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약 먹으면 속 쓰리고 내성 생긴다? 피부과 약의 진실

[정심교 기자] 입력 2020.11.13 17.42

대한피부과학회, 대국민 '편견 타파' 캠페인 실시

피부과 약을 먹으면 속이 쓰릴까? 잠이 많이 오고, 몸이 무겁게 느껴질까?

대한피부과학회(회장 박천욱)는 '제18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이해 피부과 약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피부과 약 복용력이 있는 약 900명을 대상으로 대국민 인식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피부과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치료를 독려하고, 피부과 약에 대한 올바른 정보 및 복용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편견 타파: 피부과 약 바로 알기' 캠페인을 실시한다.

대한피부과학회 박천욱 회장이 제18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편견 타파' 캠페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대한피부과학회]

피부과 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여전

대한피부과학회의 설문조사 결과 약 79%는 ‘피부과 약은 독하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해당 인식에 대한 동의율은 56.1%로 일반인 상당수가 ‘피부과 약은 독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생기게 된 이유로는 직접적인 약에 대한 부작용 경험보다는 일반적인 통념이라고 응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피부과 약이 독하다’는 인식이 생기게 된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과거에 '나병'으로 불리던 한센병의 치료를 피부과에서 담당했고, 무서운 질환으로 인식된 한센병을 치료하는 피부과 약은 독할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인 사이에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과거에는 두피의 곰팡이 감염, 발톱 무좀의 치료제로 사용한 항진균제가 광과민증이나 간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던 것도 이유다. 하지만 현재의 항진균제는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으로 대체됐다.
 

장기적인 약 복용과 관리가 필요한 피부 질환

이번 설문 조사에선 의사가 피부과 약을 처방했어도 복용을 거부·중단한 경험이 약 26%로 조사됐다. 약 복용을 중단한 이유로는 많은 응답자가 '피부과 약의 장기 복용에 대한 부담감'을 들었다. 피부과 질환에는 급성 두드러기처럼 수일 내에 빠르게 호전되는 질환도 있지만 만성 두드러기, 아토피피부염, 건선같이 장기적인 약 복용과 피부 관리가 필요한 질환도 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20%는 성인까지 병변이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 아토피피부염에서 관찰되는 피부 장벽 이상은 식품 알레르기, 천식 같은 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만성 난치성 질환인 건선은 피부 발진뿐 아니라 관절염을 동반하기도 한다. 전신 염증으로 심혈관계 질환이나 고혈압·고지혈증·비만·당뇨병 같은 대사증후군의 발생 위험률을 높인다.


 

피부과 전문의의 처방에 따른 바른 약 복용과 피부관리법으로 증상을 조절하면 피부 질환에 따른 2차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피부 질환을 결코 단순 경증 질환으로만 치부하거나 피부과 약의 장기복용에 대한 부담감으로 약 복용을 스스로 거부하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  

대한피부과학회가 제18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진행한 피부과 약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2020년 10월 기준.

실제 부작용 경험 환자 비율 높지 않아

약 복용 후 부작용과 관련한 응답에서 응답자의 약 85%는 "피부과 약 복용 후 질환이 호전되거나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정작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의 비율은 14%로 그 수치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반적인 통념과 간접 경험을 통해 ‘피부과 약은 독하다’는 편견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지역의약품안전센터(국립의료원)에 보고된 약물 부작용 건수 4301건 중, 피부과 약의 부작용 건수는 43건으로 약 1%에 그쳤다. 항생제로 인한 부작용 보고 건수가 440건인 데 비해 피부과에서 처방하는 주요 약물인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 보고 건수는 21건에 불과했다.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처방으로 부작용 최소화해야

이번 조사에서는 피부과 약을 먹은 후 경험한 부작용과 일반적으로 들어본 부작용에 대한 질문이 포함됐다. 응답자가 답변한 대표적인 부작용 내용을 바탕으로 피부과 약에 대한 ‘억울한’ 오해를 짚어본다.  

 질의 : 속이 쓰리다?
응답 : “ 위장장애는 피부과 약에 특이적인 부작용이 아니며, 피부과에서 처방이 적은 소염진통제의 가장 큰 부작용이다. 피부과 약을 먹는 환자 가운데 노인은 다른 내과 질환의 치료를 위한 약을 병용하는 경우가 많아 피부과 약으로 인한 특이적 증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질의 : 몸이 건조하고, 갈증이 생긴다? 잠이 많이 오고, 몸이 무겁다? 집중·의욕이 떨어진다?
응답 : “ 피부과에서 두드러기나 가려움증 치료에 많이 사용하는 항히스타민제로 인한 증상일 수 있다. 과거 항히스타민제는 간혹 이 같은 부작용을 유발했으나 최근 새롭게 개발된 약은 졸음·갈증 등 부작용이 줄어들었다. 또 이러한 증상은 약 복용을 중단하면 사라진다. 항히스타민제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가 수년간 매일 복용해도 안전한 약이다.  ”

 질의 : 피부과 약은 내성이 쉽게 생겨 복용하다 보면 효과가 없어진다?
응답 : “ 약물의 내성은 항생제와 관련한 부작용이다. 항생제는 피부과에서 처방이 적은 약물이다. 최근엔 항생제 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질의 : 피부과 약을 먹으면 호르몬 변화를 줘, 중단하면 증상이 심해지고 살찐다?
응답 : “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에 관한 부작용일 수 있다. 경구 스테로이드는 피부과뿐 아니라 병원의 모든 과에서 사용하는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약물이다. 급성 염증반응이 질병의 경과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 사용한다.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스테로이드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는 피부과 전문의의 판단에 따른 적절한 약제, 용량, 복용 기간의 선택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피부과 전문의는 장기적인 약 복용이 필요한 만성 피부 질환(건선, 아토피피부염 등)에서는 부작용 우려로 경구 스테로이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대체 약물을 사용한다. 최근엔 경구 스테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새 약물이 많이 개발되고 있어 피부과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대한피부과학회, 공식 유튜브 채널 열어

이러한 피부과 약에 대한 오해는 피부과 전문의로부터의 정확한 처방과 올바른 정보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약 81%는 피부과 전문의 병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한피부과학회, 피부과의사회에서는 피부과 전문의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월엔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해 유튜브 채널 ‘KDA TV - 대한피부과학회’를 개설했다.  


 

대한피부과학회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산하 16개 학회 전문의와 함께 여드름, 아토피피부염, 건선, 탈모 등 피부질환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영상 콘텐트다. 국민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 채널을 이용해 설문조사에 나온 주목할 만한 데이터를 모아 피부과 약에 대한 부작용, 잘못된 인식, 통념상의 선입견을 바로잡는 유튜브 영상을 게시, 피부과 약에 대한 편견을 줄여 피부과 약은 피부질환을 위한 안전한 약이라는 인식을 심어 줄 계획이다.


 

이날 박천욱 대한피부과학회장은 “이번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보듯 피부과 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있다”며 “대한피부과학회는 이번 캠페인과 유튜브 채널로 피부 질환 및 피부과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피부과 약은 독하다’는 오해를 바로잡아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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