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복통·설사 방치하다 장 잘라내…치료 시기 놓치면 난치성으로 악화”

[권선미 기자] 입력 2021.05.17 08.51

[J인터뷰]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김덕환 교수

매일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IBD)을 앓는 사람들이다. 영양소의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소화기관인 식도·대장·소장·항문의 안쪽 점막에 염증이 끊임없이 생겨 복통·설사가 일상화한 상태다. 매끈하고 말랑말랑해야 할 장 점막이 울퉁불퉁하고 뻣뻣하게 변한다. 만성적 염증으로 장 점막이 헐고 낫기를 반복하다가 장 점막 세포가 변해 대장암으로 발전할 확률도 커진다. 장이 막히거나 구멍이 뚫리는 응급상황을 겪을 수 있다. 결국 장이 구조적·화학적으로 변해 잘라내야 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꾸준한 치료·관리로 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엔 장 점막 치유 효과를 확인한 신약도 나왔다. 세계 염증성 장 질환의 날(5월 19일)을 계기로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김덕환 교수에게 염증성 장 질환의 증상과 최신 염증성 장 질환 치료·관리 전략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2030 젊은 층을 대상으로 염증성 장 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젊을수록 더 염증성 장 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내 몸을 지키는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소화기관인 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염증이 생기는 범위에 따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으로 구분한다. 염증이 입에서 식도·위·소장·대장·항문으로 이어지는 소화기 전체에 생긴다면 크론병, 대장에만 있다면 궤양성 대장염이다. 반복된 복통·설사에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다 위급한 상황에서 뒤늦게 병원 응급실을 찾는다. 대한장연구학회에서 연령별 염증성 장 질환 발병률을 분석했더니 10~30대에 처음 진단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염증성 장 질환 팩트시트 2020). 

아직까지 왜 염증성 장 질환이 발병하는지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환경적·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병률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육식·인스턴트·가공식품 등을 즐기면서 장내 환경이 나빠지면서 발병률이 높아졌다. 과거보다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면서 모르고 지나쳤던 것도 발병률 증가에 한 몫했다. 미국·유럽 등 서구와 비교해 염증성 장 질환 발병률이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Q2. 언제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야 하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설사가 3개월 이상 지속될 때다. 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거나 설사가 멈추지 않는다. 더 심해지면 속이 불편해 시도때도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중요한 순간에도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 발표·시험을 망치면서 성격이 소심해진다. 특히 혈변은 염증성 장 질환이 아니더라도 대장암 위험신호일 수 있어 반드시 병·의원을 찾아 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10~30대에 주로 발병한다. 학업이나 취업·결혼 등에 사회생활에 신경쓰다보니 장에서 보내는 다양한 이상 신호를 무시하기 쉽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장염과도 증상이 비슷해 가볍게 넘긴다. 게다가 염증성 장 질환은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젊은층은 누적된 염증이 너무 심해져 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에 병원 응급실로 실려온다. 일부는 장이 뚫리는 천공으로 응급 수술을 받는다. 왜 아픈지 모르고 지내다가 병원 응급실에서 염증성 장 질환으로 첫 진단을 받은 셈이다. 내 경우엔 젊은 염증성 장 질환자 10명 중 2~3명은 병원 응급실에서 자신의 병을 알게 된다. 중년 이상은 이런저런 증상이 나타나 병·의원을 찾다가 치료 받는 것과는 다른 패턴이다. 

안타깝게도 염증성 장 질환은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난치성으로 진행해 주의해야 한다. 실제 19세 여성은 1년 전부터 설사가 심했지만 단순 장염으로 생각해 힘들게 참고 지냈다. 그런데 복통이 참을 수 없이 심해 응급실을 찾았다. 그런데 온 몸은 빼빼 말랐는데 다리만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부어있고, 얼굴 안색이 창백했다. 생리도 어느 순간 끊겼다고 했다. 혈액검사에서도 알부민 수치도 떨어져 있었다. 굉장히 희귀한 셀리악병이 아니냐고 응급실에서 난리가 났다. 알고봤더니 크론병이었다. 장 염증이 심한 상태로 오랫동안 지내다 알부민처럼 몸에서 필요한 단백질이 설사로 과량 빠져나가 온 몸이 부은 것이다. 다행히 면역조절제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잘 관리하고 있다.”

Q3. 진단이 늦을수록 치료가 어렵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염증성 장 질환은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가 늦을수록 염증이 장 점막을 파고들어 구멍이 뚫리거나 장이 좁아지고 막히는 상태로 악화한다. 반복되는 염증 반응에 돌연변이를 유발해 암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염증성 장 질환자는 염증이 장 점막을 자극해 일반인보다 대장암 위험이 2배 가량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염증성 장 잘환은 완치가 없다. 자칫 치료에 소홀하면 반복된 염증으로 장 점막 손상이 누적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몸 속에 숨은 불발탄이다. 염증 관리에 실패했을 때 여파는 치명적이다. 장에서 생긴 염증이 장벽을 넘어 간·신장·관절·눈·피부 등으로 퍼지면서 온 몸을 망가뜨린다.” 

Q4.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 목표는.

“염증으로 망가진 장 점막의 완전한 치유다. 임상적으로 증상이 사라진 임상적 관해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개념이다. 내시경적 관해다. 위·대장 내시경으로 소화기 점막을 살폈을 때 표면의 염증이 모두 소실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치료 목표다. 병을 관찰하는 방법이 발전하면서 치료 목표도 점차 높아졌다. 이런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면 염증성 장 질환으로 인한 협착·천공 등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좋은 치료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염증성 장 질환 치료약을 사용할 때 임상 증상을 기준으로 보험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임상적 관해에 맞춰 치료를 하기도 한다.”
 
Q5. 염증성 장 질환은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도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는데 왜 그런가.

“안타까운 일이다.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10년 동안 증상 변화를 추적관찰했다. 그런데 치료를 받아도 이들의 절반은 만성적으로 증상이 지속되거나 재발·악화했다. 장기 치료를 방해하는 요인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먼저 휴미라·레미케드·심퍼니 같은 TNF-α 억제제(종양괴사인자) 기전의 생물학적 제제에 반응이 없는 환자가 40%가량 존재한다. 초기 무반응이다. 치료를 위해 약을 먹어도 치료 효과가 없다. 둘째로, 2차 반응 소실이다. TNF-α 억제제 기전의 약을 1년 정도 투약했더니 더 이상 치료 반응이 없는 환자가 20~40%나 관찰됐다. 치료 반응이 줄면서 약 투여량을 늘리거나 같은 계열의 다른 약으로 바꾼다. 셋째로 결핵 재활성화다. TNF-α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전신 면역을 억제해 잠복했던 결핵이 재활성화한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하는 이유다. 결국 질병 진행을 막기 어려워 장을 잘라내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최근엔 장 염증을 유발하는 백혈구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해 장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킨텔레스)도 나왔다. 장 점막을 치유해 질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기대가 크다. 초창기 개발된 약의 한계인 내성 걱정도 덜 수 있다. 다만 치료에 사용된지 불과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실제 얼마나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Q6. 내성이 생길 우려가 있는 TNF-α 억제제보다는 최근 개발된 신약을 먼저 쓰는게 좋지 않나. 

“개개인에게 맞는 약은 따로 있다. 따라서 어떤 약을 먼저 써야 한다고 일괄적으로 정하긴 어렵다. 가장 중요한 건 약을 사용했을 때 약효가 나타나는지다. 이후 환자의 증상·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약을 투약한다. 예를 들어 심한 감염을 겪은 적이 있어 감염 우려가 크다면 킨텔레스 같이 감염 부작용이 적은 약을 고려하는 식이다. 당연하게도 가장 최근에 나온 약은 내성, 감염, 투약 편의성 등이 기존 생물학적제제보다 좋은 편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장기적인 치료가 중요한만큼 투약 편의성도 신경쓰는 편이다. 생물학적제제마다 투약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병원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정맥으로 투약하던가, 매일 스스로 주사를 놓는 등 약 투약 방법과 사회생활을 안정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투약이 불편하면 기대했던만큼 약효를 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환자에게 약 마다 장단점을 설명해주고 상의해 결정한다.”

Q7. 자가면역질환인 염증성 장 질환이 코로나19로 증상이 더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염려가 되지만 실질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염증성 장 질환자는 장 염증 관리를 위해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제제를 투약하다보니 전반적인 면역 상태가 떨어져 있다. 일부는 이런 이유로 약 복용을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약이 코로나19 중증도를 악화한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없다. 

게다가 코로나19가 무섭다고 염증성 장 질환 치료를 소홀하는 건 장 염증이 심해져 장 협착 등 다른 의미에서 위험할 수 있다. 참고로 염증성 장 질환에 쓰이는 약중 일부는 중증 코로나19 치료에도 활용한다. 극단적이지만, 중국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때 이 지역에 거주하는 300~400명 가량의 염증성 장 질환자 중 누구도 사망한 사례는 없었다. 

염증성 장 질환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한국은 코로나19가 일정 수준 조절되고 있어 현재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다만 코로나19 취약군이니 병원을 덜 방문하는 약으로 바꾸거나 내시경 검사 횟수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한다.” 

Q8. 평소 식단 관리도 중요할 것 같다.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장 점막 상태가 불량해 영양 상태가 나쁘다. 음식을 먹어도 흡수를 못하는 데다 복통·설사로 잘 먹지 않는다. 이때 기억해야 할 점은 염증성 장 질환을 호전시키는 음식은 없다는 점이다. 식단을 관리할 때 특정 식재료나 음식을 피하는 식으로 구성하지 말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유제품이다. 편식으로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식단을 조절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칼슘 등 미량 영양소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본적으로 과일·채소 등 섬유소가 많은 식재료가 도움이 된다. 돼지고기·소고기 등 붉은 육류나 식품 첨가물이 든 음식은 삼간다. 특히 장 염증을 악화하는 술은 피해야 한다. 세세한 식단 관리는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람마다 맞지 않는 개별 음식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커피를 마시면 속이 부글거린다는 식이다. 오늘 하루 무엇을 먹었고 몸 상태는 어땠는지 기록하는 식단일기를 쓰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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