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킴리아가 6개월 시한부 혈액암 환자의 희망이 될까?

[권선미 기자] 입력 2021.06.24 16.49

#147 꿈의 원샷 치료제 CAR-T 치료의 모든 것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 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최근 단 한 번의 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기적의 항암제가 국내 출시됐습니다. 개인 맞춤형 원샷 치료제인 ‘킴리아’입니다. 내 몸에 존재하는 면역 세포(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 공격력을 강화한 다음 배양해 투여합니다.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개인 맞춤 치료제입니다. 기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도 단 한 번의 치료로 예전과 같은 일상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오직 1명을 위한 CAR-T 치료제에 대해 알아봅니다.
 

CAR-T 치료제는 암세포 연쇄살인마입니다. 살아있는 세포를 활용해 암으로 무기력해졌던 T세포의 암세포 인식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암 치료 극대화를 추구합니다. 암환자의 혈액에서 얻은 T세포에 인위적으로 암세포를 인지하는 유전자(CAR·키메릭 항원 수용체)를 발현시킨 후, 이를 증식·배양해 투약합니다. 암 식별력이 강화된 T세포는 숨어있던 암세포를 확실하게 찾아내 스스로 제거합니다. 개개인의 세포를 원료로 활용해 맞춤형 의약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화학·바이오 의약품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약입니다.

 

한 번 투약으로 면역세포 기능 강화…미래 항암치료 변화 예고
아직은 낯선 CAR-T 치료제는 미래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암세포의 증식·성장을 억제하지만 정상세포까지 타격을 줘 부작용이 심한 화학항암제(세포독성 항암제)나 암세포에만 작용하지만 내성 문제로 항암 치료의 유지 효과가 1년 이내로 짧은 표적항암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CAR-T 치료제의 항암 치료 효과 자체도 우수합니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 때 내 몸의 면역반응을 이용해 확실하게 치료합니다. 게다가 치료 기간도 짧습니다. 한 번만 투약해도 암세포에 대한 세포성 면역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원샷 치료입니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돼 지속적으로 없앨 수 있습니다. 완전 관해와 지속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암 치료분야에서 CAR-T 치료제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배경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제품화에 성공한 CAR-T치료제는 킴리아(노바티스), 예스카타(길리어드사이언스), 테카르투스(길리어드사이언스), 브레얀지주(BMS), 아벡마(BMS) 등 입니다. 다만 이들 제품 중에서 한국에서 투약이 가능한 CAR-T치료제는 올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한 킴리아가 유일합니다. 안타깝게도 나머지는 아직 국내 도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물론 큐로셀·GC녹십자셀·얀센·화이자·GSK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CAR-T 치료제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제품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킴리아 반응률은 50%…약값·의료기관 전문성 등 살펴야
현재 CAR-T 치료제 투약을 시도할 때 살펴야 할 점은 5가지 입니다.
 
첫째, CAR-T 치료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여러 번 재발했을 때 조심스럽게 CAR-T 치료를 고려합니다. CAR-T 치료제는 백혈병·림프종·다발골수종 등 다양한 혈액암에 우수한 암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고 어떤 혈액암이든 낫게 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CAR-T치료제는 각 제품마다 타깃으로 작용하는 암세포의 항원, 유전자 조작법 등에 따라 치료 가능한 혈액암이 다릅니다. 게다가 이제 막 개발된 신약이라 실제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은 제한적입니다. 예컨대 국내 투약 가능한 CAR-T 치료제인 킴리아는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소아를 포함해 만 25세 미만인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으로 진단됐을 때만 투약이 가능합니다.
 
둘째로는 의료기관의 CAR-T치료제 투약 전문성입니다. CAR-T치료제는 환자 맞춤형 치료제입니다. 일반적인 항암제과 달리 특별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약을 투약하기까지 준비 과정이 매우 복잡합니다. 통상적으로 혈액 속 T세포 채취·추출·동결→CAR 유전자 조작→세포 배양 및 제품화→환자 투약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칩니다. 한 번 투약하는데 혈액을 채취·추출·동결하는 첫 단계부터 치료제 투약까지 약 4~6주 동안 안정적인 환자의 컨디션 관리가 중요합니다.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임상연구에서도 전체 등록 환자의 20%는 CAR-T 제조에 실패하거나 약을 만드는 동안 환자가 사망해 실제 투약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정부에서도 일정 수준의 인력·시스템을 구축한 의료기관에서만 CAR-T치료제 투약을 허용합니다.

 

셋째로 CAR-T치료 부작용 관리입니다. CAR-T치료제는 한 번 투약하면 6개월 이상 항암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때 체내 면역 반응 활성화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사이토카인 증후군(CRS)이 대표적입니다. CAR-T치료제 투약으로 면역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돼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특히 T세포의 특성상 표적 세포를 만나면 빠르게 분열하고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체내에 남아있어 동일한 부작용이 언제든 불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신경 독성, 이식편대숙주병, 백혈구감소증 등 부작용도 주의해야 합니다. 당연히 CAR-T치료제 투약 경험이 풍부할수록 상황에 맞는 빠르고 적절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CAR-T 투약 후에도 면역억제제 사용은 자제하는 등 지속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한국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첫 CAR-T치료제 임상을 수행했습니다. 해당 임상을 통해 이미 4명 이상 CAR-T 치료제 투약을 진행했습니다. 이 외에도 이번 달 국내 첫 킴리아 투약을 진행하고 경과를 관찰중입니다. 서울대병원은 자체적으로 생산한 CAR-T치료에 집중합니다. 핸드메이드 제품처럼 대규모로 규격화·상업화 하지 않고 CAR-T치료를 시도합니다.

 

넷째로 절반의 치료 효과입니다. CAR-T 치료제의 효과는 혁신적입니다. 미국·유럽 등에서 진행된 DLBCL환자 대상 임상연구에서 킴리아를 투여한 환자 중 약에 반응한 환자는 53%뿐입니다. 이중 39.1%가 완전 관해에 도달했습니다. 킴리아 투약 24개월 시점에서 생존할 확률은 40%, 36개월 때에는 36%입니다.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해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혈액암 환자에게는 기적같은 일입니다. 기억해야 할 점은 킴리아를 투약했다고 모든 사람에게 치료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리 킴리아 투약 효과를 예상하기도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가의 약값입니다. CAR-T치료제는 혁신적인 약효만큼이나 값비싼 약값으로도 유명합니다. 얼마나 비싸겠냐 싶지만, 한 번 투약하는데 억대를 호가합니다. 킴리아의 경우에는 약값만 5억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킴리아 투약을 위한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한 2~3주간의 입원 치료비용은 별도 입니다. 한국이 자랑하는 건강보험이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약은 아직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킴리아 치료를 원하는 사람이 비급여로 치료비를 모두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수 억원을 마련하는 일은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정부에서도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도움말=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 삼성서울병원 CAR-T 치료센터 김원석(혈액종양내과) 센터장, 노바티스코리아,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한국BMS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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