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할 때 페렴구균 백신 더 챙겨야 합니다”

[권선미 기자] 입력 2021.02.19 15.11

[인터뷰]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감염병의 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한 해가 지나도록 진정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철저한 개인 위생관리로 코로나19 감염만 막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다. 코로나19, 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병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2차 세균감염이다. 면역체계가 완벽하지 않은 영유아나 신체 노화로 면역기능이 떨어진 고령층, 고혈압·당뇨병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는 폐렴·패혈증·중이염·수막염 등을 일으키는 폐렴구균 같은 세균 침입에도 취약하다. 대한감염학회 등에서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권고하는 이유다. 소아 호흡기 감염 분야 권위자인 대한백신학회 마상혁(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주임과장) 부회장에게 폐렴구균 예방백신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g.co.kr

Q1. 코로나19가 유행하는데 별 상관 없어보이는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강조하는 이유는.

“폐렴구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와 함께 호흡기 감염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 중 하나다. 요즘처럼 호흡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꼭 접종해야 하는 백신이기도 하다. 폐렴구균은 코·목 등에 상주하는 상재균이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폐·귀·뇌 등으로 침투해 침습성 폐렴구균을 일으킨다. 자칫 코로나19에 감염되면 2차 세균감염으로 폐렴구균 질환이 생기기 쉽다. 국내외 전문학회에서 페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유다. 

폐렴구균이 일으키는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그 자체로 위험하긴 하다. ‘기침 좀 하다 말겠지’라며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영유아는 급성 수막염으로 24시간 내 사망하거나 세균성 수막염으로 정신지체 언어습득 지연 등 신경계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65세 이상 고령층도 폐렴구균 폐렴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23%에 달한다. 영유아·고령층·만성질환자 등 폐렴구균 고위험군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Q2. 코로나19로 병의원 방문을 꺼려 오히려 백신 접종률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던데.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방역에 대한 우려로 의료기관에서도 사전예약시스템을 도입하고, 예방 접종을 하는 시간대와 외래 진료 시간을 구분하는 등 다양한 안전수칙을 마련했지만 전년대비 예방접종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 질병관리청에서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집계한 국가 예방접종 증감 현황을 살펴보면 65세 이상 성인의 폐렴구균 백신 예방접종은 44.3%다. 2019년 대비 무려 20%나 줄었다. 영유아도 모두 4차례 접종하는 폐렴구균 백신의 완전 접종률이 떨어졌다. 생후 2개월에 접종하는 1차 때는 접종률이 99.3%였지만, 돌 이후 접종하는 4차 접종은 91.1%로 낮아졌다.”

Q3.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의 완전 접종이 중요한 이유는.
“폐렴구균 백신 기초접종만으로 생성된 항체는 시간이 지나면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 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접종 가능한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 2종류(프리베나13·신플로릭스)는 모두 생후 2·4·6개월에 한 번씩 3차례 기초접종을 완료한 다음 생후 12~15개월 때 1차례 추가 접종을 한다. 총 4번 접종해야 완전 접종이다. 하지만 4차 추가 접종은 기초접종과 달리 공백기간이 길어 놓치는 경우가 많다. 기억해야 할 점은 추가 접종까지 모두 완료해야 중증 폐렴구균 감염 예방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언제 어떤 백신으로 접종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nip.cdc.go.kr)나 아기수첩 등에서 확인한다. 참고로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은 처음 선택한 제품으로 4번을 맞아야 한다. 두 백신간 교차 접종은 예방효과나 안전성 등이 입증되지 않아 권고하지 않는다.”

Q4.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고령층 폐렴구균 감염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던데. 
“일종의 간접 예방효과다. 폐렴구균은 호흡기 비말을 통해 퍼진다. 영유아 폐렴구균 감염이 감소하면서 이들을 통한 고령층의 추가 감염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미국에서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이 높아졌더니 65세 이상 고령층의 폐렴구균 감염이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의 예방효과는 영유아에게 직접적이다. 중증 폐렴구균 감염을 확실하게 줄여준다. 실제 소아청소년의 중증 폐렴구균 감염은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이 국내 첫 도입된 2010년과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으로 무료 접종이 가능해진 2014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유지하려면 높은 폐렴구균 백신접종률이 유지돼야 한다.”

Q5. 영유아를 돌보는 조부모도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던데.
“그렇다. 폐렴은 한국인 사망원인 3위다. 특히 성인은 일상적인 활동을 하다가 폐렴구균에 감염되는 지역사회 폐렴이 최대 69%에 이른다. 게다가 연령에 비례해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으로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의 25~30%, 75세 이상은 40%가 사망에 이른다. 

폐렴구균은 호흡기 비말을 통해 퍼진다. 따라서 가정 내 밀집도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가족 중 미취학 아동과 접촉이 있는 고령층이 있으면 폐렴구균 보균율이 4.7배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은 호흡기 질환 발병 후 폐렴구균 폐렴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실제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폐렴구균 폐렴으로 진단된 환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폐렴구균에 걸렸는지를 살펴본 결과 3중 1명(35.6%)는 호흡기 질환 발병 후 폐렴구균 폐렴으로 진행했다. 폐렴구균 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치명적이다. 폐렴구균 백신은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모두 접종이 필요하다.”

Q6. 고령층도 영유아와 같은 백신으로 접종하나.
“아니다. 고령층 폐렴구균 백신 접종은 영유아와 다소 다르다. 고령층에 접종 가능한 폐렴구균 백신은 23가 다당질 백신(뉴모23·프로디악스23)과 13가 단백결합 백신(프리베나13) 두 종류가 있다. 이중 국가에서 무료로 접종하는 것은 23가 다당질 백신뿐이다. 두 종류의 백신 모두 폐렴구균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면역 기억반응을 유도하는 단백결합 방식으로 만들어진 백신이 다당질 백신보다 항체가 잘 형성된다.

다당질 백신은 예방효과는 다소 떨어지지만 다수의 혈청형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비용적인 문제가 있지만 폐렴구균 고위험군이라면 이 두 종류의 백신을 모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고령층 폐렴구균 백신은 백신 종류별 접종 순서와 간격이 중요하다. 폐렴구균 백신을 한 번도 접종한 적이 없다면 먼저 13가 단백결합 백신을 접종하고, 1년이 지난 다음 23가 다다질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예방효과가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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