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天)·태양(日)의 합작품, 각질·탈모·대장암의 '천연 지우개'

[정심교 기자] 입력 2021.06.08 10.16

올해 새롭게 밝혀진 천일염의 건강 효과 Top 3

소금 중에서도 하늘(天)과 태양(日)이 만들어 낸다는 천일염(天日鹽)은 세계적 갯벌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귀한 자원이기도 하다. 천일염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생산되지만 ‘갯벌 천일염’은 흔치 않다. 갯벌 천일염은 천일염 중에서도 미네랄이 가장 풍부하다. 세계 천일염 생산량의 0.2%가 갯벌 천일염이다.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갯벌 천일염을 생산하는 지역은 우리나라와 유럽 북해 연안으로 단 두 곳뿐이다. 우리나라는 전남 신안군, 프랑스는 게랑드(Guerande) 지역이 갯벌 천일염의 최대 생산지로 꼽힌다.


천일염은 바람·햇빛으로 바닷물의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쉽게 말하면 인위적 가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얻는 소금이다. 이 과정에서 바닷물의 칼슘·마그네슘·칼륨 같은 미네랄 성분이 천일염에 스며든다. 흔히 천일염은 ‘굵은 소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천일염은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건기·우기가 뚜렷하며 일조량이 많은 지역에서 얻을 수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선 서해안, 남해안 갯벌을 중심으로 천일염이 연간 30만~33만t 생산된다. 천일염은 2008년 3월 법적으로 ‘광물’에서 ‘식품’으로 전환되면서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조명되고 있다. 최근 천일염의 건강 효과가 속속 밝혀지면서 해외에서도 천일염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밝혀진 천일염의 건강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피부 각질 없애고 광택 내는 천연 스크럽제  

주부습진 등 습진 치료에 천일염이 효과적이란 얘기가 인터넷 등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가운데 바다 소금이 습진 완화에 이롭다는 기사가 미국의 유명 건강 전문 온라인 매체에 실렸다. 우리나라의 대표 바다 소금인 국산 천일염도 이미 향신료 외에 피부 이상 치료, 두피 스케일링, 구강 건강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건강 전문 웹 미디어인 ‘헬스라인’(Healthline)은 ‘사해 소금이 습진 완화를 돕는 방법’(How Dead sea salt helps soothe eczema)이란 제목의 최근 기사에서 사해(死海) 소금 등 바다 소금이 습진 환자의 가려움증·염증 등 증상을 가볍게 해준다고 소개했다.

사해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에 있다. 사해 소금은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기 때문에 마그네슘·칼슘·황·아연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천일염도 마그네슘·칼슘 등 건강에 이로운 미네랄이 일반 소금보다 많지만 사해 소금보다는 적다. 천일염과는 달리 사해 소금은 일반적으로 식탁에 오르지 않는다. 마그네슘 함량이 너무 높아 쓴맛이 강해서다.

2005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선 사해 소금으로 목욕하면 수돗물에 몸을 담그는 것보다 피부 장벽의 강도가 세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에 사해 소금을 발랐더니 피부 수분 함량이 증가하고 피부의 염증·홍반이 줄었다. 피부의 거칠기는 감소했다. 기사엔 “2010년 연구에선 습진 환자가 사해 소금물 목욕과 자외선 치료를 함께 하면 자외선 치료만 할 때보다 효과가 컸다”는 사실도 소개됐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습진이 더 심해지므로 피부 수분 함량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습진협회(NEA)는 습진 환자에게 바다 소금 1∼2컵을, 뜨거운 물이 아닌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넣을 것을 권장했다. 욕조 안에선 5∼10분만 머물도록 했다. 너무 오래 몸을 담그면 피부가 건조해져 습진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뜨거운 물은 피부를 자극하고 건조하게 한다. 습진 환자에게 따뜻한 물로 목욕한 뒤 수분 보충 로션을 바를 것을 권고했다. 목욕 후 3분 이내에 전신에 보습 로션을 바른다.
 

천일염도 피부 스크럽제로 유용하다. 최고의 천연 각질 제거제이기 때문이다. 피부 표면의 각질층을 제거해 피부가 부드러움과 광채를 되찾게 한다. 미네랄이 풍부해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피부를 탄력 있게 한다. 얼굴엔 미세한 천일염, 몸엔 굵은 천일염을 스크럽제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얼굴 스크럽제는 고운 천일염 2큰술과 달콤한 아몬드 오일 2큰술을 섞어 만든다. 눈 주위를 피하면서 얼굴 전체에 바른다. 작은 원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한다. 깨끗한 물로 철저히 헹구고 피부를 두드려 말린다. 평소 사용하는 크림으로 얼굴에 수분을 공급한다.

보디 스크럽제는 거친 천일염과 아몬드 오일을 섞어 만들 수 있다. 발뒤꿈치·팔꿈치·무릎 등 거친 부위에 주의하면서 스크럽제로 다리·팔·배 등을 문지른다. 거친 발의 스크럽제는 굵은 천일염에 올리브유를 섞어 만든다. 발을 마사지하듯이 스크럽하되 발뒤꿈치나 굳은살을 제거할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미지근한 물로 헹구고 잘 말린다.
 
천일염의 항염 효과, 탈모 억제에 기여

탈모 증상 완화에 천일염이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천일염은 안전하고 항염 효과도 있어 탈모 예방용 샴푸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여겨진다.


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천연자원연구센터 정용기 연구원팀은 천일염·황칠 등 탈모 증상 완화를 도울 수 있는 천연 소재의 안전성과 항균 활성, 항염증 효과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산 천일염 외에도 황칠(우리나라 토종 수목인 황칠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수액)·시금치·다시마에 대한 중금속과 세포 독성 시험을 통해 해당 재료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항균 활성, 세포 증식률, 항염증 시험을 통해 각 소재의 탈모 완화 유효성(기능성)도 평가했다.


유해 세균을 죽이는 항균 활성은 황칠 추출물에서만 효과가 확인됐다. 다시마를 제외한 모든 소재(천일염·황칠·시금치)의 추출물을 세포에 주입했더니 이산화질소(NO) 생성량이 감소했다. 세포에서 이산화질소가 덜 만들어진다는 것은 항염증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천일염과 황칠 추출물의 안전성과 세포 차원의 유효성(탈모 증상 완화)이 확인됐다”며 “천일염과 황칠을 앞으로 두발용 샴푸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천일염 넣은 간장·된장, 대장암 억제 효과 기대 

간장과 된장을 제조할 때 천일염을 사용하면 맛과 품질뿐 아니라 대장암 억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이는 ‘궁합’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진 국산 천일염과 간장·된장 등 장류의 만남을 통한 또 하나의 시너지 효과다.


지난 4월 차의과학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박건영 교수팀은 천일염으로 만든 간장·된장의 대장암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위해 박 교수팀은 실험동물인 생쥐에 일부러 대장암을 유발했다. 박 교수팀은 실험동물(생쥐)을 간장 제조에 사용한 소금의 종류에 따라 소금물 섭취 그룹(실제 간장과 같은 염도인 18% 소금물 섭취), 일반 소금(정제염)으로 만든 간장 섭취 그룹, 일반 천일염으로 만든 간장 섭취 그룹, 세척·탈수 과정을 거친 천일염으로 만든 간장 섭취 그룹, 세척·탈수·건조 과정을 거친 천일염으로 만든 간장 섭취 그룹 등 5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세척·탈수 과정을 거친 천일염으로 만든 간장을 먹은 생쥐에선 18% 소금물을 섭취한 생쥐보다 대장암 생성이 억제됐다. 대장암으로 인한 체중 감소, 대장 길이 축소 등 증상도 적었다. 대장 조직 내 암세포 자살(apoptosis) 유도 인자인 Bax의 발현은 높아졌다.

박 교수팀은 생쥐를 또 정제염으로 만든 된장 섭취 그룹, 일반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 섭취 그룹, 세척·탈수 과정을 거친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 섭취 그룹, 3년 숙성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 섭취 그룹 등 4그룹으로 나눴다. 세척·탈수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 섭취 그룹에 속한 생쥐는 대조 그룹 생쥐보다 체중 감소, 대장 길이 축소가 적고 종양 생성이 억제됐다.

세척·탈수 과정을 거친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을 섭취한 생쥐는 면역력을 좌우하는 장(장) 건강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미생물의 구성이 다른 그룹보다 눈에 띄게 다양했다. 특히 대장 건강에 유익한 유산균인 비피두스균의 점유 비율이 높았다. 항암 효과를 가진 미생물(Facalibaculum)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논문(C57BL/6 마우스에서 세척·탈수 천일염으로 제조된 간장과 된장의 암 예방 효과)에서 “천일염에 풍부한 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장에서 발효 미생물의 활발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세척·탈수 과정을 거친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에선 사포닌·제니스테인·다이드제인 등 항암·항염·항비만 효과를 나타내는 기능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했다. 천일염을 이용해 간장·된장 등 장류를 제조하면 맛과 품질은 물론 대장암 억제 효능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 간장과 된장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여기에 소금물을 부어 발효·숙성 과정을 거쳐 제조하는 음식이다. 이때 여러 미생물이 발효에 관여한다. 이 미생물이 콩의 단백질 성분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다. 예부터 장류 제조엔 주로 3년 숙성 천일염을 사용했다. 숙성 기간에 마그네슘이 다량 함유된 간수가 제거되면서 쓴맛과 오염물이 함께 사라진다. 이 방식은 제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다. 최근엔 세척·탈수 과정을 거쳐 간수가 제거된 천일염을 간장·된장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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