷한 경우에는 그 증상이 비교적 특징적이어서 진찰만으로도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유사한 다른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서 초음파나 MRI 같은 진단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침·뜸·한약·약침·추나요법, 온열이나 광선, 전기를 이용한 물리치료 방법을 이용하여 치료합니다. 침은 상완골의 움직임을 조율해 주는 중요한 근육들인 회전근개와 어깨 주위 협력근들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용도로 주로 사용합니다. 모종의 이유로 회전근개의 ‘밀당’이 조율되지 않으면 어깨 관절에서 통증과 부딪힘이 발생하게 되어 움직임이 제한되기 쉽습니다. 뜸은 체표에 화상을 만들어 치료하는 방법으로, 염증이나 통증을 조절하는 좋은 치료법이 됩니다. 한약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신적인 컨디션을 회복시키거나, 어깨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거나, 염증이나 통증을 조절하거나, 만성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근육과 뼈의 약해짐을 보완해주는 효과 등을 얻기 위해 처방합니다. 약침은 환자의 증상에 따라 통증이나 염증의 조절, 유착의 회복 촉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추나요법은 유착이 심하여 가동범위 제한이 두드러질 때 유착된 조직을 뜯어내 가동범위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이때 이차적인 손상이 생기지 않도록 정해진 방법으로 주의해서 시행해야  합니다. 또한 등의 후만이나 둥글게 말린 어깨(round shoulder)를 교정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시행합니다. 경추에 문제가 있을 경우 상지의 근육 긴장이 높아져 오십견이 발생하거나 악화하거나 치료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경추에서 나오는 신경근의 압력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으로도 추나요법을 목에 시행할 수 있습니다.  

 

운동 전후 핫팩 활용하면 도움 

오십견 예방을 위해서는 바른 자세와 운동이 필수적입니다. 바른 자세란 어깨가 앞으로 둥글게 말리는 round shoulder 및 흉추의 후만 증가 등 연관된 자세를 교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나쁜 자세들은 견갑골이 앞으로 기울어지게 하여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상완골과 견갑골 사이의 충돌을 쉽게 발생시켜 쉽게 손상되게 하므로, 어깨와 척추를 바로 펴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치료와 예방에 있어 중요합니다. 

어깨의 운동은 어깨의 염증이나 손상으로 인한 조직의 유착을 방지하고 가동범위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입니다. 관절 가동범위 제한이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능동적인 가동범위 운동이 필요한데, 힘을 빼고 어깨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방향으로 최대한 끝까지 움직인 후 그 자세로 5~10초 정도 유지해 주어 결합조직을 늘려주는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추를 들고 앞뒤 안팎으로 흔들어 주는 관절 이완성 반복운동 등이 있습니다. 빨리빨리 과격하게 움직이는 것은 좋지 않으며, 운동 전후에 핫팩을 적용하여 조직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도 좋습니다.  

대부분의 오십견은 보존적 치료에 반응을 잘하고 1~2년 정도 지나면 저절로 낫기도 하는 자가회복 질환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회복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일상에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회복 후에도 부분적인 관절 가동범위 제한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억나는 환자는 30대 중반의 여성 환자분이신데, 육아와 직장생활 중 갑자기 오십견이 오신 경우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젊을수록 치료에 대한 반응도 빠르고 경과가 양호한 편인데, 이분의 경우 일과 스트레스로 인해 치료가 잘 안 되는 경우였습니다. 결국 전신적인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한방치료를 시행한 후에야 치료에 속도가 빨라지는 환자분이었습니다. 어깨에 문제가 생겼다고 어깨만의 문제인 경우는 없다는 것을 몸으로 배운 케이스였으며, 이것이 바로 한의 진료의 핵심 이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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