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증상 제각각인 자가면역질환은 무엇?

[권선미 기자] 입력 2021.07.19 16.18

가임기 여성 위협하는 루푸스

루푸스는 가임기를 포함한 젊은 여성에서 주로 발병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내 몸을 지켜주는 면역세포가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닌 자신의 건강한 장기나 조직, 세포를 공격해 염증을 일으킨다. 주로 피부나 관절, 폐, 심장, 신장 등 신체 다양한 기관에 증상이 나타난다. 사람마다 호소하는 증상이 달라 천의 얼굴이라고 부른다.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의 도움말로 루푸스에 대해 알아봤다.

루푸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 염증이 특징적이다. 처음에는 피부 발진으로 시작해 내부 장기까지 공격한다. 콧등을 가로질로 양쪽 볼에 생기는 나비 모양의 피부발진이 특징적이다. 진단이 늦으면 뇌신경계나 신장 등 주요 장기로 염증이 침범해 치명적일 수 있다. 


루푸스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면역 기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유전·호르몬·자외선·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초경·폐경 등 여성호르몬 작용과 관련이 있는 시점에 특히 루푸스 발병에 주의한다. 홍승재 교수는 "루푸스 환자의 65% 이상이 16~55세 여성"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자외선이 강해지고 피임약 복용이 늘면서 발병 연령대가 넓어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루푸스는 완치 개념이 없다. 질병 활성도가 낮은 관해 상태를 가능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증상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질병 진행을 늦춘다. 자칫 소홀하면 언제든지 증상이 나빠질 수 있다. 루푸스는 특히 자외선에 예민하다. 따라서 자외선차단제를 늘 바르고, 햇빛이 강할 땐 외출을 삼가야 한다. 임신도 주의한다. 피임약을 먹거나 폐경 후 호르몬 대체 요법 치료를 받을 때도 여성호르몬 변화로 루푸스가 악화할 수 있다. 루푸스라고 임신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홍 교수는 "질병 활성도가 없는 관해 상태가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루푸스 합병증이 없을 때 계획적으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는 질병 활성도와 침범된 장기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 루푸스 활성도가 낮은 경우는 피부 발진이나 흉막염, 심낭염, 장막염, 관절염 등이 동반된 경우다. 이때는 항말라리아제, 저용량 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소염제를 투여한다. 신장이나 뇌신경계, 폐, 심장 침범, 혈관염, 신경염, 심한 혈소판감소증이 생기면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투여한다. 합병증 치료를 위해 이뇨제, 혈압강하제, 항경련제, 항생제 등도 사용한다. 홍 교수는 “질병 활성도를 평가해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용량을 조절해 꾸준히 치료해야 하고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루푸스 환자는 항인지질항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때 상대적으로 혈전 생성 위험성이 덜한 mRNA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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