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으로 암 진단하는 '액체생검', 조직생검 대체할까

[정심교 기자] 입력 2021.08.05 17.55

지니너스 '리퀴드 스캔', 정밀의료 핵심 기술로 주목

액체생검, 암 조기 진단과 수술 후 예후를 혈액 검사로 간편하게
정밀의료 기술은 질병의 직접적 바이오마커로 알려진 유전체·단백질 기반의 포괄적인 정보를 분석해 환자에게 최적화한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정밀의료는 암 질환의 진단·치료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액체생검(liquid biopsy)’ 기술이 있다. 유전체 분석기술의 급성장에 힘입어 액체생검 방식은 암 조기 진단과 수술 후 예후에서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기대를 모은다. 

액체생검은 혈액에서 순환하는 종양 세포의 DNA 절편을 찾기 위해 혈액 검체에 수행하는 비침습적 검사법이다. 액체생검은 기존의 침습적인 진단·검사법을 대체할 수 있다. 종양세포가 파열돼 혈류로 방출된 순환종양 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 또는 순환종양세포(Circulating Tumor Cells; CTCs)는 종양세포 특유의 돌연변이, 유전적 변화를 보존해 의미 있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암 진단에서 흔하게 사용되던 방법은 조직생검(tissue biopsy)으로, 침습적이어서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도 위험부담이 있다는 게 단점을 꼽힌다. 종양의 발생 위치나 크기, 환자 상태에 따라 조직생검을 시행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조직생검을 시행하기 위한 수술, 전문 인력 소요로 인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치료법을 변경하거나 치료반응을 평가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조직생검을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조직생검의 경우 종양의 이질적인 특성으로 인해 일부 악성도가 높은 서브 클론(sub-clone)을 감지하지 못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반면 액체생검은 혈액을 매개로 전이를 유도하는 생화학적 변화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비침습적인 혈액 검사여서 고통·상처가 거의 없는 데다 암이 재발한 시점에도 비교적 쉽고 간편하게 검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혈액 채취로 빠르고 안전하게 검사할 수 있고, 조직생검과 달리 손쉽게 반복 검사가 가능해 치료반응을 계속 모니터링할 수 있다. 액체생검은 암의 조기 진단, 진단 보조, 치료 계획 수립, 시술에 대한 반응 추적, 미세잔존 질환 모니터링, 재발 모니터링 등 다양한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다. 채혈이라는 간단한 방법을 통해 암 환자의 조기 진단을 위한 선별 검사로 활용할 수 있고,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암 관련 유전자의 변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
 

 
초기 간암 식별 능력 입증돼 

액체생검은 순환종양 DNA, 순환종양세포, 종양 유래 세포 외 소낭(exosome) 같은 순환종양 성분의 분석을 통해, 많은 암종에서 개인형 맞춤 치료를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조기 암 발견, 치료 반응 예측, 암 진행 상황 모니터링 등 이미 상업적으로 혈액 기반 돌연변이 프로파일링에 대한 여러 테스트가 임상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유전체 분석 기술과 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의료 분야 전문기업 지니너스는 '리퀴드 스캔(Liquid SCAN)'으로 국내 액체생검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니너스는 리퀴드 스캔을 통해, 기존 액체생검의 변이 검출 한계를 극복하고 최적의 치료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리퀴드 스캔'은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라이브러리 제작 최적화, 분자 바코딩 정보를 활용한 변이 검출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의 민감도·특이도를 향상했다. 현재 지니너스는 최상위권의 액체생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리퀴드 스캔'은 특히 폐암에서 EGFR 돌연변이에 대해 임상에서 치료제를 결정하거나 저항성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젊은 환자의 발생률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유방암의 경우, 조기 발견과 예후 모니터링에 있어 액체생검의 이점이 입증돼 있다.  

전이성 대장암에서 액체생검은 유전자의 돌연변이 추적과 anti-EGFR 표적 치료에 내성을 유도하는 분자 변화 검출에 유용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리퀴드 스캔'은 전립샘암에서 조직검사 때보다 새롭거나 희귀한 변이 안드로겐 수용체(androgen receptor; AR)를 포함해 많은 저항성 유전자 변이를 확보했다. 또 '리퀴드 스캔'은 초기 간암을 식별하는 데에도 유용하다는 것이 다수 연구에서 확인됐다.

지니너스는 지난해 12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한 신기술 인증제도에서 '리퀴드 스캔'으로 신기술(New Excellent Technology, NET)을 인정받았다. 신기술 인증제도는 해외보다 우월하거나 동등한 국내 신기술의 우수성을 인증하는 제도다. 이 회사는 올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