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속 쓰리고 체한다면? 소화불량 아닌 심장 문제일 수도

[박정렬 기자] 입력 2020.12.24 09.37

놓치기 쉬운 심근경색 증상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속이 쓰리고 더부룩한 증상이 자주 나타났다. 음식을 잘못 먹은 것도 아닌데 체한 것처럼 불편함이 느껴졌다. 혹시 몰라 인근 병원을 찾아 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위와 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의사는 그런 박씨에게 "심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추가 검사를 권했다.

심근경색은 겨울철 주의해야 할 응급 질환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이완됐다 급격히 수축해 심장에 부담이 커진다. 강남베드로병원에 따르면 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여름보다 겨울에 50% 더 많다.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통증이지만 ‘속이 쓰리다, 체한 것 같다’고 호소하는 비(非)전형적인 증상도 많이 나타난다. 심장질환은 평소에 괜찮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건강을 위협한다. 심할 경우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강남베드로병원 심장내과 김경수(순환기내과 분과전문의) 원장은 “흔히 심장질환 하면 ‘심장을 퍽 하고 내리치는 통증’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면서 “심근경색 환자 20~30%는 전형적인 가슴통증 없이 ‘속이 쓰리다. 가슴이 뜨겁다. 체한 것 같다’는 소화불량을 호소한다. 실제 환자 중 급체로 오인해 열 손·발가락을 전부 바늘로 따 손가락이 퉁퉁 부은 채 내원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이는 감염도 일으킬 수 있어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경고했다.

심근경색의 증상. 사진 강남베드로병원

위(胃)와 심장은 횡경막을 두고 아래위로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심장의 관상동맥 중 하나가 위 쪽으로 내려가는데, 이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체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고령자의 경우 통증 감각이 무뎌질 수 있어, 심장에 통증이 있어도 위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김 원장은 “심장질환은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심장 이상신호가 나타나는 데도 소화불량으로 오인해 소화제 복용 등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면서 “특히 70대 이상 고령이라면 정기적으로 심장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심근경색 치료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텐트(금속그물망) 삽입술이다. 막힌 혈관 안에 철사를 통과시켜 풍선으로 혈관을 넓히고 스텐트라는 금속망을 넣는 시술이다. 수술은 최후의 수단이다. 과정이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심근경색으로 인한 합병증이 있어 시술이 힘든 경우 불가피하게 수술을 선택한다. 다리나 유방 쪽의 혈관을 잘라 막힌 심장혈관 쪽에 이어주는 관동맥우회술이 있다.

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심근경색의 4대 위험인자를 잘 관리하고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운동, 그리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김 원장은 "최근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건강기능식품을 많이 복용해 자신이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며 "정기 검진을 통한 꾸준한 관리와 진단 시 약물 복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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