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주 4회 이상 '위험 음주자' 관리 시급

[박정렬 기자] 입력 2020.11.20 14.07

코로나19로 알코올 중독 위험 커져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되면서 코로나 3차 대유행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물밑에서 증가하는 알코올중독 관리에도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지난 6월 중독포럼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전후 음주, 온라인게임, 스마트폰, 도박, 음란물 등 중독성행동변화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후 전반적으로 음주 상태가 감소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음주횟수가 주 4회 이상인 사람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늘었다고 답한 비율(61.9%)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38.1%)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음주횟수가 많은 사람은 음주빈도가 더 증가하거나 여전히 잦은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음주량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음주빈도가 주 4회 이상이라면 위험 음주자일 가능성이 높다”면서“코로나19 유행 이후 일반 음주자의 음주 상태는 감소한 반면에 위험 음주자의 음주빈도가 증가했다는 지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순수 알코올 섭취량으로 환산하였을 때 남자는 하루 4잔 이하(알코올 40g), 여자는 2잔 이하(알코올 20g) 섭취하는 것을 저위험 음주라고 제시한 바 있다. 위험 음주는 적정 음주 기준을 벗어나는 음주를 의미하는데, 보건복지부에서는 1회 평균 음주량이 남자의 경우 7잔 이상, 여자의 경우 5잔 이상이며 동시에 횟수는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경우를 고위험 음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해외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영국 Alcohol Change UK가 지난 4월 성인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18%가 봉쇄 전보다 더 많이 음주한다고 응답했다.

김 원장은 “음주량을 스스로 줄일 수 있는 일반 음주자와 달리 음주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 음주를 조절하거나 줄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될수록 위험 음주자의 음주 문제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알코올을 분해시킬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선 위험 음주 습관이 만성화되면 알코올 의존이나 중독으로 이어지게 된다. 알코올 의존 상태에 이르면 술로 인한 신체적 문제를 넘어서 금단증상과 같은 정신적 문제까지 나타날 수 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횟수가 늘고 있다면 문제가 악화되기 전에 줄이는 것이 좋다”면서 “하지만 만약 스스로 음주 횟수나 양을 조절하는 일이 쉽지 않다면 가까운 병원이나 센터를 찾아 자신의 음주 문제를 점검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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