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경·로봇 수술부터 간 이식까지…‘간암’ 정밀 치료 시대

[박민수 교수] 입력 2020.11.10 08.31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간담도췌장외과 박민수 교수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간담도췌장외과 박민수 교수.

간은 몸에 있는 장기 중 가장 큰 기관으로 평균 무게가 약 1.2~1.5㎏이다. 간은 우상복부에 위치하며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지닌다. 외부에서 만든 유해 물질이나 신체에서 만들어내는 노폐물, 독소를 해독하는 기능을 한다. 음식물로 섭취한 영양소를 가공하고 저장하며 여러 가지 물질의 합성·분해 기능을 하는 몸속 ‘화학 공장’ 격이다.

간암은 간이 이런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해 다양한 질환을 발생하게 하는 대표적 원인이다. 크게 간 고유 세포의 암성 변이 때문에 발생하는 원발성, 간 이외 장기에서 발생해 간으로 전이된 전이성으로 구분한다. 원발성 간암은 간세포 이상으로 발생하는 간세포 암과 담관 세포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간 내 담관암이 대표적이다. 전이성 간암의 경우 대개 혈액이나 림프액을 통해 간으로 전이돼 성장하는데 대장암 전이가 가장 흔하다. 간암 발생률은 타 장기 암에 비해 높지 않지만,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간 절제술은 간암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꼽힌다. 암이 발생한 부위를 포함해 주변의 정상 간 조직을 일정 부분 포함해 제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간암을 진단받은 환자 중 절제술이 가능한 경우는 전체의 20~30%에 그친다. 간경변증 혹은 만성 간염과 같은 기저 질환을 동반해 간 기능이 크게 저하된 경우가 많은 탓이다.

그런데도 간 절제술 성적은 매우 우수하다. 수술 술기 및 마취 관리의 발달 등으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 수술적 절제는 종양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다르고 종양의 위치와 크기, 개수에 따라 우간 혹은 좌간 전체를 절제하기도 하며 일부 구역을 절제하는 구역 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간은 재생 능력이 좋아 기저 간경화가 없다면 70~75%까지 절제할 수 있다.
 
고해상도 화면, 로봇팔 이용해 정밀 수술 가능

최근에는 개복 수술뿐만 아니라 정밀 치료법인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복강경 또는 로봇을 이용한 간암 수술은 배에 1㎝도 안 되는 작은 구멍을 통해 암이 있는 부위를 절제한다. 수술 시간은 개복 수술과 비교해 약간 더 걸리거나 비슷하지만 광범위한 간 절제도 가능하다. 특히 로봇 수술은 고해상도 화면 시스템과 움직임이 자유로운 로봇팔을 이용해 간의 혈관이나 담도에 손상을 주지 않고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간 기능 저하로 간 절제술 이후 간부전 등의 합병증과 사망률이 높게 예상될 경우엔 간 이식 수술을 시행한다. 최근 간 이식이 일부 조기 간암에서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 즉, 조기 간암 환자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은 간 이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간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세포 암은 간염 및 간경변을 치료하지 않으면 5년이 지나도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그러나 간 이식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다. 최근 간암으로 간 이식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0%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런 환자 대부분은 재발 없이 생존한다. 조기 간암에서 간 이식을 하면 대부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단 얘기다.
 

간 이식받은 환자 5년 생존율 80% 육박

간암 치료에 있어서 간 이식은 첫째, 모든 간암 및 간암이 발생할 수 있는 이형 결절 등을 확실하게 제거함은 물론이고 종양 재발의 근간이 되는 환자의 병든 간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 둘째, 이식 후 간의 기능이 정상화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셋째,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간경변증 및 간세포암의 원인인 B형 간염도 약 90%에서 치료할 수 있다.

간암 환자가 이식을 받아야 하는 일반적인 적응증은 다음과 같다. 동반된 간경변으로 인해 간 기능이 좋지 않아 간 절제술을 받을 수 없고 다른 국소요법으로도 효과적으로 치료되지 않을 경우다. 하지만 최근에는 간 이식이 보편화하면서 간 기능이 나쁘지 않더라도 환자가 젊으면 재발 우려, 삶의 질 등을 고려해 조기에 생체 간 이식을 시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여자를 구해야 하는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이식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암이 너무 진행된 경우, 간 내 혈관의 침습이 있는 경우, 간 이외의 장기에 전이가 있는 경우는 간 이식 후 재발할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에 오히려 간 이식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간암의 치료 방법은 여러 가지다. 다시 말해 어느 것도 확실하고 쉬운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간암의 개수와 크기, 위치, 간 기능의 상태, 환자 연령 등 여러 사항을 모두 고려해 최선의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간암을 진단받으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고 전문가가 권하는 치료 방법을 따르는 것이 좋다. 특히 간암은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영상·혈액 검사를 통한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필요하며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수술 후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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