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반복되는 월경통, 틀어진 골반이 원인

[대전자생한방병원 김순아 원장] 입력 2021.06.10 10.24

한방으로 본 여성학개론 ⑨

골반은 척추를 받치고 양쪽 다리를 연결한다. 골반은 척추라는 기둥을 유지하는 주춧돌이다. 주출돌 자체가 삐딱하면 그 위에 기둥도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다. 골반이 틀어지면 몸도 전체적으로 뒤틀린다. 좌우 대칭인 근육 구조와 길이도 달라진다. 오른쪽을 많이 사용해 근육은 붙는데 왼쪽은 지방이 붙는 식이다. 신체 균형이 깨지면서 허리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골반 비대칭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골반이 넓어 안정성이 떨어지고, 출산을 할 경우 골반을 느슨하게 하는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골반의 약화로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굽이 높은 하이힐을 즐겨 신는 것도 원인이다. 하이힐을 신으면 체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골반 균형이 깨지기 쉽다.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도 위험하다. 골반을 바깥으로 돌아가게 해 다리 길이가 약간 달라진다. 여성의 경우엔 골반 안에 있는 자궁·난소도 영향을 받아 월경통 등 부인과 질환이 생길 수 있다. 틀어진 골반이 자궁·난소를 압박해 나타난다. 매달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월경통이 매달 반복된다면 골반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월경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월경통 환자는 21만 6933명에서 2020년 30만 9941명으로 9만 3008명이나 증가했다. 5년 새 환자가 무려 약 42%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진통제를 먹고 치료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월경통이 지속될 때다. 아랫배와 허리를 쥐어짜는 통증에 고통스럽다. 월경 주기에 따라 매달 반복되지만, 생리 전엔 아픈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별다른 조치 없이 꾹 참는다. 

이런저런 치료에도 일상이 불편할 정도로 심한 월경통이 매달 반복된다면 한의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한방 여성질환 치료는 신체 부담이 적고 재발률이 낮다. 특히 지난해부터 정부에서는 월경통 치료를 위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환자는 연간 1회 최대 10일까지, 5일씩 복용하면 연간 2회까지 절반의 본인 부담금으로 첩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대전자생한방병원 김순아 원장(한방부인과 전문의)
 

한의학에서는 월경통이 생기는 원인은 어혈(瘀血)로 본다. 어혈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울혈 현상이다. 자궁의 기혈순환이 원활하지 않거나 외부 찬 기운에 노출됐을 때, 육체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할 때 어혈이 나타나기 쉽다. 월경통의 대표적인 한방 치료는 추나요법과 한약처방, 침 치료 등으로 이뤄진다. 

추나요법은 틀어진 척추와 골반의 구조적 문제를 교정해 월경통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 한약은 신체 전반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월경통 시기·증상에 따라 세분화한 한약처방으로 혈액이 정체돼 뭉쳐 있는 어혈을 제거해 통증 완화를 유도한다. 침 치료는 경락의 기혈 순환을 돕는다. 이와 함께 운동·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면 월경통을 치료할 수 있다. 

‘깨진 그릇 이 맞추기’라는 속담이 있다. 한번 그릇된 일은 본래대로 돌리려고 애써도 돌릴 수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골반은 우리 몸의 장기를 담는 그릇이다. 하지만 골반 건강은 충분히 다시 되돌릴 수 있다. 만약 월경통에 매달 고생하고 있다면, 골반에 문제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자.

대전자생한방병원 김순아 원장(한방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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