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로부터 직접 전파된 매독균, 신생아 건강 위협

[김선영 기자] 입력 2021.04.14 10.37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순민 교수팀, 국내 선천성 매독 현황 연구

매독에 감염된 우리나라 산모가 영유아를 출산한 확률이 지난 5년간 평균 1만명당 2.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천성 매독으로 치료 받은 신생아에게는 황달, 청각장애, 신장 질환, 지적장애 등이 흔히 관찰됐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순민·임주희 교수팀은 2013~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등재된 총 548명의 선천성 매독 가능성 신생아들의 임상 양상과 치료 및 합병증세를 살핀 결과 이같이 밝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순민(왼쪽)·임주희 교수.

매독은 세균의 한 종류인 트레포네마 팔리덤의 감염으로 일어나는 성병이다. 대부분 성관계로 전파되지만 임신한 산모가 매독균을 보유하고 있다면 자궁 내에서 태아로 직접 전파되는 '선천성 매독'을 유발해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548명의 신생아는 산모가 임신 중 매독 관련 진료를 받았으며 출산 후 선천성 매독 감염 선별 검사인 비트레포네마 검사를 받은 집단이다. 연구결과, 매독은 예방 가능한 질병임에도 감염된 산모가 영유아를 출산한 확률은 5년 동안 평균 1만명당 2.8명을 기록했으며 감소 추세 없이 꾸준하게 이어졌다. 조산할 확률은 1만명당 0.5명으로 나타났다.

548명의 선천성 매독 가능 대상자의 정밀검사 결과를 통한 선천성 매독 가능성과 임상 양상, 신경계 매독 가능성, 산모 치료력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총 250명에 대한 치료가 시행됐다. 148명은 10일 넘게, 66명은 하루, 26명은 2~9일 동안 치료를 받았다. 치료 약으로는 73%에서 벤자민 페니실린이 쓰였다.

선천성 매독으로 치료를 받은 250명에게 가장 흔히 나타난 임상 양상은 황달(140명, 전체 56%)이었다. 뒤를 이어 청각장애(34명, 전체 14%), 신장 질환(21명, 8%), 지적장애(19명, 8%) 순이었다. 또한 태내 성장지연과 미숙아도 15명이 관찰돼 전체 6%를 기록했다.

심각한 합병증 유발하는 신경매독 신생아 14건
연구팀은 연구 대상인 5년 동안 총 14건의 신경매독 신생아가 발생한 점에도 주목했다. 신경매독은 매독균이 뇌, 수막, 척수와 같은 중추신경계에 침투한 것으로 심각한 질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구에서도 신경성 매독 환자 중 지적장애 1명, 6명은 청각장애 증세가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신경성 매독을 보이는 경우엔 지적장애, 눈의 침범, 청각장애, 신장 질환 등의 합병증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했다.

선천성 매독은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질병 발생 및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보다 발생 양상이 줄었으나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독 감염 임산부가 매년 약 100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연구를 주도한 이순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신생아들의 선천성 매독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 연구를 토대로 국가 차원에서 선천성 매독을 줄이기 위한 표준화된 지침을 수립하고 질병 치료제도 및 향후 관리 방안이 마련돼 저출산 시대에 산모와 신생아의 소중한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결과는 생명공학 및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바이오메드 센트럴 소아과학(BMC pediatrics)’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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