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배우자에게 유방암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김선영 기자] 입력 2021.06.03 09.47

대림성모병원, 20~30대 120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예비 배우자에게 유방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면 결혼과 출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유방암 유전자(BRCA1/2)는 돌연변이가 있을 때 유방암·난소암·전립샘암에 걸릴 위험이 많이 증가한다.

대림성모병원은 유방암 유전자 변이 여부가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암에 걸리지 않은 20~30대 미혼 남녀 총 1200명(남녀 각 6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을 것이다’(62%, 744명)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지 않을 것이다’(19%, 228명)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19%, 228명)고 답변해 전체 응답자의 38%가 비출산, 비혼주의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나눠 살펴보면 비출산, 비혼주의를 계획하고 있는 비율이 남성은 29%(174명), 여성은 47%(282명)로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1.6배 높았다.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972명(남성 515명, 여성 457명)에게 ‘결혼을 약속한 상대가 유방암 유전자 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결혼 전에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물었더니, 전체 응답자의 25%(246명)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남성은 ‘결혼을 한다’(77%, 398명), ‘결혼하지 않는다’(23%, 117명)이었고 여성은 각각 72%(328명), 28%(129명)로 결혼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이사장은 “유방암 유전자 변이 보인자는 일반인보다 유방암, 난소암, 전립샘암의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변이가 있다고 무조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며 “건강한 생활습관, 정기 검진을 통해 발생 위험을 낮추고 조기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릇된 선입견이나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혼뿐만 아니라 취업과 보험 등 또 다른 사회적 편견과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전 정보의 비밀 보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유전자 변이 있다면 출산 계획 포기”
유방암 유전자 변이는 출산에 대한 태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744명에게 ‘본인이 유방암 유전자 변이가 있어도 자녀를 낳을 것인지’ 질문한 결과, 무려 36%(269명)가 출산 계획을 포기하겠다고 태도에 변화를 보였다. 유방암 유전자 변이가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착상 전 유전 진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착상 전 유전 진단은 일부 유전 질환에 대해 이미 국내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기술이지만, 현재 유방암 유전자(BRCA1/2)에 대해선 법적으로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본인이 유방암 유전자 변이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의 70%가 착상 전 유전 진단 기술을 통해 변이가 없는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출산하겠다고 답변했다”며 “사회적 논의를 거쳐 유전 질환을 겪고 있는 예비 부모를 위해 국내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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