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굴리는 심부전 증상, 맞춤 치료로 재입원 줄여야

[윤종찬] 입력 2021.01.26 14.53

[전문의 칼럼] 윤종찬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A씨(남·54)는 평소 간헐적으로 흉통이 있었지만 회사 업무가 바빠 병원 진료를 미뤄왔다. 그러다가 흉통과 함께 호흡 곤란, 몸이 붓는 증상이 심해져 응급실을 찾았다가 심근경색증과 심부전을 진단받았다. A씨는 입원 기간 중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성공적으로 받았지만 업무 때문에 추가 검사나 약물 조절을 충분히 받지 않고 서둘러 퇴원했다. 퇴원 후엔 '처방 약이 잘 맞지 않는다'고 여겨 거르다가 1개월 후 다시 입원했다. 불과 2개월 이내 응급실행, 입원, 수술, 퇴원과 재입원을 반복하고 나서야 경각심을 갖게 됐다.

그는 ‘심부전’이라는 병에 대해 설명을 듣고 본인에게 맞는 약물을 찾아 최적화 치료를 진행했다. 심장 재활 치료도 받고 식사, 운동, 생활 습관 조절에 대해서도 교육을 받았다. 현재는 퇴원 후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재입원 없이 잘 지내고 있다. A씨처럼 심부전 환자는 퇴원 후 재입원하는 경우가 흔하다.
 

호흡 곤란, 다리 부종, 피로감이 주증상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윤종찬 교수. 

'심부전(心不全, Heart Failure)'이란 심장 기능이 떨어져 몸 전체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로 호흡 곤란, 다리 부종, 피로감 등이 주요 증상이다. 심부전은 단일 질병이라기보다는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심근병증, 심장판막 질환 등 다양한 심장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종의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심부전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2600만 명이 넘고,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심부전을 진단받은 환자는 2002년 전체 인구의 0.8%에서 2013년 1.5%로 11년 만에 약 2배 증가했고 현재는 7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심부전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진행하는 질환이다. 특히 심장 펌프 기능을 나타내는 지표인 '좌심실 박출률'이 감소한 심부전은 진단받은 지 1년 이내 4명 중 1명이, 5년 이내에 2명 중 1명이 사망하는 중증 질환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우리나라 주요 10개 대학병원에서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 그룹을 전향적으로 분석한 다기관 연구를 보면 입원 기간 내 퇴원하지 못하고 사망한 비율이 6%이었고 6개월 사망률은 10%, 2년 사망률은 20%로 나타났다. 심부전의 위중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또 심부전은 위암·대장암·난소암·전립샘암 등 대부분의 암보다도 예후가 더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급성 심부전은 대부분 응급실을 통해 입원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인 경우가 흔하다. 재입원과 사망률이 높고 경제적 부담 역시 크다. 다행인 것은 제한된 몇 가지의 약제 외 특별한 치료법이 없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심부전 예후를 현저히 호전시킬 수 있는 여러 약제와 시술·수술법 등이 개발됐다는 점이다. 적절히 치료를 받으면 안정된 상태에서 퇴원해 일상에 큰 지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심부전의 치료 목표는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더 오래 살게 하는 데 있다. 크게 약물치료와 시술·수술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심부전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제는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 앤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발사르탄/사쿠비트릴, 베타차단제, 이바브라딘, 이뇨제 등이 있다. 급성 심부전 입원 기간에 환자에게 맞는 약제의 종류·용량을 최적화하면 재입원을 줄이고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급성 심부전 약제 급여 제한 보완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급성 심부전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약제를 급여로 사용하는 데 아직도 일부 제한이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심부전 환자에게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유효성·안전성이 검증된 약제를 기존의 다른 약제를 4주 이상 사용하고 나서 변경할 때만 급여로 인정해 주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라도 환자 본인 부담으로 처방하거나 다른 약제를 4주간 투여한 후 변경해야 하는 제한이 있다. 이러한 부분은 향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한 시간에 100명씩 심부전을 진단받고,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건수는 1년에 100만 건이 넘는다. 특히 심부전은 암·뇌졸중·치매·심근경색·부정맥·폐렴·골절 등 모든 질환을 통틀어 65세 이상의 입원 원인 1위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심부전 환자의 재입원을 줄이기 위해 퇴원 전 충분한 약물 조절과 교육을 받도록 권고하고,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표준진료지침(가이드라인)에 등재된 약제는 신속히 의료 보험을 통해 지원해 준다.

심부전은 짧은 시간에 완치되는 병이 아닌, 오랜 기간에 걸쳐 잘 관리해야 하는 심장 질환이다. 따라서 심부전 전문가와 함께 치료 계획을 잘 세우고 자신에게 맞는 약제 종류와 용량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 스스로가 질병에 대한 이해를 갖고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면서 적절한 식사·운동 등 생활 습관을 조절하면 입원 치료 없이 일상을 잘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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