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면 이상 신경 찾아내는 '파란색 쫄쫄이' 국내서 개발

[정심교 기자] 입력 2021.05.10 20.54

쎄이엠 "세계 최초 변색의복 방식 신경질환 검진기 상용화 눈 앞"

우리 몸은 더위를 느낄 때 '덥다'는 정보가 뇌하수체로 전달되고, 뇌하수체에서 땀을 흘리라고 명령한다. 땀을 흘리라는 명령이 중추신경에서 말초신경으로 내려가고, 최종 단계에서 땀샘으로 전달돼 땀을 흘린다. 건강한 사람은 1㎠당 100만분의 1.95리터 이상 땀을 흘린다. 이 기준 밑으로 땀이 적게 나거나 땀이 나지 않으면 두 가지 원인을 의심할 수 있다. 첫째는 중추신경·말초신경 등 자율신경계가 망가진 게 원인이다. 파킨슨병, 당뇨병, 복합통증증후군,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등 48가지 질환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땀샘을 관장하는 가느다란 신경섬유가 망가진 것이다. 피부질환, 외상 후 장애, 쑤시고 결리는 통증 등이다.  
 

파란색 옷을 입으면 땀이 나는 부위 색이 짙어지고(왼쪽), 변색 부위를 컴퓨터가 분석한다. [사진 쎄이엠]

이 같은 땀을 흘리는 원리를 이용해 변색의복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땀을 비정상적으로 흘리는 원인, 문제의 부위를 측정할 수 있는 옷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통증 및 신경질환 검진시스템 개발업체인 주식회사 쎄이엠(대표 최용학)은 세계 최초로 웨어러블 기술을 적용한 변색의복 방식 신경검진기인 ‘신경 질환 및 피부손상 검진기(SCNT: Sweat Computerized Nerve Tester)’로 국내외 신경검진기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10일 밝혔다.  

SCNT는 ‘변색 의복’ 착용만으로 신경계 검사가 가능한 최첨단 신의료기기로 개발됐다. 기존의 맨몸 상태에서 시약을 바르는 방식의 발한신경검진 TST(thermoregulatory sweat test) 장비가 가지고 있던 사용상의 불편함 및 정확도를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의 TST 방식은 약 1시간 동안 기기 내 원적외선으로 뱃속에 열을 가한 뒤 각 부위별 땀을 흘렸는지 아닌지를 측정해 신경 손상 부위를 파악한다. 검사 과정이 환자에게 부담스럽다는 단점이 컸다. 우선 옷을 벗고 맨몸으로 촬영해야 해 노출에 대한 환자의 부담감이 컸다. 또 맨몸에 옅은 주황색의 시약을 발라 땀을 낸 뒤 샤워해 지워야 했는데 시약이 잘 지워지지 않는 데다 병원 외래 진료실 내 샤워 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이 많아 불편함이 컸다. 또 환자가 누운 채 검사받을 때 등 쪽의 땀이 흥건히 젖어 발한량을 제대로 측정하기 힘들었다.  

쎄이엠이 상용화를 앞둔 신경 검진기 SCNT 제품 이미지. [사진 쎄이엠]

반면 발한의복 착용 방식의 SCNT는 파란색의 타이트한 옷, 이른바 '파란색 쫄쫄이'를 입고 기기에 35~40분 누워있기만 하면 된다. 따로 시약을 몸에 바를 필요 없이 옷의 특수 잉크가 땀과 닿으면 변색한다. 옷에 묻은 땀을 1㎠당 100만 분의 1리터 단위로 정확히 읽어낸다. 환자의 등 쪽과 다양한 신경계 및 피부 이상 질환을 95% 성공도로 검사할 수 있다. 
 
기기 내에 누워있으면 땀을 흘리는데, 일반 카메라로 찍는다. 옷의 변색 정도로 컴퓨터가 땀 양을 계산해낸다. 옷이 땀을 흡수해 땀이 나는 부위를 구분한다. 등 쪽도 찍을 수 있다. 쎄이엠 최용학 대표는 "기존 방식은 땀이 났다 안 났다의 여부만 알 수 있어 정확도가 떨어진 반면, 부위별 땀을 몇 ㏄ 흘렸는지까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며 "이 의미는 SCNT가 망가진 신경과 망가지고 있는 신경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인 모를 고통을 앓고 있거나 신경계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쎄이엠이 개발한 SCNT 장비는 2017년 창원 경상대병원의 신경과에서 시약 발한 계산 방식으로 최초 운영한 후, 다한증이나 무한증 등 신경 손상의 감별과 부위 판정,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등 원인 모를 통증을 앓는 환자를 검진하는 데 사용돼왔다.  

최 대표는 "CT·MRI가 전신을 촬영해 종양을 찾아내는 방식처럼 전신의 신경 시스템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의료기기는 보건복지부 등에서 ‘신의료기술 인증’ 을 받은 SCNT가 유일하며, 한국 표준 과학연구원의 검증을 받은 ‘변색의복’ 착용 방식을 이용해 만성 통증 및 신경계통과 피부질환에 대한 원인을 보다 정확하고 편리하게 검진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7년간의 연구 기간을 거쳐 SCNT 개발을 완료한 이후, 지난 4월 서울대 신경과 교수와의 계약 체결, 매출 세계 1위 병원인 메이요클리닉과 미국 진출에 관한 계약 논의 등 국내외 여러 병원과 SCNT 시스템 도입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 4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신경검진기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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