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수술 500례 달성 비결요? 수술 영상 리뷰 덕분이죠"

[정심교 기자] 입력 2021.03.19 13.29

[인터뷰] 인하대병원 외과 이진욱 교수

인하대병원 외과 이진욱 교수.
 

인하대병원 외과 이진욱 교수가 인천 최초로 개인 로봇 수술 500례를 달성했다. 지난 16일 기준, 그가 시행한 로봇 수술 건수는 로봇을 이용한 갑상샘 절제술이 493건, 부신 절제술이 7건이다. 이 교수는 '로봇 수술 500례 달성'이라는 실적 이전에, 갑상샘 종양 제거를 위한 구강 경유 내시경 수술 분야에서 국내외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홍콩·필리핀·인도·오만·조지아 등 해외 각국의 의사들이 기존 내시경 수술과 로봇 수술 관련 이 교수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온다. 그가 개인 로봇 수술 500례를 돌파하기까지의 이야기와 그의 진료 철학을 들었다.  
질의 :

 
 질의 : 로봇 수술을 시작한 계기는.  
응답 : “2009년 외과 레지던트 1년 차 때, 서울대병원 갑상선 내분비외과에서 로봇을 이용한 갑상샘 수술(로봇 BABA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것을 인상 깊게 봤다. 최첨단 로봇 수술이 외과 의사의 미래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레지던트 2년 차 때부터 갑상선 내분비 분과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지원했다.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고 2015년부터 서울대병원 갑상선 내분비외과 임상강사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로봇 BABA 수술 방법을 배웠다. (로봇 BABA 수술은 목에 직접 상처를 내지 않고 양측 겨드랑이와 유륜 부위를 8㎜가량 절개한 뒤 갑상샘을 절제하는 수술법이다. 목에 상처를 남기지 않으며, 안전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 BABA 수술을 환자에게 처음 시행한 시기는 2016년 10월이고, 2018년 8월까지 총 44례를 시행했다. 2018년 9월 인하대병원에 온 후 로봇센터 개설에 참여해 2018년 12월 24일 인하대병원 최초의 로봇 수술을 시작했다. 2021년 3월까지 인하대병원에서 456건의 로봇 수술을 시행해, 개인 로봇 수술 누적 500례를 돌파하게 됐다.”

 질의 : 로봇 수술은 어디까지 왔나.
응답 : “로봇 수술은 선택이 아닌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로봇 BABA 수술은 다빈치 Xi 수술 기구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갑상샘 수술법이다. 이전에는 아주 작은 크기의 조기 갑상샘암에서만 로봇 수술을 시행했지만, 현재는 4㎝ 이상 크기 또는 주변 조직을 침범한 진행성 갑상샘암, 경동맥 옆으로 심하게 전이된 환자에게 시행하는 측경부 림프샘 절제술, 10㎝ 이상의 거대 양성 결절, 출혈이 심한 그레이브스병에 이르기까지 기존 절개 수술로 시행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의 수술을 로봇으로 흉터 없이 시행하는 시대다.”


 

이 교수는 로봇 BABA 수술이 다빈치 Xi 수술 기구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갑상샘 수술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인하대병원]

 질의 :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해외 러브콜은 어떤가.  
응답 : “기존에 경제적인 여건으로 로봇 수술기를 도입하지 못했던 개발도상국도 최근에는 로봇 수술 장비를 갖추는 병원이 늘고 있다. 내가 기존에 구강 내시경 수술로 활발히 교류하던 동유럽의 조지아, 인도, 필리핀 Cardinal Santos Center, 오만 왕립병원 등에서 로봇 수술기를 구매했거나 구매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래서 로봇 수술 시작 단계에서 많은 교육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계속 요청해온다.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이 사그라들고, 백신 접종이 활성화하면 로봇 수술 관련 교류를 빠르게 재개할 것으로 기대한다.”

 질의 : 정교하고 신속한 로봇 수술을 위해 노력한 점은.
응답 : “서울대병원 재직 당시 로봇 수술 관련해 성심껏 지도해주신 스승님들의 조언을 마음속에 새기며 수술에 임한다. 임상강사 시절 스승님들의 로봇 수술 동영상을 아이패드나 노트북에 저장해 두고 출퇴근 시에 틈틈이 보며 공부했다. 본격적으로 수술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내가 시행한 수술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어떤 부분이 강하고 약한지 정리했다. 이 과정을 통해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없앨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500례가 넘은 지금도 어떻게 하면 수술을 더 안전하고 완벽하게 할지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계속 공부해야 한다.”

 질의 : 수술이 많은 외과 의사로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은.  
응답 : “외과 의사는 몸에 생긴 병을 제거하기 위해 인류가 유일하게 다른 사람의 몸에 칼을 대도록 허락한 숭고한 직업이다. 그러기 위해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과 제자에게 "먼저 인간이 돼라"고 상기시킨다. 그것이 바로 환자에게 어떠한 최첨단 수술 방법보다 더 우선시돼야 한다. ”

 

 질의 : 앞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로봇 수술을 진행할 텐데 각오는.  
응답 : “개인적으로 로봇 수술을 500건이나 시행했고, 앞으로 더 많은 로봇 수술을 시행하겠지만, 수술을 받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한 건뿐인 수술이다. 특히 갑상샘암 환자는 30~50대의 젊은 환자가 많아, 수술 자체가 인생에서 처음인 경우가 많다. 수술받는 환자에게 최선의 방법으로 수술을 시행해 드리도록 실력을 더 쌓고 노력하겠다. 안전하고 완벽한 수술을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고민하고 있으니, 각 환자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 건강한 삶을 사시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