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 속 폐렴구균 백신 접종 어떻게 해야 할까?

[류장훈 기자] 입력 2021.04.30 13.53

#143 폐렴구균 백신 접종 안내서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방역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일수록 다른 감염병의 예방접종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예방을 놓쳐 다른 감염병에 걸린다면 고위험군에서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죠. 특히 폐렴은 조기 진단과 치료를 놓치면 치명률이 증가해 주의가 필요합니다. 위험군에 따라 권고되는 백신 접종 순서와 간격이 다르고 2회 이상의 접종이 필요할 수 있어 스스로 잘 챙겨야 합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올바른 폐렴구균 백신 접종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폐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예방접종률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외부활동이 줄면서 보건소나 병원 방문이 줄어들면서 폐렴구균 백신 접종에도 영향을 미친 것죠.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전년 대비 국가예방접종 지역별, 접종 일정별 접종률 증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만 65세 고령에서 23가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44.3%로, 전년 같은 기간(66.4%) 대비 약 22.1%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저질환 있으면 몇 배로 커지는 폐렴 위험
폐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 감소는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폐렴은 한국인 사망 원인인 전체 3위이자 호흡기질환 중에서는 1위인 심각한 질병입니다(2018년 기준). 특히 65세 이상 성인에서 폐렴구균으로 인한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증은 치명적이고, 폐렴구균 감염이 균혈증(균이 혈액 속에서 온몸을 순환하는 상태), 뇌수막염으로 진행되면 치명률이 60~80%까지 증가합니다. 
 
고령자가 아니더라도 만성질환자면역이 저하된 사람은 폐렴구균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주의와 예방이 필요합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환자 상태에 따른 폐렴구균 감염증 발생률 비교 연구에 따르면, 18~64세 건강한 성인과 비교해 폐렴구균성 폐렴 발병 위험이 만성 간 질환자는 5~6배, 만성 심장 질환자는 4~5배, 만성 폐 질환 환자는 9~10배, 당뇨병 환자는 3배가량 높았습니다. 두 가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8배, 세 가지 기저질환이 있다면 20배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발병 위험이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23가 백신, 폭넓은 예방 범위
폐렴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균이 ‘폐렴구균’이기 때문에, 고위험군이라면 효과적인 예방을 위해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폐렴구균 백신은 어떻게 맞아야 할까요? 성인이 접종하는 폐렴구균 백신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13가 백신’과 ‘23가 백신’ 입니다. 폐렴구균은 약 90여 가지의 혈청형으로 구분되고 모든 혈청형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 중 23가 백신은 23개의 폭넓은 폐렴구균 혈청형을 포함하기 때문에 예방 범위가 넓습니다(2021년 3월 기준).
 
*23가 백신 혈청형:
1, 2, 3, 4, 5, 6B, 7F, 8, 9N, 9V, 10A, 11A, 12F, 14, 15B, 17F, 18C, 19A, 19F, 20, 22F, 23F, 33F
 
또 23가 백신은 백신에 포함된 23가지 종류의 혈청형에 의한 침습성 감염증(패혈증, 뇌수막염 등)을 효과적으로 예방(50~80%)할 수 있고, 전 세계적으로 30년 이상 사용되며 안전성이 확인됐습니다. 
 

한 번 접종했다고 안심? 끝까지 접종 챙겨야
폐렴구균 백신 접종은 접종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권고되는 접종 스케줄에도 차이가 있어 잘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한 번 접종했더라도 위험군에 따라 추가적인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대한감염학회는 '성인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을 통해, 건강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23가 백신을 1회 접종하거나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을 1년 이상의 간격을 두고 각각 1회씩 순차 접종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18세 이상의 만성질환자(만성 심혈관질환, 만성 폐 질환, 당뇨병, 알코올 중독, 만성 간 질환 등)나 면역저하자(뇌척수액 누수, 인공와우 삽입 환자, 기능적 또는 해부학적 무비증 환자 포함)는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을 각각 1회씩의 순차 접종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이미 13가 백신을 접종한 적이 있더라도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끝냈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건강 상태나 연령 등을 고려하여 23가 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전에 폐렴구균에 감염된 적이 있더라도 다른 혈청형에 의해 감염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은 필요합니다. 단, 65세 이상 연령에서 23가 백신을 1회 접종했다면 추가 접종은 불필요합니다.
 
백신 접종 간격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정상 면역이거나 만성질환자는 13가와 23가 백신의 접종 간격을 1년 이상으로 하고, 면역저하자와 뇌척수액 누수, 인공와우 삽입 환자는 13가 백신을 접종하고 8주가 지난 후에 23가 백신을 접종하면 됩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후 14일 간격 두면 다른 백신도 OK
질병관리청에서는 코로나19 유행 기간에도 65세 이상 노인에게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꼭 하도록 권고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 시작됨에 따라 폐렴구균 백신과 코로나19 백신 사이의 접종 스케줄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예방백신들의 동시 접종에 대해서는 안전성 및 유효성 자료가 부족하므로 동시 접종은 시행하지 않는 것이 권고되며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폐렴구균 백신 등 다른 백신을 접종한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후 최소 14일의 접종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적절한 접종 시기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폐렴구균 백신을 한 번도 접종하지 않은 65세 이상이라면 전국 보건소 및 지정 의료기관에서 1회 무료 접종이 가능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활동이 제한되고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코로나19 방역뿐 아니라 다른 감염병 예방에도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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