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치료, 만 3세 전에 시작해야 효과 커”

[권선미 기자] 입력 2021.01.13 15.05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김성구 교수 연구팀, 국내 장애아동 의료비 지원사업 연구결과 발표

발달장애 치료는 만 3세 전에 시작해야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통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 연구팀은 장애아동 의료비 지원 사업연구를 통해 발달장애 진단과 치료가 지금보다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발달지연으로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연령이 만 3~4세다. 

영유아기는 경험에 따라 두뇌가 변화할 수 있는 신경가소성을 특징으로 빠른 변화가 이뤄지는 발달단계다. 인간의 뇌는 생후 첫 2년동안 급격하게 발달하고, 만 3세 때 신경세포를 서로 이어주는 시냅스 연결망의 밀도와 형성이 최고치를 보인다. 뇌 신경의 성숙과정을 고려하면 발달에 결정적인 시기인 만 1~2세에 발달장애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김성구 교수는 “언어 발달 지연의 경우 늦게 말하는 아이를 염두해 치료를 만 3세 정도에 시작하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늦은 시기”라며 “만 3세가 되면 뇌 신경 발달의 결정적 시기가 지나 언어뿐만 아니라 언어지연으로 인하 사회성 발달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만 1세 이전이라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발달장애는 미숙아를 포함한 고위험 신생아에게서 빈번히 나타나는 주요 합병증 중 하나다. 연구팀은 2013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고려대학교병원·한양대학교병원 등 3개 대학병원에서 발달장애로 진단받은 627명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주요 발달장애 유형으로는  ▲언어발달장애 274(43.7%)명 ▲최소 두 가지 영역에서 발달지연이 관찰되는 전반적 발달장애가 224명(35.7%) ▲언어 발달이 늦으면서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문제가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가 19명(3%) ▲운동영역에서 심각한 발달지연이 관찰되는 운동발달장애가 69명(11%) ▲5세 이후 연령에서 IQ 70 미만인 지적장애가 41명(6.5%) 등이다. 

특히 전체 발달장애아동 627명 중 62.5%(392명)는 만 0~2세에 진단받았다. 국내에서는 장애판정이 불가능한 만 0~1세 아동도 32%(202명)이나 차지했다. 만 1세 이하 영유아의 발달장애 유형은 전반적 발달장애 40% 이상이었고, 운동발달장애 98%였다.전체 환자 중 92명은 장애 진단 6개월 후 추적발달검사를 받았는데, 95%가 장애진단 지속으로 진단됐다. 처음 진단받은 발달검사결과가 매우 신뢰도 높은 장애예측인자라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서도 전체 환자의 25%인 157명의 미숙아에게 운동발달지연, 전반적 발달장애 등 운동발달과 관련된 이상이 조기에 진단됐다. 

김성구 교수는 “발달지연은 전체 소아의 5~10%에서 보이는 흔한 문제지만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발달지연이 가속화돼 장애아동으로 발전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발달지연으로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연령은 만 3~4세이지만 이번 연구결과 발달장애아동의 상당수가 만 0~1세에 첫 진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영유아 발달검사인 베일리 검사로 발달장애가 확인되거나 신경학적 검사와 임상적 소견으로 장애가 확실히 예견된다면 장애 등록여부와 관계없이 가능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지자체 재량인 장애아동 의료비 지원…지속·상시적 지원 필요

발달장애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 지원도 필수다. 발달장애 치료에는 부모의 노력과 비용이 든다. 이번 연구에서도 연령과 관계없이 발다장애 진단과 동시에 치료와 의료비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국내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만 2세이상부터, 척수·뇌병변 장애인은 만 1세이상부터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다. 의료비는 장애인으로 등록돼야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보다 더 어릴 때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발달장애는 의료비 지원을 받기 어렵다. 

게다가 지원하는 장애아동 대상 의료비도 제한적이다. 연구팀이 국내 장애아동 의료비 지원제도를 분석한 결과 의료비 지원은 지자체 재량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발달장애 아동에게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지원을 기다리다가 치료의 결정적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면 해외에서는 발달장애 아동의 조기 지원을 위한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단 한가지 영역에서라도 또래보다 발달지연을 보이면 관계 기관의 조기 개입 대상자로 지정된다. 특히 지역 센터에서 관련 문의전화를 한 순간부터 반드시 45일 이내 이들을 돕기 위한 서비스가 시행돼야 한다고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발달장애 아동은 7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나, 장애판정 시기의 제한으로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부모들의 장애판정을 미루고자 하는 경향으로 인해 발달장애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발달장애를 겪고 있거나 예견되는 아동들이 조기 진단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상시 장애아동 의료비 지원제도가 신설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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