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세부 전문성으로 관절·척추 4차 의료기관으로 도약할 것”

[권선미 기자] 입력 2021.02.18 09.45

[전문병원 PICK] 서울부민병원 정훈재 병원장

하나를 잘 하기는 쉽지만 모든 것을 잘 하기는 어렵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도 그렇다. 요즘엔 각 분야 전문성을 쌓은 전문병원에서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 전문병원은 어느 대학병원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세부 전문성을 쌓고, 응급 상황에 빠른 대처가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면서 치료하는 곳이다. 스스로 잘 알고, 잘 치료할 수 있는 분야에 더 집중한다. 그 분야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성을 무기로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제공한다.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4주기(2021~2023) 관절 전문병원으로 이름을 올린 서울부민병원 정훈재(사진) 병원장에게 환자 안전관리 강화의 중요성과 전문병원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울부민병원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몸의 골격 이상을 살피고 치료하는 정형외과, 그 중에서도 척추·관절 분야 전문성이 높다. 뼈라고 다 같은 뼈가 아니다. 어깨·무릎·손·발·고관절(엉덩이)·척추 등 각 뼈의 형태마다 특징과 세부 치료법이 다 다르다. 연령에 따라 고려해야 할 점도 차이를 보인다. 사소한 디테일의 차이가 명품을 만들 듯, 매우 구체적인 전문성이 전문병원을 이룬다.

서울부민병원은 이같은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정형외과 의료진만 무려 18명이 포진해 있다. 이는 단순히 인원이 많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각 분야별 높은 세부 전문성으로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치료가 가능하다. 정 병원장은 “뼈를 보는 관절 분야에서는 대한민국 어느 의료기관보다 안전하면서 잘 치료하고 싶다”며 “척추·관절 분야 4차 의료기관이 목표”라고 말했다. 

Q. 지난해 증축을 통해 인프라를 확장했는데, 어떤 분야에 신경을 썼나.
“응급상황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 병원 내 인프라 구축이다. 관절·척추 전문성 강화에 필요한 소소한 부분도 반영했다. 대표적인 것이 병원 내 감염관리다. 시스템적으로 감염관리 체계화에 신경을 썼다. 병원은 침습적인 처치를 동반하는 데다 여러 명이 공동으로 생활해 감염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특히 척추·관절병원에서 진행하는 인공관절 수술은 감염에 매우 민감하다. 감염 관리 자체가 치료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서울부민병원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한층 수준 높은 감염관리 구축에 신경썼다. 예컨대 서울부민병원에서는 입원환자와 외래환자의 동선을 철저히 구분한다. 물리치료도 입원·외래 별도로 나눠져 있다. 엘리베이터도 각 층별로 출입권한을 제한한다. 감염에 취약한 만큼 가능한 접촉하는 사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안면인식 시스템도 적용했다. 모든 감염의 시작은 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병동으로 들어갈 때 손을 쓰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는 물론 결핵, 항생제 내성 등 각종 감염 위험을 높이는 요소를 빠르게 선별하고, 이를 위한 음압병동관리실도 운영하고 있다.”

Q. 서울부민병원은 전문병원이면서 종합병원인데.
“그렇다. 관절·척추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고령층이다. 이미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관절에 문제가 있어 병원에 찾는 사람은 평균 1.7개의 기저 질환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내과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릎이 아프다고 무릎만 봐서는 안된다. 일종의 다학제 치료다. 내가 치료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다.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해서는 전신 건강 상태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한 인프라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필요한 중환자실을 갖추고 내과, 마취과, 신경과, 소아과 등을 하나하나씩 늘리다보니 종합병원 급으로 규모가 커졌다.

서울부민병원의 중심은 관절·척추다. 오는 4월에 개원하는 심혈관센터도 수술 후 합병증 관리 강화를 위한 것이다. 사실 고령층은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심혈관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크다. 철저히 대비해도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좁아져 있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면 가능한 빨리 뚫어야 한다. 위급한 환자를 이송하는데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소요된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후유증 예방에 긍정적일 것으로 봤다.”

정 병원장은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환자 안전이다. 아무리 잘 치료해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의료는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관절·척추를 중심으로 긴밀한 협진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한 인프라를 채워넣은 이유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약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서울부민병원은 어떤 중증 환자가 오더라도 잘 치료해 일상복귀를 돕는 것이 목표다. 의료기술 변화 트랜드에도 민감하다. 전세계적으로 정형외과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미국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와 5년 이상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수준 높은 전문성을 유지하는 데도 열심이다. 이를 통해 2025년엔 아시아 최고 관절·척추 병원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Q. 임상시험센터도 운영한다고 하던데.
“맞다. 더 좋은 의료를 더 빨리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시스템의 일환이다. 이제 막 시작한 분야라 대학병원에서 수행하는 임상시험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지금은 생동성 시험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향후 정형외과 분야 글로벌 신약·의료기기의 효과를 확인하는 기초·중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

Q.척추 변형도 치료한다고 들었다.
“국내에서 척추변형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휘어있는 척추를 똑바로 펴야 해 수술 위험도가 매우 높다. 그렇다고 환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대학병원에서도 진료를 꺼린다. 하지만 관절·척추 4차 의료기관을 지향한다면 이 분야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1월 세계적 척추 변형의 대가인 김용정 선생님을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모셔왔다. 또 김용정 선생님을 중심으로 척추변형팀을 꾸리고, 척추변형수술에 필수적인 신경과 협진도 구축했다. 서울부민병원 척추변형센터는 국내 어느 대학병원과 비교해서도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부민병원은 척추내시경, 마코로봇 등 최신의 최소 침습적 치료에도 강하다. 이를 통해 관절·척추 치료의 정확도·안전성을 높인다. 진단에도 신경쓴다. 뼈나 관절 등 근골격계는 자세에 따라 미묘하게 상태가 달라진다. 정 병원장은 “누워서 찍지 않고 서서 찍는 스탠딩 CT와 전신을 3D로 스캔하는 EOS 장비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진단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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