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미 기자] 입력 2021.04.02 14.18
#141 황반변성 치료제 AtoZ
황반변성은 당뇨망막질환·녹내장과 함께 한국인 3대 실명 원인입니다. 눈 가장 안쪽에 위치한 망막, 특히 시세포가 밀집해 있어 시력의 90%를 담당하는 황반에 신생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침범하는 질환입니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점차 시력이 떨어지고, 사물이 휘거나 찌그러져 보입니다. 황반변성은 나이가 들수록 망막 기능 저하로 발병 위험이 커집니다. 늙으면 잘 안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치료에 소홀하다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다행히 안구에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약을 직접 주사하면 황반변성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시력을 지키는 황반변성 치료제에 대해 알아봅니다.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변성이 나타나는 가장 큰 요인은 노화입니다. 나이를 한살 두살 먹을수록 시력은 조금씩 나빠집니다. 대개 흐릿하게 보여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노안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게다가 시력은 스스로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한 쪽 눈이 잘 안 보여도 반대 쪽 눈이 어느 정도 보완해 줍니다. 노안과 달리 황반변성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시력이 계단식으로 뚝뚝 떨어지면서 실명으로 진행합니다.
약마다 유효성은 비슷…꾸준한 투약이 중요
그렇다면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로 투약 간격입니다. 습성 황반변성 주사 치료에 쓰이는 약은 어떤 제품이든 임상적 시력개선 효과는 입증했습니다. 정해진 투약 간격을 등 치료법을 잘 지켰을 때 평균적으로 ETDRS 시력표 기준 8~10글자 정도의 시력이 향상됩니다.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많을수록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그런데 황반변성 치료제마다 투약 주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첫 3달 동안은 어떤 약이든 매달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차이는 그 이후부터 입니다. 최초의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는 4주에 한 번씩 주사합니다. 국내에는 2013년 출시된 아일리아는 2~4주씩 투여 간격을 조금씩 늘리다가 안정화 되면 8~16주 마다 투약이 가능합니다. 올해 4월부터 급여가 승인된 비오뷰는 8주 또는 12주 마다 한 번씩 주사합니다. 한 번 투약으로 장기 지속 효과를 입증한 비오뷰는 루센티스를 개발한 노바티스가 야심차게 준비한 차세대 황반변성 치료제입니다. 다만 모두가 비오뷰의 12주 투약 간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오뷰 임상에서 1년 동안 12주 투약 간격을 유지한 비율은 56%, 2년차는 45%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치료제는 모두 시력 및 해부학적 기준으로 평가한 질병활성도에 따라 투약간격을 개별화해 적용할 수 있습니다. 모니터링을 통해 질병 활성도가 높다면 투약간격이 이보다 짧아지고, 질병 활성도가 낮다면 더 늦게 주사하는 식입니다.
주사 치료 후 빛에 민감해지면 안구 내 염증 신호
두 번째로 안구 내 염증 등 안전성입니다. 황반변성 치료제는 가느다란 주사바늘을 안구에 찔러 넣어 직접 약을 투약합니다. 단순히 찌르는 행위이지만 이 과정에서 각막·혈관 등을 관통해 안구 내 염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황반변성 치료제를 주사할 때는 항상 무균 상태를 유지하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 안대를 착용해 세균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참고로 안구 내 염증이 발생하는 비율은 비오뷰가 4%로 아일리아(1%) 보다 4배 가량 높습니다. 망막혈관염·망막혈관 폐쇄 등 치명적인 부작용은 비오뷰 치료군은 주사 1만 건당 15.31건, 아일리아 치료군은 주사 1만 건당 0.03건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만약 주사 후 심한 시력 저하나 빛에 민감해지거나 눈이 붉어지는 등 충혈·통증을 겪으면 안구 내 염증이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제 때 조치하지 않으면 안구 내 염증으로 망막혈관염·망막혈관폐쇄 등으로 치명적인 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시 병원을 찾아 망막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미국 망막학회(ASRS)에서도 비오뷰 처방 시 이를 유념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주사 후 30분 이내 안구 통증, 두통은 안압상승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안심해도 됩니다.
셋째로 망막 삼출물 개선 효과입니다. 망막 삼출물은 망막의 신생혈관 출혈로 새어나온 혈액성분이 주변 조직 주위에 쌓인 것입니다. 망막 삼출물이 많을수록 황반변성으로 망막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됩니다. 이런 이유로 습상 황반변성의 질병 활성도를 측정하는데 얼마나 망막 삼출물이 생겼는지를 살핍니다 대개 황반변성이 진행하면서 망막에 신생혈관이 더 많이 자라고, 출혈이 늘면서 그만큼 망막 삼출물 축적량도 증가합니다. 황반변성 치료 후 망막 삼출물이 있는 환자군의 비율(HARRIER 임상)은 비오뷰 치료군은 48주차 26%, 96주차 24%, 아일리아 치료군은 48주차 44%, 96주차 39%입니다. 비오뷰로 치료하면 아일리아로 치료했을 때보다 망막 삼출물 개선 효과가 우수했다는 의미입니다.
도움말 :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문상웅 교수, 삼성서울병원 함돈일 교수, 한국노바티스, 바이엘 코리아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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