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 약 부작용은 약 끊고 2일까지 지속됩니다

[권선미 기자] 입력 2020.11.20 15.35

#132 나랑 안 맞나? 먹는 약 바꿔야 할 때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 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유독 나랑 성격·취향·가치관 등이 안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라고 생활하는 환경이 다른 만큼 다르게 생각하고 반응합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 별 것 아닌 사소한 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힘들어 합니다. 결국 조금씩 멀어지면서 거리를 두게 됩니다. 용법·용량이 정해져 있는 약도 마찬가지 입니다.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진 진통제, 혈압을 낮춰주는 고혈압약 등 똑같은 약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효능·효과가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약에 대한 민감도가 다릅니다. 예상했던 것 보다 약효가 강하거나 덜 나타날 수도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먹고 있는 약을 바꿔야 할 시점에 대해 알아봅니다.
 

한국인은 조금만 아프거나 몸이 불편하면 약부터 찾습니다. 약을 먹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암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치료하거나,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하거나, 생리통·두통·코막힘 등 불편한 증상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약을 활용합니다.
 
약 선택은 철저히 개인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잘 듣는 약이 나에게도 맞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특히 약은 결과(약효)만큼이나 과정(약이 몸에 작용하는 방식)도 살펴야 합니다. 약이 체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자칫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서 입니다. 예컨대 집에서 롯데월드로 이동한다고 가정합니다. 두 발로 걸어갈 수도 있고 자가용·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목적지에는 도착할 수 있지만, 해당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이동 경로, 체감 피로도 등은 다릅니다. 증상이 비슷하다고 남에게 약을 빌리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이틀 정도 지나면 유효성분 몸 밖으로 배출
그렇다면 약 복용 후 나와 맞지 않아 약 교체를 고려해야 할 시점은 언제 일까요.
 
첫째로 약 부작용을 경험했을 때입니다. 약은 그 자체로 양날의 검입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치료효과와 부작용 위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약은 실제로 먹어보기 전까지 나와 궁합이 맞는지 아닌지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사람마다 겪는 약 부작용의 중증도가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약을 먹은 후 피부 발진이 오소소 돋고 숨을 쉬기 어려운 치명적이고 즉각적인 부작용은 알기 쉽습니다. 대처도 명확합니다. 추가적인 약 복용을 중단하고 의약사와 상담해 다른 성분의 약으로 교체하면 됩니다.
 
그런데 약을 먹은 다음에 속이 더부룩하다든가, 피부 가려움증이 생겼다든가, 입 안이 건조하다든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졸리다 등처럼 사소한 약 부작용은 놓치기 쉽습니다. 약과 연관지어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만일 약을 먹은 후 전에 없던 불편감이 생겼다면 약 부작용을 의심합니다. 약 먹기가 꺼려질 정도로 일상생활이 불편하면 확실하게 약 부작용이 원인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일단 의약사와 상담 후 먹는 약을 이틀 정도 중단하고 불편했던 증상 변화를 살펴봅니다. 대부분의 약은 약을 먹은 후 6~8시간 정도 지나면 체내 남아있는 약 성분이 절반 정도로 줄어듭니다. 대개 이틀 정도 지나면 약 성분의 90%는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봅니다. 약 복용 중단 후 관련 증상이 사라졌다면 먹는 약을 의심합니다. 소소한 약 부작용라도 불편감이 크다면 다른 성분으로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로 약효가 없을 때입니다. 시간이 지나 약효가 떨어지는 것과 약효가 없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약효가 떨어지는 것은 약을 먹은 후 증상이 개선됐다 약효 발현시간이 지나 재발한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약효가 없는 것은 약을 먹었는데도 증상 변화가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참고로 어떤 약이든 약효를 내려면 체내에서 일정 농도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투약 후 적어도 30분이 지나야 본격적 약효가 발휘됩니다. 진통제·위장약 등 불편할 때 복용하는 대부분의 약은 체내에서 최소 유효농도에 도달하기까지 아무리 오래 걸려도 120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따라서 약을 먹은 지 2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프고 불편하다면 이 약은 ‘나에게 잘 안 듣는 약’이라고 보면 됩니다. 다만 감염증에 사용하는 항생제나, 정신질환 약물 등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타이레놀은 10일, 오트리빈은 7일 이상 쓰면 안 돼
셋째로 약국에서 파는 소화제·해열진통제·코막힘 약 등 일반 의약품을 일주일 이상 사용해도 여전히 아프고 불편할 때 입니다. 대부분의 일반의약품은 아프고 불편한 신체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기전을 가진 약입니다. 건강 상 큰 문제가 없다면 우리 몸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벼운 소화불량·발열·통증·기침·콧물 등의 증상이 사라집니다. 이때 복용하는 약은 이 기간을 수월하게 보내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일종의 대증요법입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여전하다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병의원을 방문해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고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다른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야 합니다.
기존에 먹던 약을 먹어도 견딜 만하다고 버티면 오히려 병을 키울 뿐 입니다. 질병 진단을 위한 특징적인 증상을 숨기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막힌 코를 뚫어주는 오트리빈·화이투벤 나잘 등 비충혈완화 분무제는 7일, 타이레놀·게보린같은 진통제는 성인 10일, 소아 5일 이상 복용하지 말라고 약 설명서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대부분 허가사항에 기재된 기간 동안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예민한 사람은 이 보다 짧은 기간만 약을 사용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로 추가로 먹어야 할 약이 현재 먹고 있는 다른 약과 상극일 때입니다. 약끼리 약효가 발현되는 것을 서로 방해합니다. 어려운 말로 ‘병용금기 약물’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만 복용했을 땐 별 문제가 없는데 같이 쓰면 상호작용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거나 약효가 떨어져 치료 실패 우려가 높습니다. 병의원에서 처방받는 전문의약품이면 의료진이 1차적으로 걸러냅니다. 하지만 일반의약품이 섞여 있으면 병용금기 약물이라도 알지 못하고 복용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예컨대 속이 쓰릴 때 먹는 위장약이 대표적입니다. 제산제는 대부분의 약이 흡수되는 것을 차단합니다. 그래서 동시에 복용하는 것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구용 피임약도 항생제와 복용하면 피임 효과가 약해지거나 거의 없어질 수 있습니다. 시차를 두고 먹거나 상호작용이 없는 약으로 바꿔야 합니다.
 
도움말: 성균관대 약대 오성곤 겸임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