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기로 맞은 듯 강렬한 두통, 뇌혈관 부풀어 오른 신호일 수도

[김선영 기자] 입력 2021.04.12 09.36

#33.?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최석근 교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뇌혈관 질환은 ‘아는 게 힘’이라고 합니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적절히 대처하고 관리하면 생명을 지키는 건 물론, 크고 작은 합병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최근엔 혈관의 일부가 늘어나 풍선처럼 보이는 뇌동맥류가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행히 건강검진의 확산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조기 발견이 늘고 활용 가능한 치료법도 다양해졌죠. 이번 닥터스픽에선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최석근 교수의 도움말로 뇌동맥류를 비롯한 뇌혈관 질환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2년 전부터 한 번씩 뒤통수 부분이 맥박 뛰듯 아픈 증상이 있습니다. 혹시 뇌혈관 질환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위치나 양상 등을 구체적으로 호소하는 두통은 뇌 내부가 원인이라기보다 근육·근막·뼈·두피 혈관과 같은 뇌 바깥쪽 문제로 나타난 증상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40대이면서 남성이라면 혈관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땐 컴퓨터단층촬영(CT) 혈관 촬영술을 추천합니다. 박동성 두통이 뇌 안에서 유발된 것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데다 비용도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갑자기 왼쪽 팔과 손만 피가 안 통할 때처럼 아프고 찌릿찌릿합니다. 뇌혈관 질환일 가능성은 없나요?
증상 하나만 놓고 뇌혈관 질환 여부를 판단하긴 힘듭니다. 그럼에도 좌측 혹은 우측 등 한쪽에 증상이 있으면 가장 먼저 뇌졸중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뇌졸중이라면 보통 감각 장애보다 약간의 마비감이 먼저 오는 편입니다. 또 젊은 층이니 후천적으로 동맥경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작죠. 팔·손에만 증상이 나타난 것 역시 뇌졸중 양상은 아닙니다. 그다음으로는 선천성 혈관 질환(모야모야병)을 떠올릴 수 있는데요, 한쪽 팔다리에 일시적인 마비 증상이나 감각 장애가 올 순 있으나 확률이 상당히 낮습니다. 감각 장애 양상도 찌릿찌릿하기보다 균형감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흔히 호소하죠. 자세가 바르지 않다거나 척추에서부터 내려오는 신경 중 유연하지 못한 부분에 압박을 받았을 때도 그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참고바랍니다.
 

▶뇌동맥류 증상은 정확히 어떤 건가요?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까지 특별한 이상이나 증상이 없는 편이라 인지하기 힘듭니다. 다만 둔기로 맞은 듯 강렬하게 기억되는 극심한 두통은 혈관 문제를 의심할 수 있는 징후입니다. 혈관 벽은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가 발달해 혈관이 부풀어 오를 때 통증을 유발합니다. 혈관이 터지지 않았어도 부풀거나 확장할 때 이런 두통이 나타날 수 있으니 병원에 가볼 것을 권합니다.
 

▶남편이 파열되지 않은 대뇌동맥 박리(박리성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습니다. 1년 정도 약을 먹으면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치료는 개두술과 코일 색전술 중 어느 것이 좋을까요?
대뇌동맥 박리는 혈관 박리 질병의 일종입니다. 혈관의 내막이 찢어지면 그 틈으로 피가 고여 혈관이 부풀어 오릅니다. 혈류가 늦어지면서 그 주변에 혈전이 잘 생기는데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리 진단 후 1년 정도 약을 먹으면서 지켜봤을 때 모양이 변하지 않았다면 체내 힐링 프로세스가 작동해 단단한 혈관으로 변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이 맞다면 치료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과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도록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뇌동맥류 판정을 받은 지 좀 됐는데 아직 수술하지 않고 있습니다. 혈관 내 수술을 통해 좋아질 수 있을까요?
동맥류가 100개 있다면 위험도는 제각각입니다. 진단명은 하나이지만 환자의 나이·상태·생활 패턴이나 동맥류의 위치·형태 등에 따라 판단이 모두 달라집니다. 파열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수술하면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두 다릅니다. 질문자의 뇌동맥류 정도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치료 시행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추적검사에서 위험도가 확인된다면 기대여명이 긴 30대로서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뇌동맥류로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수술 후 안면 경련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매우 두렵습니다. 수술하면 안면 경련이 흔히 발생하나요?
경험상 뇌동맥류 수술 후 안면 경련이 온 사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안면 운동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에 시술이 이뤄질 경우 드물지만 이마 쪽에 약간의 마비가 오는 경우는 있습니다.
 

▶뇌동맥류 꽈리 크기가 2~3mm라는데 점점 커지나요?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게 맞는 거죠?
대개 2~3mm 크기의 뇌동맥류는 발견했다고 바로 치료하지 않습니다. 꽈리는 커질 수도, 그대로일 수도 있습니다. 크기가 커질 가능성을 대비해 주기적으로 CT 혈관 촬영술을 받아야 합니다. 평소엔 질환에 대해 강한 압박감을 갖기보다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면서 지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메가3를 먹으면 혈행 개선에 좋다고 하는데 뇌 혈류도 좋아질까요?
몇몇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메가3는 중성지방을 떨어뜨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하면 혈액의 점성이 떨어져 혈류 개선에 도움이 되죠. 혈전 가능성을 낮추고 동맥경화를 줄이며 뇌졸중 개선에 도움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뇌혈관 질환을 경험한 환자 중에는 필요한 경우 처방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반면에 건강한 사람은 오메가3가 풍부한 식품을 고루 먹으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뇌혈관 질환을 예방·관리하려면 평소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혈관 벽에 도움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지방을 태워 혈관 벽에 기름기가 끼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 대사량이 높아져 혈액의 흐름이 원활해집니다. 물이 일종의 혈관 청소 역할도 하죠. 가급적 식물성 식품을 즐기고 고지방 식사 후엔 많이 움직여야 합니다. 한국인은 짠 음식을 즐겨 먹는데 혈관 건강에 좋지 않으므로 식사 시 국물 남기는 습관을 들이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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