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노인 만드는 척추관협착증, 시니어 여성 위협

[자생한방병원 박경선 원장 ] 입력 2021.02.18 09.33

[한방으로 본 여성학개론]

여성은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초경과 임신, 출산, 갱년기 등 생애 주기에 발생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여성의 건강을 위협한다. 특히 나이 50세를 넘기면 폐경으로 신체 노화가 가속화된다. 이때를 기점으로 간헐적으로 허리 통증이 생기거나 허리가 굽는 등 척추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척추질환은 관련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 악화되는 만큼 통증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초기부터 정확한 진단·치료·관리가 중요하다. 

척추관협착증은 시니어 여성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척추질환이다. 우리 몸을 지탱하는 척추의 퇴행으로 중추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허리 통증과 팔다리 저림 증상을 호소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단·치료 받은 50대 이상 여성은 105만 9019명이다. 이는 여성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97%에 이른다. 같은 연령대 남성(59만 1652명)보다 79%나 많은 수치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중앙에 위치한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복합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척추관이 좁아지는 원인은 척추의 퇴행으로 인해 후종인대와 후관절 같은 척추관의 구조물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은 폐경으로 뼈를 만들어 골밀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감하면서 척추 건강을 위협한다. 시니어 여성에게 척추관협착증 발병이 많은 이유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디스크와 비슷하지만,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리고 앉으면 통증이 완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통증을 피하기 위해 평소에도 허리를 굽히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로 지내다 척추가 굽으면서 꼬부랑 노인이 된다. 이동이 불편할 때도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이 진행하면 가만히 있을 땐 괜찮다가 일어서거나 걸으면 허리 통증은 물론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듯한 통증을 호소한다. 척추관협착증이 심해지면서 통증없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짧아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몇 걸음만 걸어도 통증으로 잠시 쉬었다 걸어야 한다. 
 

자생한방병원 박경선 원장 (한방부인과 전문의)

한의학에서는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의통합치료로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한다. 먼저 추나 요법을 통해 틀어진 척추의 위치를 바로잡아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 신경이 받는 압박을 해소한다. 이후 침 치료로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어 기혈 순환을 원활히 하고, 순수 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 치료로 염증을 개선하고 신경 재생을 돕는다. 더불어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해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고 재발을 방지한다.
한의통합치료가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허리·다리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연구팀은 척추관협착증으로 약 3주간 입원해 집중적으로 한의통합치료를 받은 환자 378명을 대상으로 장기 추적관찰을 실시했다. 그 결과 입원 당시 평균 허리 통증 NRS(Numeric Rating Scale) 수치는 5.73점이었으나, 퇴원 시점에서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3.66점으로 떨어졌다. 다리 통증 NRS수치도 입원 당시에는 4.78점에서 퇴원할 때는 3.33점으로 완화됐다. 허리·다리 NRS 수치는 주관적으로 느끼는 통증 강도를 0~10 사이의 숫자로 표현한 척도다. 숫자가 높을수록 통증이 심하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의통합치료의 장기 지속 효과다. 퇴원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허리·다리 통증 NRS 수치를 조사했더니 허리 통증 NRS 수치는 3.53점, 다리 통증 NRS 수치는 2.51점까지 떨어져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의 만족도도 높았다. 약 90% 환자가 한의통합치료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시니어 여성 환자는 치료에 따른 부작용과 수술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아파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신체 부담이 적은 한의통합치료가 시니어 여성 환자에게 허리·다리 통증을 줄이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척추관협착증은 완치가 쉽지 않고 재발 우려도 높아 미리 예방과 관리에 나서야 한다. 먼저 허리를 꼿꼿이 세운 바른 자세를 유지해 척추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또한 유산소 운동과 가벼운 근력 운동을 병행해 꾸준히 뼈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과체중이나 비만일 경우 척추가 받는 부하가 늘어나므로 체중조절에 나서는 것도 효과적이다. 허리를 굽혔을 때 통증이 줄어드는 척추관협착증은 시니어 여성들을 ‘꼬부랑 할머니’로 만드는 불청객이다.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척추 건강에 관심을 가져 꼿꼿한 허리를 지키도록 하자. 

자생한방병원 박경선 원장 (한방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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