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음식 짜게 먹으면 자녀 고혈압 발병 가능성 커져

[박정렬 기자] 입력 2020.11.18 09.31

고대의대 생리학교실 김양인 교수팀 동물실험 통해 규명

고려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김양인 교수팀(김영범 연구교수, 정원우 대학원생)이 임신·수유 중에 과도하게 염분을 섭취하면 태어나는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고혈압 발병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염분섭취는 혈압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데 염분섭취에 따른 혈압상승의 정도는 사람마다 상이하다. 염분 민감성(salt sensitivity)이 있는 개체는 민감성이 없는 개체에 비해 염분섭취로 인한 혈압의 증가 폭이 훨씬 크다. 장기적으로 염분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경우, 고혈압이 발생하느냐 마느냐는 염분 민감성의 존재 유무에 큰 영향을 받는다.

반면 염분 민감성은 생활습관과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획득되기도 한다.  이에 연구팀은 임신·수유 중에 염분의 과도한 섭취가 태어나는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확인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염분 민감성을 유발시킨 아기가 성인이 되었을 때 염분-의존성 고혈압(salt-dependent hypertension) 위험이 커지는지, 나아가 염분 민감성 및 염분-의존성 고혈압 발생의 기저 기전이 무엇인지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어미 쥐에게 임신·수유 중에 염분을 과도하게 섭취시킨 다음 태어나는 새끼 쥐의 염분 민감성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새끼 쥐에게는 염분 민감성이 나타났고 이는 어미 쥐에게서 분비가 증가되는 바소프레신이라는 신경호르몬이 결정적인 인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새끼 쥐는 다 자라 성체가 되었을 때에 염분-의존성 고혈압의 발병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연구팀은 "성체가 된 새끼 쥐가 염분을 과도하게 섭취할 시 정상적인 쥐에 비해 바소프레신이 과하게 분비되고 이것이 혈관수축 및 신장에서의 수분 재흡수 작용을 통해 염분-의존성 고혈압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바소프레신 분비의 원인은 뇌의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바소프레신 뉴런에 작용하는 GABA(γ-aminobutyric acid)의 작용이 억제성에서 흥분성으로 변환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임신 혹은 수유 중 짜게 먹는 잘못된 식습관이 추후 자녀에게서 고혈압의 소인, 즉 염분 민감성을 초래함으로써 염분-의존성 고혈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태아 혹은 유아기에 바소프레신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염분 민감성이 프로그래밍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고혈압 발생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제1저자인 김영범 연구교수는 “이번 연구보고는 현재 한국인의 하루 평균 염분 섭취량이 WHO 권고량의 2.4배인 4,878 mg으로 세계 1위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하고도 시의적절한 것”이라며 “본 보고가 거의 모든 심혈관질환의 기저에 자리 잡은 위험한 질환인 고혈압과 과도한 염분섭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연구지원사업 및 창의도전연구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Journal of Molecular and Cellular Cardiology' 10월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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