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팔이 떨림 없이 정교하게 수술해 환자 만족도 높아요

[김선영 기자] 입력 2020.10.16 16.15

#21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성석주 교수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자궁·난소는 여성의 생애 주기 건강을 좌우합니다. 초경부터 임신, 출산, 폐경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신체 변화를 책임지며 여성의 건강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죠. 그런 만큼 세밀하고 정교한 치료가 요구되는데요, 최근 부인과(여성 생식기) 질환 치료에 정밀 수술법으로 꼽히는 ‘로봇 수술’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이유입니다. 이번 닥터스 픽에선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성석주 교수의 도움말로 부인과 질환에 활용되는 로봇 수술의 특장점을 알아봅니다. 

▶최근 부인과 질환 치료에 많이 쓰이는 로봇 수술이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는 수술인지 궁금합니다. 로봇 수술에서 로봇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일반적으로 로봇 수술이라고 하면 로봇이 수술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로봇 수술기는 자체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며 수술은 전적으로 집도 의사의 주도하에 이뤄집니다. 집도 의사가 콘솔(수술 주조종장치)에 앉아 고해상도 화면을 보면서 환자 카트에 장착된 3~4개의 로봇 팔을 조종하며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죠. 로봇 팔은 관절 기능이 있어 사람의 손과 유사하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미세한 손 떨림 현상을 잡아주는 기술까지 탑재돼 있어 더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로봇 수술이 가능한 부인과 질환은 무엇이며, 어떤 질환에서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나요?

로봇 수술은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외에도 자궁내막암, 난소암, 자궁경부암 등 다양한 부인과 질환 수술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이 따로 있다기보단 수술 상황별로 다른데요, 수술이 비교적 단순하고 난도가 낮다면 일반적인 복강경 수술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죠. 하지만, 수술의 난도가 높고 복잡할수록 로봇 수술의 특장점이 발휘돼 좀 더 우수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자궁에 생긴 양성 종양인 자궁근종 진단을 받고 수술을 권유받았습니다. 요즘 로봇 수술을 많이 한다는데 다른 수술과 비교해 어떤 점이 좋은가요?

로봇 수술은 복부를 크게 절개하는 일반 개복 수술과 달리 몇 개의 구멍만 뚫어 수술을 시행합니다. 상처와 흉터를 최소화하므로 미용적인 측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느낄 수 있죠. 절개 부분이 작은 만큼 통증도 적어 개복 수술보다 일상생활이나 직장·사회 활동 복귀가 빠릅니다. 또한 복부를 작게 절개한 곳에 수술 도구를 넣어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과 비교하면 출혈량이 적고 입원 기간이 짧은 편이죠. 이로 인해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궁근종을 제거하는 수술은 자궁을 봉합하는 기법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일반 복강경 수술 시엔 어려운 부분이지만, 로봇 수술을 적용하면 자궁 봉합을 보다 쉽고 정밀하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궁근종이 자궁내막에 가까이 위치할수록 임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럴 땐 더 섬세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 수술이 선호되고 있습니다.
 

▶임신 준비 중인데 자궁근종이 발견돼 병원에서 로봇 수술을 추천받았습니다. 보통 수술 후 몇 개월 뒤부터 임신이 가능한가요? 수술 후에도 자연분만을 할 수 있나요? 

자궁근종은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불임까지 유발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근종의 개수나 위치, 크기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보통 근종 수술 3~6개월 후 임신이 가능합니다. 자연분만 가능 여부는 근종의 위치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자궁 바깥쪽에 생기는 장막하 근종 환자는 수술 후 자연분만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 많이 시행되고 있는 로봇 수술은 사람 손과 비교하면 미세한 떨림이 없어 근종만을 정교하게 절제할 수 있습니다. 자궁의 기능을 보존하는 데 유리한 면이 있어 가임기 여성에게 추천되는 치료법입니다.
 

▶ 첫째 아이를 낳은 뒤 자궁내막증으로 로봇 수술을 받았습니다. 둘째 임신을 계획 중인데 혹시 수술 경험 때문에 다시 임신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자궁내막증이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에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임신을 방해할 수 있는 질환이죠. 그러나 우려와 달리 자궁내막증 수술을 하면 오히려 임신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술 후 기간이 오래될수록 재발 확률이 높아지고 임신 가능성이 다시 낮아질 수 있죠. 따라서 수술 직후 바로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덧붙이면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자궁 바깥에 생긴 자궁내막 조직은 약물치료만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수술 치료가 가장 중요하죠. 그러나 주변 조직과 유착되는 등 까다로운 상황이 많이 발생하므로 최대한 혈관이나 신경에 손상이 덜 가는 방향으로 섬세하게 수술이 진행돼야 합니다.  
 

▶ 아내가 로봇 수술한 경험이 있습니다. 임신하기 위해 따로 준비해야 하거나 주의할 점이 있나요?

로봇 수술을 했다고 임신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거나 주의할 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 후 3~6개월 정도 피임을 해야 하는 것 외에는 일반인의 임신 준비와 동일합니다. 오히려 임신을 방해하던 근종과 같은 원인을 제거하면 임신율이 높아지죠. ‘임신해야 해서 자궁을 건드리는 수술은 무조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방치하면 더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부인과 질환 진단을 받은 사람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를 받길 권합니다. 그러면 자궁의 손상을 최소화해 향후 임신 가능성이 커지고 임신 중 자궁 파열이 발생할 위험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자궁근종 크기가 9㎝ 정도로 큰 편이라고 하는데 로봇 수술을 할 수 있나요? 가급적 수술 흉터가 남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있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과 달리 로봇 수술은 관절 기능이 있고 힘이 좋은 로봇 팔을 이용하기 때문에 크기가 큰 근종도 수술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제거한 근종은 1㎝ 정도로 잘게 조각낸 다음 수술을 위해 뚫은 구멍을 통해 꺼냅니다. 미용적인 부분이 우려된다면 구멍을 하나만 내 수술하는 단일공 로봇 수술이나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종이 하나가 아닌 다발성인 경우 단일공으로 수술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내가 자궁내막암이라 로봇 수술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고민인데요,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독일이나 덴마크, 미국 등 해외에서는 자궁암 수술비를 비롯한 부인과 질환 수술 일부에 국가 건강보험이 지원되고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가 건강보험 혜택에 로봇 수술이 포함돼 있지 않죠. 그러나 실손의료보험(실비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보험 약관에 따라 청구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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